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i카페]빈집을 게스트하우스로…제주 스타트업의 실험

빈집 프로젝트 스타트업 '다자요' 남성준 대표 스토리
버려진 집 10년 이상 무상 임대, 크라우드펀딩으로 건축
다가올 빈집 문제 풀어줄 '힌트'
  • 등록 2019-05-25 오후 12:20:00

    수정 2019-05-25 오전 9:00:35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인구 감소 시대 빈집에 대한 고민은 커져 가고 있습니다. 아직 서울과 수도권은 이 문제와 무관해 보이긴 하지만, 조만간 닥칠 문제입니다. 지방은 이미 빈집문제가 현실이고요. 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광주·전남 지역에만 빈집이 14만채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풍광 좋기로 소문난 제주도에도 빈집 문제가 있습니다. 한라산 올라가는 중턱을 의미하는 중산간 지역에는 빈집 보기가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2018년 11월 보도에서 제주도 미거주 주택 수(미분양 제외)는 2만8629채입니다. 제주 도민 숫자가 100만이 안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꽤 많은 숫자입니다. 최근 제주 이주 붐이 잦아들면서 도내 빈집 문제는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 제주도에 한 실험적인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다자요’라고 하는 빈집 프로젝트 스타트업으로, 아이디어는 간단합니다.

“기왕 빈 집으로 남을 것, 게스트하우스나 스타트업 사무 공유 공간으로 활용해보자.”

빈집에서 예쁜 게스트하우스로 탈바꿈한 사례 (다자요 ‘빈집프로젝트’ 홈페이지)
즉, 풍광 좋은 지역에 있는 빈집을 무상으로 장기 임대(10년 이상)합니다. 대신 다자요는 그 빈집을 고급 단독주택으로 리모델링합니다. 수익은 숙박객에 제공해주면서 올립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어차피 버려진 집의 가치 상승을, 다자요는 땅 매입을 하지 않고서도 게스트하우스 등의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빈 공간에 대한 활용도를 높여 지역 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취지도 들어가 있습니다. 사업가, 집주인, 지자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프로젝트인 셈이죠.

다자요는 어쩌다 이런 빈집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을까요? 그 얘기를 들어봅니다.

다자요의 대표는 남성준 대표로 제주 토박이 출신입니다. 그는 건축가나 인테리어 사업가와는 무관하게 살아왔습니다. 몇번 사업에도 실패했고요. 서울에서 이자카야(일본술집)도 운영해보다가, 제주도에 다시 귀향을 하게 됩니다.

그가 처음 시작한 일은 숙박 중개업이었습니다. 에어비앤비가 중개하는 숙박업소 수가 300개가 채 안되던 2010년대 초중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어요. 내 고향인데, 영업 조금만 하면 에어비앤비 정도는 가뿐하게 넘기겠구나. 그런데 서비스를 개발하고나니 에어비앤비의 중개 숙박 업소가 3000개로 늘었어요. 이걸로 먹고 살기 힘들겠구나 여겼죠.”

그래서 시작한 게 숙박업이었습니다. 제주도에서 흔히 시작할 수 있는 사업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이 사업마저 쉽지 않았죠. 같은 생각을 이미 많은 사람들이 했기 때문입니다.

“숙박객들의 수요를 보고 뛰어들었는데, 개발하면서 돈을 많이 날려버렸어요.”

연이은 두번의 실패는 남 대표를 코너로 몰았습니다. 실패의 벼랑 앞에 섰을 때 그를 살린 계기는 단 하나의 아이디어였습니다. 바로 무상임대였습니다.

다자요가 시공한 도순동 빨간집 내부 모습
빈집을 게스트하우스로 만들자고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비용이었습니다. 현재 기준 1억원에서 1억5000만원 정도 공사비가 필요합니다. 이 돈은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았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은 특정 프로젝트나 사업, 혹은 제품을 공모하면, 일반 투자자들이 이를 보고, 마음에 들면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사업 아디이어나 제품에 대한 시장성을 검증하면서, 개발에 필요한 초기 자본을 모을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채권형으로 크라우드펀딩을 공모했어요. 이자율 3%로 정책 자금 금리 수준인데, 우리의 취지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줬어요. 저희는 숙박권 등의 리워드를 드렸고요. 이렇게 채권형으로 2억원, 주식형으로 3억원을 모았습니다. 한정판 리워드 펀딩도 했고요.”

