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상자 치워달라 했는데"…아울렛 지하 하역장, 화재 피해 키웠다

  • 등록 2022-09-29 오전 7:56:08

    수정 2022-09-29 오전 7:56:08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7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친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웃렛 화재는 지하 주차장에 쌓여 있던 종이상자 등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29일 MBC 보도에 따르면 불이 난 현대아울렛 지하 주차장 한편에 있던 물류 하역장이 이번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지난 2월 촬영된 대전 현대아울렛 지하 주차장의 모습은 주차된 차량들 한켠으로 압축해 놓은 폐상자 더미가 가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차량 옆으로는 상품을 담은 상자들도 잔뜩 쌓여 있다.

26일 오전 대전 현대아울렛에서 불이나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화재 초기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 (사진= 대전소방본부 제공)
이와 관련해 이곳에서 직접 하역 작업을 했던 한 화물운송기사는 올해 초 아울렛 측에 화재 등을 우려해 폐 종이 상자를 치워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화물운송 기사 A씨는 MBC에 “(아울렛 측에) ‘하역이 이제 불가능하다 보니까 좀 치워달라. 너무 힘들다. 박스가 너무 많다’고 했다”면서 “하역장 주변에 상자와 비닐 등이 너무 많이 널려 있어 차량의 배기구가 폐상자에 닿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닥에 폐 박스를 겹겹이 무거운 거를 많이 쌓아놨다. 후진을 했고 딱 대니까 발판이 없는 차라고 하면 머플러(소음기)가 딱 막히게 생겼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하역장이 아닌 창고처럼 느껴졌다”며 “정리도 하나도 안 되고 집어던지고 그냥 버리는 식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아울렛 측에서는 각 매장의 상품이라 관리팀이 강제로 치울 수 없다는 답만 매번 돌아왔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아울렛 측은 “적재된 상품은 입점 매장의 자산이라 강제로 치울 수 없지만, 수시로 업체 측에 정리를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지하주차장에 하역장을 설치하고, 물건을 쌓아두어도 이를 제한할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불이 난 현대아울렛도 석 달 전 소방점검을 받았지만, 지하주차장에 물건을 쌓아둔 것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합동 감식 2일 차를 맞은 28일 정오께 합동감식반이 화재 현장에 있던 1t 트럭을 지게차를 이용해 밖으로 빼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확보한폐쇄회로(CC)TV에는 지난 26일 오전 7시 34분께 한 남성이 하역장에 1t 화물차를 세운 다음 물건을 내리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어 4분 뒤인 오전 7시 39분께 이 남성이 자동차 짐칸 문을 닫은 뒤 10초 만에 차량 우측에서 불이나 인근으로 번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를 토대로 화물차 주변에서 처음 불이 나 번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7일 김항수 대전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최초 발화로 의심되는 차량을 들어 올려 바퀴 밑 잔해물을 수거했다”며 “아직까지 확실한 결론은 도출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화물차 내부 결함을 확인하기 위해 차량 후미등 배선도 일부 수거했다”며 “잔해물과 함께 분석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8일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오전 10시께 현대아웃렛 지하 1층에서 2차 현장 감식을 진행했지만, 명확한 화재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사실상 종료됐다.

합동 감식단은 오후 2차례 감식에서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를 밝히는 데 주력했지만, 스프링클러에 물을 조달하는 물탱크 2곳 중 1곳을 확인하지 못해 사용 여부를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감식단에 따르면 물탱크 물을 채우는 방식은 2가지다. 탱크 내 수위가 내려가면 자동으로 채워지는 방식과 여분의 물탱크에서 물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아울렛은 자동으로 물이 채워지는 방식으로 물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대전경찰은 오후 4시 50분부터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현대프리미엄 아웃렛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 자료는 12인승 승합차 두 대 분량이며, 수사관은 11명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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