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평생 벌어 집 한채 마련한 은퇴자의 눈물

집 한채 가진 은퇴자에게 부여되는 보유세 ‘연봉 수준’
직장 없어 신용 대출도 안 돼…집 팔자니 세금 더 나와
"정부와 여당, 종부세 부담 알면서도 모른 체"
  • 등록 2020-11-27 오전 5:00:00

    수정 2020-11-27 오전 5:00:00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평생 벌어 장만한 집 한 채가 전부입니다. ‘직장인 연봉’ 수준의 세금을 은퇴자가 어떻게 감당하나요? 그냥 팔라는 소리죠?”(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 든 유주택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1주택자에게도 종부세를 크게 부과하면서, 소득 없이 집 한 채만 달랑 가지고 있는 은퇴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그렇다고 집을 팔기에는 양도세와 취득세도 만만치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대표 아파트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84㎡·시세 16억·이하 마래푸) 한 채만 가지고 있는 은퇴자 A씨는 앞으로 5년 간 1000만원이 넘는 종부세를 내야한다. 재산세 등을 포함한 보유세는 총 3000만원에 달한다. 웬만한 직장인 연봉 수준이다.

은퇴 후 소득이 없는 A씨가 해당 금액을 마련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은퇴한 탓에 신용 대출은 당연히 불가능하고, 주택을 담보로 한 생활자금 대출도 불가능하다. 시세가 15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연금 저축을 담보로 하는 대출만이 가능한데, 이 또한 금액은 500만원 언저리다. 다시 말해 퇴직금에서 종부세를 내야 할 형편이다.

그렇다고 집을 팔아 작은 집으로 이사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세와 다시 다른 집을 살 때 내는 취득세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만약 A씨 5년 전에 산 마래푸를 지금 팔 시 내야하는 양도세는 8500만원이다. 추후 서울 새로 살 9억 2000만원의 아파트를 다시 구매할 시 드는 취득세도 3000만원이다. 9억은 서울 중위 아파트값이다.

다시 말해 종부세 때문에 서울 평균 아파트로 이사를 갈 때 드는 비용만 최소 1억 2000만원이라는 소리다. 물론 해당 아파트에 살아도 종부세 등의 보유세도 계속 내야한다. 종부세 때문에 집을 팔 수도, 그렇다고 가지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집주인들이 더 크게 분노하는 이유는 정부와 여당이 1주택자들의 종부세 부담을 알고도 모른 척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월 치러진 총선 직전까지만 해도 “1가구 1주택 실소유자가 뾰족한 소득이 없는 경우 현실을 감안 한 고려가 필요하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도 개선 여지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은퇴한 1주택자들의 종부세 부담을 인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총선 이후 은퇴한 1주택자의 종부세 감면 논의는 바로 사라졌다.

집을 가지고 있지도, 그렇다고 팔지도 못하게 만든 현 상황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종부세 목적이 ‘집값 잡기’가 아닌 ‘곳간 불리기’아닌가”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은퇴한 1주택자들로부터 걷는 종부세가 당초 세금 취지에 맞는지 다시 고민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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