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엔비디아·퀄컴도 스타트업으로 시작…데이터센터용 칩 만들것“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인터뷰
삼성전자 나와 팹리스 스타트업 창업…“미래엔 무조건 AI에 기회”
“韓도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조성 필요…2030이 주도해야”
  • 등록 2019-10-04 오전 4:56:29

    수정 2019-10-04 오전 4:56:29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2013년에 운동하다 아킬레스건을 다쳐 1년간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었습니다. 지루하기도 하고 평소 관심이 있었던 인공지능(AI)과 관련된 책이며 자료들을 구해 공부를 하게 됐어요. 그때가 ‘알파고’가 터지기 직전이었죠. 대학 때부터 전기공학을 전공하면 AI에 대한 관심은 가지고 있었지만 이때 확신이 들었죠. 아, 미래에는 무조건 AI가 핵심 기술이 되겠구나. AI가 모든 학문을 종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우리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술이 되겠다는 확신이었습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 ‘D2스타트업팩토리’에서 만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AI가 모든 학문을 종합하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백준호(사진) 퓨리오사AI 대표는 ‘잘 나가는’ 삼성전자(005930) 연구원에서 혈혈단신으로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든 배경을 묻는 질문에 “당연히 뛰어들어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했기에 별로 어렵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가장 어려운 AI칩을 목표로…2~3년 안에 가성비 높은 제품 내놓을 것”

국내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AI 반도체 스타트업을 창업한 만큼, 특별한 계기나 투자 유치 등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했다. 백 대표는 “확신이 들었고 일단 AI를 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바로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그때부터 준비를 시작했다”면서 “미래에는 AI에 기회가 있을 것이고 스타트업이 해볼 만하고 할 수 있는 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대다수가 AI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기술의 핵심 기제인 반도체를 하겠다고 나서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극소수다. 그나마 이들도 기술적 난이도로 따지자면 비교적 진입이 쉬운 사물인터넷(IoT) 분야 쪽이다.

퓨리오사AI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데이터센터 서버에 들어가는 AI칩이다. AI칩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다. 백 대표는 “쉬운 것부터 해 나가라는 조언도 있었지만 이미 그런 분야는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엄청난 예산을 써가면서 진입해있다”며 “처음부터 밑에만 집중하고 있으면 위로 올라가기 점점 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술 스타트업들의 경우 작지만 비교적 빠른시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것부터 하면서 ‘레퍼런스’를 만들면서 가는 것과, 높은 목표를 정하고 될 때까지 인내하면서 밀고 가는 길이 있다”며 “테슬라를 비롯한 미국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거의 후자를 선택한다”고 덧붙였다.

데이터센터용 칩의 경우 현재 범용성 있게 사용되는 제품이 없는 분야다. 엔비디아와 인텔도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스타트업으로서는 비교적 대기업들과 비슷한 선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게 백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기존에 없던 분야를 하는 만큼 정밀한 기술과 함께 빠른 판단이 중요하다. 소수 정예의 팀으로 꾸려진 스타트업이 경쟁력이 있는 이유”라며 “내년 초에는 시제품을 선보이고 2~3년 내에 시장에 내놓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퓨리오사는 이 달에 열리는 일종의 기술 경진 대회 성격의 글로벌 AI 벤치마크 ‘MLperf’에 참석해 개발 중인 데이터센터용 칩의 현 단계에서의 기술력을 평가받을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AI칩을 만드는 업체들이 참가해 기술력을 비교하고 평가하는 행사다. 한국에서는 삼성과 퓨리오사AI, 두 곳만 참석한다.

백준호 대표가 이끄는 퓨리오AI는 AI 반도체 중에서도 가장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데이터센터용 칩에 도전한다. 그는 “당장의 성과를 위해 쉬운 것부터 해서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가왕’ 조용필도 BTS처럼 할 수는 없어…2030이 시스템반도체 주도해야”

퓨리오사AI의 목표는 반도체 설계뿐 아니라 완성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것까지다. 백 대표는 “설계에서 양산까지 범용성 있는 AI칩을 만든다는 것은 엔비디아와 같은 회사가 나온다는 것”이라며 “지난한 길이 되겠지만 국내 기업들도 가야 할 길이다. 거기까지 갈 수 있는 원형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산 후에도 제품화해서 산업에 포트폴리오를 넣는 것에는 사실 큰 힘이 필요하다”면서 “기존 대기업,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들과의 긴밀한 공조 등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이 커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와와 퀄컴 등 글로벌 IT 공룡들도 기술력만을 가진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으나 파운드리 회사인 TSMC와 협력하며 같이 성장해 현재는 모두 해당 분야의 선두기업이 됐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과 젊은 세대의 참여 역시 필수적이라는 게 백 대표 생각이다.

미국은 이미 쥐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패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 주력하고 있고,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백 대표는 “전설적인 가수 조용필 씨를 훈련시킨다고 해도 BTS처럼 될 수는 없다”며 “시스템반도체 영역은 지금 20~30대들이 코드도 맞고 근본 실력도 더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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