여기서 채권형과 주식형이 궁금해하실 분이 계실 것 같아, 좀 쉽게 언급하자면, 채권형은 일종의 채무증서를 발행한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일정 기간 동안 이자를 지급받고 최종 상환을 받게 됩니다. 주식형은 다자요 지분에 투자한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자요 주식을 시장에 내놓은 것이고, 그 주식을 사신 분들은 다자요의 주주가 되신 것이죠. 다자요 입장에서는 당장 자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되니 채권형보다는 덜 부담스럽습니다.

와디즈 홈페이지 캡처
여기서 궁금증 하나가 떠오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집주인은 왜 무상 임대를 맡길까. 게스트하우스에서 발생한 수익은 어떻게 배분하게 될까? 남성준 대표는 ‘쓰지 않는 공간에 대한 활용’을 얘기합니다.

“그 땅은 몇 년 전에도 비어있고, 앞으로도 비어 있어요. 그런데 내 돈 들여서 고치기닌 싫고. 어차피 폐가인데 1억 넘는 돈으로 번듯하게 고쳐놓고, 10년 뒤 돌려받는것이죠. 집주인과 그 가족분들도 우리가 바꿔놓는 집에 상당히 만족해 하십니다.”

10년 무상 임대 기간에 다자요가 집주인에 사업 수익을 나누지는 않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에 쓰는 전기료, 가스비 같은 비용은 다자요가, 토지 자체에 들어가는 세금(예를 들면 종합부동산세)은 집주인이 냅니다. 어차피 안 쓰는 집이 10년이란 시간만 지나면 괜찮은 집 한 채를 다시 태어나니, 집주인 입장에서는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것이죠.

이런 소문은 아름아름 알려져, 다자요의 빈집프로젝트 신청 집 수가 크게 늘어나 있다고 합니다. 빈집 문제로 골치아픈 지자체에서도 협력하자는 제안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두번째부터는 제안 들어온 집 중에서 사업성이 있는 곳을 고르고 있어요. 이젠 리스트를 작성할 정도죠. 제주 지역만 70군데입니다. 전국적으로도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남의 집에서 남의 돈으로 하는 사업이지만, 남성준 대표의 최고 목표는 ‘생존’입니다. 거의 모든 스타트업의 숙명입니다. 회사 통장의 숫자와 직원들의 월급 액을 늘 비교하면서 살아야하는 것이죠.

그리고 사업은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100채 정도가 돼야 사업이 안정권에 접어들 것이라는 게 남성준 대표의 예상입니다. 자본이 모이면 직접 땅과 건물을 매입할 생각도 있습니다.

“우리의 계획은 매일매일 바뀌고 있어요. 올해 계획은 살아남는 것이죠. 올해도 직원 월급 밀리지 않는 것이죠. 다음달 급여를 줄 형편이 못되면 당장 문을 닫겠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어요. 가끔 SNS에 푸념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투자자들이 ‘몸 관리하면서 쉬엄쉬엄하라’고 격려해줍니다. 이런 이상한 회사를 믿어주는 투자자들과 직원들이 고맙죠.”

참, 요새 제주도 내 숙박업소들이 남아도는 객실로 고통이 크다는데, 남성준 대표의 생각은 어떨까요. 그의 사업이 난관에 봉착하는 게 아닐까요?

“객실이 과다한 것은 사실이예요. 분양형 호텔이나 리조트가 넘치죠. 게스트하우스나 농어촌 민박의 잘못이 아니예요. 제주도에 내려와 쉬는 분들은 좀더 자연 친화적인 곳에서 주무시려고 하는 것이죠. 이런 수요는 분명 있어요. 지역색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관건이죠.”

경제 팟캐스트 ‘오디오로듣는키워드경제’에서 ‘빈집 프로젝트’ 얘기를 하는 남성준 대표(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오디오클립과 팟빵에서 ‘오디오로듣는키워드경제’ 팟캐스트에서 남 대표와 이데일리 기자들 간의 대화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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