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부터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에 실리기 시작한 KB국민은행의 전면 광고 하나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 광고는 유명 연예인이나 미사여구의 광고카피 대신 간호사 한 명과 시(詩) 한 수가 전부다.
사진 속 간호사의 얼굴 절반은 의료용 마스크가 덮고 있다. 이마와 눈 밑에는 반창고가 붙어 있다. 의료용 고글이 닿는 부분이다. 광고 오른쪽에는 정호승 시인의 시 ‘봄길’이 쓰여져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라는 문구로 시작한 이 시는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로 마무리 된다. 코로나19와 맞서 싸우고 있는 우리 시대 작은 영웅을 소개하면서, 국민들에게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도다.
국민은행 브랜드전략팀은 이 중 한 사진에 주목했다. 바로 광고 속 간호사가 나온 사진이었다. 사진을 찍은 뉴스통신사로부터 사용 허락을 얻고 사진 속 간호사를 수소문했다. 초상권 사용 허락을 받기 위해서다.
다른 한 팀은 광고에 쓰일만한 시를 찾았다. 감정이 잘 응축된 시 한 수라면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라는 게 국민은행 브랜드전략팀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수소문한 끝에 대구동산병원에서 자원근무 중인 사진 속 주인공 윤모 간호사와 연락이 닿았다. 윤 간호사는 흔쾌히 허락했다고 한다. 국민은행의 광고 취지에 공감한 것이다.
지난 3월31일 국민은행의 광고가 공개된 이후 반응이 뜨거웠다. 국민은행 광고 담당자는 “광고 이후 이토록 많은 격려·문의 전화를 받은 적이 없었다”면서 “사진 한 장과 시 한 수가 가진 메시지의 힘을 실감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