[슬픔 넘어 기억으로]"아이들 꿈 그려요"…4.16가족극단 노란리본

세월호 참사 후 세편의 작품 공연
6명의 엄마·1명의 객원배우 활동
5주기 맞춰 세번째 작품 장기자랑 초연
"연극은 세월호 참사 진실 밝히는 수단"
  • 등록 2019-04-16 오전 6:14:00

    수정 2019-04-16 오전 6:14:00

지난 6일 오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별무리극장에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 세번째 작품 ‘장기자랑’을 초연하고 있다. (사진=손의연 기자)


[사진·글=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1주기, 2주기…5주기. 우리에겐 의미 없어요. 꽃 피면 아프죠. 산통 앓듯 아파요.”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은 아픔에서 출발한 극단이다. 세월호 참사로 자녀를 잃은 엄마들이 모여 시작한 극단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5년 동안 엄마들은 세 편의 작품을 토해냈다. 이번에 엄마들은 아이들과 함께 손잡고 찾았던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랐다. 세 번째 작품 `장기자랑`의 초연을 위해서다. 여학생 다섯 명이 수학여행에서 공연할 장기자랑을 준비하며 우정을 쌓는다는 내용이다.

단원고 교복 입은 엄마들 “아이들 수학여행 가기 전 표정 떠올려”

지난 6일 오후 무대 뒤편에서 단원고 교복을 입은 2학년 7반 정동수 학생의 어머니 김도현씨와 2학년 6반 권순범 학생의 어머니 최지영씨를 만났다. 노란리본은 2015년 10월 세월호 유족들의 연극치유모임에서 시작됐다. 현재 6명의 엄마와 1명의 객원배우가 활동 중이다. 김도현씨는 “사실 치료 목적이 아니었다. 김태현 감독님이 엄마들 모임에 와서 이야기하다 연극이라는 단어가 나와 어쩌다 시작한 것”이라며 “김 감독님이 엄마들을 진심으로 돕고 웃게 해줬는데 그 마음이 보여 지금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란리본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노동 이슈를 담은 연극 `그와 그녀의 옷장`, 유족의 아픔을 다룬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를 무대에 올렸다. 두 작품은 기존에 있던 대본을 각색한 것이었지만 이번 `장기자랑`은 완전한 창작극이다. 변효진 작가는 4·16단원고 약전(어떤 사람의 생애와 업적 따위를 간략하게 적은 기록)에 담긴 아이들의 이야기를 작품에 반영했다. 배우인 엄마들도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설레어 했던 모습을 그리며 연기했다. 아이들이 수학여행 전날 밤 옷을 고르고, 친구들과 먹을 걸 준비하는 장면이 담겼다.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내용인 만큼 힘겨웠다.

김씨는 “동수는 원래 사다 주는 옷만 입었는데 수학여행 가기 전에는 처음으로 옷 사는 데 따라왔다”며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좋아하던 표정과 모습이 생생하다. 아이가 세월호 안에서 밖으로 나왔을 때 그때 사준 옷차림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애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장기자랑을 준비했을까 싶어 연습하면서 울지 말자고 되뇌었다”며 “그래도 두 번째 작품 때는 우느라고 대본도 못 넘겼었다. 이번 내용은 더 힘든데 엄마들이 그만큼 강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씨도 “수학여행 가기 전 아이들의 들떴던 모습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어차피 못 썼겠지만 아이 주머니에서 나온 돈을 생각하며 그때 용돈 많이 줄 걸 하는 상상도 한다”고 덧붙였다. 작품 속 다섯 친구는 제주도에 무사히 도착한다. 돌하르방도 보고 유채꽃밭도 구경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는다. 마지막에는 다 같이 교복을 입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공연의 막을 내린다.

“연극하며 다시 엄마가 돼…진실 밝힐 때까지 연극은 계속”

두 엄마는 “연극을 하며 다시 엄마가 될 수 있었다”고 힘줘 말했다. 이웃과 말다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평범한 엄마들이었지만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의지로 사회와 맞서 싸울 힘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연극은 그 수단이다.

김씨는 “유족들이 좋아서 연극을 하고 하고 싶어서 합창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살고 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내가 사는 동안 내 새끼 억울함을 풀고 싶어서, 오로지 그 이유 때문에 계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잃기 전 활달하고 걸걸한 성격이었는데 사고 이후 내 표현을 하지 못할 정도로 자신을 잃었다”며 “연극을 시작한 후 웃을 수 있었고 챙겨야 할 둘째 아이도 집도 보였다. 나 자신도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최씨도 “악착같이 살아서 연극뿐만 아니라 엄마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고 전했다. 최씨는 또 “시간이 흐를수록 잊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연극은 우리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해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란리본은 첫 창작극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무대 위에서 밝은 표정으로 공연을 마무리한 단원들은 무대 뒤편에서 눈물짓기도 했다. 엄마들은 다음 작품에선 아이들의 꿈을 그릴 예정이다. 동수는 로봇공학자를, 예진이는 뮤지컬 배우를, 승범이는 모델을, 영만이는 우주학자를 꿈꾸던 아이였다. 김씨는 “아이들의 가장 가까운 꿈이었던 수학여행을 마쳤으니 다음엔 아이 한 명 한 명의 꿈을 이뤄주자는 게 콘셉트”라며 “그 꿈을 준비하며 엄마들도 성장하고 있다. 그 꿈을 이뤄주는 게 지금 우리 엄마들의 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6일 오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별무리극장에서 공연을 마친 김도현씨(왼쪽)와 최지영씨(오른쪽). (사진=손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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