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민국이 '성범죄 조장국'으로 눈총받는 까닭

  • 등록 2020-08-03 오전 5:00:00

    수정 2020-08-03 오전 5:00:00

정부가 우리 외교관의 성추문 사건에 미온적으로 일관하며 나라 망신을 키우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그제 현지 TV에 출연해 뉴질랜드 대사관 근무 당시 성추문 혐의를 받는 한국 고위 외교관에 대한 현지 조사를 거듭 촉구하며 “문재인 대통령도 알고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저신다 아던 총리도 최근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한 바 있다. 정상 간 통화에서 개별 성추문 사건이 현안으로 언급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현지 방송에서는 한국 정부가 성추행범을 비호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웰링턴 법원이 지난 2월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나 당사자는 이미 동남아 주요국 총영사로 옮겨갔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당사자는 2017년 현지 대사관 근무 당시 뉴질랜드 국적인 남자 직원을 3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외교부 자체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함으로써 감봉 1개월 처분으로 사건이 마무리되고 말았다. 외교부는 외교관 성범죄가 빈발하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으나 그에겐 딴 나라 얘기였던 셈이다.

이 사건은 우리 정부가 고위 외교관의 성범죄를 솜방망이 처벌로 어물쩍 넘기려다 당사국의 끈질긴 문제 제기로 나라 망신을 자초한 게 핵심이다. 외교부는 외교관 면책특권을 내세워 CCTV 조사 등에 대한 뉴질랜드 정부의 협조 요청을 거부했고 혐의 당사자를 사실상 도피시켰다는 지적까지 받는 데다 당사자의 현지 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개인이 결정할 일”이라며 딴청을 부리고 있다.

국내 법원은 최근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플랫폼 운영자의 미국송환 거부로 나라 안팎의 질타를 받았다. 이미 1년 6개월 복역을 끝낸 터에 ‘국내 추가 수사’라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정부 관련기관들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범죄에 침묵하며 ‘2차 가해’를 키웠다는 비난도 거세다. 이쯤이면 대만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성범죄 조장 국가’라는 비아냥을 듣기 십상이다. 외교부는 성희롱 외교관에 대한 뉴질랜드와의 갈등을 단호하게 처리해야 한다. 시간을 끈다고 해서 그냥 가라앉을 사건이 아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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