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HUG 독점폐해]②[단독]"보증 서줄테니 사업 '바꿔라'"…또 갑질의혹

신규보증, 코로나 탓 갑자기 '불가'
민원 넣으니 "사업 변경시 해주겠다"
올해 경쟁체제 도입한다던 국토부…
“집값 안정되면 객관적 검토할 것”
  • 등록 2020-05-19 오전 6:00:00

    수정 2020-05-19 오전 8:15:44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코로나19 때문에 신규보증이 안된다고 했다가 국토부에 민원 넣으니, 그 때서야 해준다네요.”

부산의 중소규모 주택건설업체 A사는 지난 3월 프로젝트파이낸싱(PF)보증을 받으려다 불가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오는 6월까지 신규보증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A사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지역센터와 심사표에 맞게 협의를 한 상태고 점수도 70점으로 높게 나와 보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사업계획을 했는데 사전고지도 없던 일이 생겨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국토교통부에 민원을 넣었다. 이후 HUG에서 돌아온 답은 “신규보증은 해 줄테니 직접 임대사업을 하지 말고 신탁사업으로 돌리라”는 새로운 지시였다.

HUG의 갑질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분양가 산정 문제로 ‘고무줄 분양가’ ‘깜깜이 심사기준’ 등 지적이 잇따랐고, 최근엔 시행사와 마찰까지 빚기도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HUG는 지점 재량이 너무 크고 지점별로 심사기준이 제각각이다 보니 주택사업자들이 사업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27년간 분양보증사업 독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18일 국토교통부와 국회,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HUG의 보증사업을 경쟁체제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이유로 계속 미루고 있다. 그 사이 HUG의 ‘갑질의혹’이 불거지는 등 보증사업 독점으로 인한 폐해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HUG는 1993년부터 27년간 ‘분양보증사업’을 독점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이 가운데 HUG의 대주주인 국토부(주식 68.25% 보유)가 올해까지 경쟁체제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주택시장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이렇다 할 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2017년7월 공정거래위원회와 2020년까지 보증보험회사를 추가 지정하기로 합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HUG의 분양보증사업을 경쟁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데 하반기 주택시장 상황을 일단 봐야 한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주택업체 파산 등 주택사업 환경이 어려워지거나 부동산 시세 등 시장 상황이 우선 안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로서는 보험업법에 따라 분양보증을 맡길 수 있는 기관이 사실상 ‘서울보증’ 밖에 없는데 일감몰아주기 논란도 나올 수 있어 연구용역 등 객관적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상에는 국토부 장관이 언제든지 민간 보험회사 한 곳을 지정해 HUG와 경쟁체제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보증기관 간 출혈경쟁으로 동반부실 초래 △분양보증은 사회안전망으로 정책보증 성격 △독점 폐지시 중소건설업체 보증료 인상 △공사의 재무건전성 악화 등의 이유로 보증사 지정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HUG의 보증실적은 2010년 23조692억원에서 2018년 152조8407억원으로 6.5배가량 덩치가 커졌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부터 최근 3년간 분양보증수입(독점수입)도 연도별로 2017년 2427억8900만원, 2018년 2119억5700만원, 2019년 2585억1300만원, 2020년(1분기) 3107억5500만원으로 증가했다.

◇국회·공정위 “경쟁체제 도입해야” 한목소리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국토부가 분양보증사업 독점운영권을 놓지 않는 데 대해 국회예산처 등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분양보증을 제외한 건설보증(중도금 보증 등)은 이미 한국주택금융공사나 건설공제조합·전문건설조합·서울보증 등에 경쟁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보증료율 결정시에도 국토부 승인을 받고 있기 때문에 독점 폐지시 중소건설업체에 대한 보증료가 반드시 인상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공공기관 구분회계제도가 도입돼 기관의 고유사업과 정책사업을 분리해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독점수익(분양보증)을 정책사업에 배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분양보증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공적 사업에 쓰지 못한다는 얘기다. HUG 관계자는 “구분회계 원칙상 별개운영하는 것이 맞지만 도시재생 등은 신규사업이다보니 일정 부분 인건비나 운영비를 부담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분양보증 독점에 따른 부작용이 오히려 ‘로또분양’으로 나타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HUG가 분양보증을 독점하며 분양가를 제한하고 보증서 발급을 중단하는 등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면서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게 결정돼 당첨자에게 큰 시세 차익이 돌아가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택지는 두 가지다. 국토부 스스로 분양보증 기관 1곳을 추가 지정해 경쟁원리를 도입하든 국회 입법절차를 거쳐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법이다. 후자는 이미 지난해 8월 송언석 의원이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지만 오는 29일 20대 국회 종료 때까지 통과하지 못하면 자동폐기된다. 국회 일정상 임기내 처리는 어려워 30일 시작하는 21대 국회 재발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개정안에서는 ‘국토부 장관이 분양보증 업무 수행의 과도한 집중을 방지하고 사업주체의 분양보증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보증보험사 중 1개 이상을 분양보증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송 의원 관계자는 “국토부 장관이 보증기관을 추가 지정해 경쟁체제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미 HUG 외 분양보증의 경쟁 체제 도입 필요성이 충분히 공유된 만큼 21대 국회 때 주택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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