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19에 휩쓸린 예술현장, 직접지원이 필요하다

  • 등록 2020-07-07 오전 5:45:00

    수정 2020-07-07 오전 5:45:00

[홍태림 미술비평가(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충분히 예견된 재난인 코로나19가 결국 2020년 벽두에 창궐하자 정부와 지자체는 허겁지겁 여러 대책을 쏟아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렇게 마련된 대책들 중 일부는 많은 이들의 헌신과 노력 덕분에 꽤 성과를 거두어 한국식 방역이라는 신조어를 추동해내기도 했다.

홍태림 미술비평가
그러나 한편에서는 예술계의 경우처럼 정부의 대책들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해 절박한 당사자들에게 희망보다는 실망을 떠안기는 경우도 있다.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해 기재부가 발표한 경제동향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대면 중심 예술활동은 어느 영역보다도 큰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물론 정부와 지자체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다양한 긴급지원을 계속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 긴급지원들은 공모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아서 생존의 기로에 선 당사자들 사이에 다시 적자생존의 논리를 강제하는 측면이 있다.

게다가 이렇게 불쾌한 경쟁과 낙오를 감수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준비한 긴급지원을 손에 쥐게 되더라도 그 내용물은 만성 생활고에 시달리는 다수의 예술가 및 예술단체에 대한 저금리 융자나 간접지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제적 대응이 전무한 상태에서 마련된 공급자 중심의 공모-간접지원은 때때로 성급한 판단과 뒤섞여 불길한 징조를 드러내기까지도 한다. 최근 서울시는 코로나19로 침체된 미술계를 부흥하기 위해 3차 추경에서 32억 원을 공공미술 작가 지원 및 활성화 사업에 편성했다. 그래서 현재 많은 예술가와 시민은 과밀도시인 서울에서 이러한 사업이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 중인 것을 매우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서울시의 공공미술 사업에 대한 우려가 떠오르는 와중에 문체부는 다른 한편에서 엄청난 규모의 공공미술 사업을 준비 중이다. 문체부는 1699억 원 규모의 3차 추경 일자리 사업에서 전체 추경액의 45%인 759억 원을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편성했다. 이 사업은 전국 기초지자체별로 4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 1개를 지원해 미술인 8436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골자로 한다.

계산해보면 이 사업에 참여하는 동안 미술인 1명에게 돌아가는 순수익은 대략 300만~400만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00년대의 공공미술 사업들이 낳은 명암에 대한 분석과 예술현장의 조언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급조된 간접지원 사업들이 예술가와 국민에게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서울시와 정부가 이 예산을 예술가들에게 직접 지원한다면 더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를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여러 행정적 한계를 돌파해 직접지원이 확대되더라도 그것이 코로나19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코로나19의 초장기화를 견디려면 정부가 영국처럼 복권기금을 헐어서라도 재원을 만들어 예술인을 직접 지원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예술계는 정부가 예견된 재난을 외면해온 대가로 임기응변식 대책들로 버티는 게 전부인 답답한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버텨내서 코로나19가 종식되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언제 다시 더 강력하게 돌아올지 모를 전염병에 대비해 사회보장 제도의 사각지대를 획기적으로 보완하는 것은 물론이고 예술재난 보험, 예술재난 기금 등과 같은 선제적 대비책들도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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