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해산물이 먹고 싶을 땐 은갈치·자바리를 찾으세요

수산물 중개 신시장 개척한 ‘인어교주해적단’
영상 콘텐츠·수산물 시세 정보부터 마케팅까지 제공
구조적 문제없이 '도매업' 시스템 접목
인어교주해적단 앱 이용자 33만·유튜브 구독자 23만
“불투명하던 수산시장 가격 문화 없애고 소비 선순환”
  • 등록 2019-07-18 오전 6:30:00

    수정 2019-07-19 오전 8:33:08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고객들은 신선한 수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어 좋고, 수산시장 상인들은 홍보와 마케팅, 컨설팅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죠.”(인어교주해적단 멤버 ‘은갈치’)

더파이러츠가 운영하는 ‘인어교주해적단’은 최소한의 수수료와 광고 없이 4년 만에 국내 1위 수산물 정보 플랫폼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이다. 노량진·가락시장 등 전국 각지의 수산물 점포 및 맛집 500여 곳과 제휴해 매일매일 업데이트된 수산물 시세 정보를 제공하고, 수산물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다.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인어교주해적단 사무실에서 마케터이자 유튜버로 활약 중인 ‘은갈치’ 유성영(28) 마케팅 실장을 만났다.

인어교주해적단의 전신은 단순히 수산물 정보만 올리던 블로그였다. 이랜드에서 마케팅 경력을 쌓은 윤기홍 더파이러츠 대표는 중국 출장 당시 수산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동네 친구였던 ‘저그형’ 김용완 더파이러츠 이사와 함께 인어교주해적단을 만들었다.

유 실장은 “윤기홍 더파이러츠 대표와 김용완 인어교주해적단 제휴총괄 이사가 2013년 몇몇 수산시장 상인들과 제휴를 맺고 수산물 시세나 정보를 올렸는데 블로그 방문객이 급증하는 것을 보고 사업형태로 확장한 것이 지금의 인어교주해적단”이라고 설명했다.

‘은갈치’ 유성영 인어교주해적단 마케팅 실장이 유튜브에서 서대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은갈치 유튜브 캡처)
2015년 엔젤 투자자에게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드는 비용을 지원받고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수산 시장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돼 있어 대기업들도 발을 들여놓기 어려운 수산업 분야에서 사업 초석을 다지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당시 인어교주해적단은 국내에도 수산물 애호가들이 많지만, 수산시장에 방문한 고객들은 가격 등 정보를 잘 모르고 상인들은 고객들이 원하는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이를 조율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니 2030 젊은 세대들의 수산시장 유입이 늘었고 그 효과를 본 상인들의 입소문으로 제휴점을 늘려갈 수 있었다. 사업 초기 2~3곳에 불과하던 제휴점은 현재 500곳 이상으로 늘었다. 서울 노량진, 가락시장부터 강원도, 부산 등 전국으로 제휴점 영역을 넓혀갈 뿐 아니라 인어교주해적단을 통해 점포를 방문하는 고객 수도 늘려가고 있다.

인어교주해적단이 수산물 소비자와 상인들의 중개자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던 것은 영상 콘텐츠의 힘이 컸다. 인어교주해적단은 수산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쇼핑하는 방법부터 각종 해산물 손질법, 대형 참치 분해하기 등 다양한 영상을 통해 구독자 수를 늘려갔고, 구성원 스스로가 소위 말하는 ‘스타 인플루언서’, ‘유튜브 스타’가 됐다. 윤 대표를 제외하고 ‘저그형’ 김 이사와 ‘은갈치’ 유 실장, ‘자바리’ 안대현 이사, 최근에 합류한 ‘꽃상어’ 이상현 사원까지 해적단 주요 멤버가 만드는 영상은 다른 유튜브 채널에서 보기 힘든 수산물 정보와 알찬 지식을 담고 있다.

유튜브 채널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전체 매출의 1% 정도로 미미하지만, 해당 콘텐츠는 구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인어교주해적단의 고객들이 되고 이들의 발길을 다시 수산 시장으로 끌어 모으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유 실장은 “저희 유튜브 콘텐츠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라면서 “윤 대표와 김 이사는 동네 친구 사이이고, 자바리는 저그형과 함께 사업 이전 학원가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저는 자바리의 군대 동기다. 이상한 조합 같지만 직위나 직급에 상관없이 한 가족처럼 뭉칠 수 있는 수평적 조직 문화가 있었기에 이 일을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인어교주해적단은 과도한 수수료 논란과 광고 문제를 겪는 일반적인 O2O 온디맨드 플랫폼과는 다르다는 장점이 있다. 자체 웹사이트와 스마트폰 앱,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온라인 채널을 활용해 수산물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업체들에게는 매출의 1~3% 정도로 낮은 수수료를 받는다.

대신 온라인 도매 사이트, 유통단계를 줄여 수산물을 직접 공급하는 B2B(기업 간 거래) 도매업을 주요 수익 모델로 삼고 있다. 여기서 수익의 90%를 창출한다. 일부 제휴점들에게 메뉴 개발, 고객 응대 컨설팅 등을 제공하며 받는 멤버십 수준의 금액은 매출의 2~3% 정도다.

인어교주해적단에서 제공하는 수산물 정보.
유 실장은 “언뜻 생각하면 중계 수수료나 광고 없는 O2O 서비스를 떠올리기 어렵지만 오히려 그 지점이 고객 신뢰를 쌓는데 주효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광고성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믿을 수 있고 정확한 수산물 시장 정보는 충성 고객을 끌어들였다. 초창기엔 도매 유통망을 확장하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 인어교주해적단 앱 이용자 수는 33만명을 넘어섰다.

인어교주해적단의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투자자들에게도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말 스톤브릿지벤처스, 베이스인베스트먼트, 레오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약 3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또한 유튜브 상에서는 구독자 수가 23만 명에 달할 정도로 해산물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크리에이터로 통한다. 인어교주해적단의 최종 목표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산물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T)을 활용해 농축산에 비해 훨씬 난도가 높은 수산물 영역의 유통 및 정보화 서비스를 혁신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외출장이나 새로운 수산물 상품의 개발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숙성회 장인으로 통하는 미야자키 하세가와 수산의 츠모토에게 직접 비법을 전수받아 오는 등 직접 배낚시, 활어회 손질 등 다양한 과정을 배우고 콘텐츠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유 실장은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연어가 흔히 먹을 수 있는 수산물이 아니었던 것처럼 ‘바다포도’, ‘킹타이거 새우’ 등 최근 새로운 수산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수산물 시장을 무대로 현재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어교주해적단 단체사진. 2013년 3명이서 시작한 인어교주해적단 규모는 현재 40여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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