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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려운 AI칩을 목표로…2~3년 안에 가성비 높은 제품 내놓을 것”
국내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AI 반도체 스타트업을 창업한 만큼, 특별한 계기나 투자 유치 등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했다. 백 대표는 “확신이 들었고 일단 AI를 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바로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그때부터 준비를 시작했다”면서 “미래에는 AI에 기회가 있을 것이고 스타트업이 해볼 만하고 할 수 있는 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대다수가 AI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기술의 핵심 기제인 반도체를 하겠다고 나서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극소수다. 그나마 이들도 기술적 난이도로 따지자면 비교적 진입이 쉬운 사물인터넷(IoT) 분야 쪽이다.
퓨리오사AI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데이터센터 서버에 들어가는 AI칩이다. AI칩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다. 백 대표는 “쉬운 것부터 해 나가라는 조언도 있었지만 이미 그런 분야는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엄청난 예산을 써가면서 진입해있다”며 “처음부터 밑에만 집중하고 있으면 위로 올라가기 점점 더 힘들 것”이라고 했다.
데이터센터용 칩의 경우 현재 범용성 있게 사용되는 제품이 없는 분야다. 엔비디아와 인텔도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스타트업으로서는 비교적 대기업들과 비슷한 선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게 백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기존에 없던 분야를 하는 만큼 정밀한 기술과 함께 빠른 판단이 중요하다. 소수 정예의 팀으로 꾸려진 스타트업이 경쟁력이 있는 이유”라며 “내년 초에는 시제품을 선보이고 2~3년 내에 시장에 내놓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퓨리오사는 이 달에 열리는 일종의 기술 경진 대회 성격의 글로벌 AI 벤치마크 ‘MLperf’에 참석해 개발 중인 데이터센터용 칩의 현 단계에서의 기술력을 평가받을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AI칩을 만드는 업체들이 참가해 기술력을 비교하고 평가하는 행사다. 한국에서는 삼성과 퓨리오사AI, 두 곳만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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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오사AI의 목표는 반도체 설계뿐 아니라 완성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것까지다. 백 대표는 “설계에서 양산까지 범용성 있는 AI칩을 만든다는 것은 엔비디아와 같은 회사가 나온다는 것”이라며 “지난한 길이 되겠지만 국내 기업들도 가야 할 길이다. 거기까지 갈 수 있는 원형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산 후에도 제품화해서 산업에 포트폴리오를 넣는 것에는 사실 큰 힘이 필요하다”면서 “기존 대기업,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들과의 긴밀한 공조 등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이 커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와와 퀄컴 등 글로벌 IT 공룡들도 기술력만을 가진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으나 파운드리 회사인 TSMC와 협력하며 같이 성장해 현재는 모두 해당 분야의 선두기업이 됐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과 젊은 세대의 참여 역시 필수적이라는 게 백 대표 생각이다.
백 대표는 “전설적인 가수 조용필 씨를 훈련시킨다고 해도 BTS처럼 될 수는 없다”며 “시스템반도체 영역은 지금 20~30대들이 코드도 맞고 근본 실력도 더 뛰어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