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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치 않은 '물방울·색점'…컬렉터 유혹하는 김창열·김환기

23일 서울옥션 올해 첫 '제159회 미술품 경매'
'지난달 별세' 추상미술거장 김창열
대표작 '물방울' 8점 시대별로 선봬
1977년 100호작품 추정가 최고 7억
김환기 1967년 작 '무제' 최고 20억
색점 독특…60년대 회화서 가장 커
  • 등록 2021-02-22 오전 3:30:02

    수정 2021-02-22 오전 3:30:02

김창열의 ‘물방울’(2013·왼쪽)과 김환기의 ‘무제’(1967). 두 작품 모두 ‘흔치 않은 물방울과 색점’으로 컬렉터를 유혹한다.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 1면에 투명하고 맑은 물의 얼룩을 띄운 ‘물방울’은 신문지에 올린 물방울 회화의 2000년대 버전. 김환기 특유의 반추상화와 전면점화 그 중간쯤에 놓을 만한 ‘무제’는, 두꺼운 마티에르로 살려낸 푸른 바탕에 노랗고 빨갛고 파란 색점을 감각적으로 찍어냈다. 23일 서울옥션 ‘제159회 미술품 경매’에서 각각 추정가 1400만∼2500만원과 10억∼20억원에 나선다(사진=서울옥션).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물방울을 그리는 것은 모든 사물을 투명하고 텅빈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용해하는 행위다.”

스스로 뱉은 그 말처럼, 남김없이 녹여내고 홀연히 떠났다. 새해 벽두부터 비보를 알린 한국 추상미술의 대가 김창열(1929∼2021) 화백 얘기다. 화백은 지난달 5일 숙환으로 타계했다. 하지만 ‘작가는 가도 작품은 남는다’고 했던가. 그이의 ‘물방울’ 작품들이 이미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은 경매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올해 미술품 경매시장에 ‘물방울’ 작품들은 가히 ‘패키지’로 쏟아지며 컬렉터의 관심을 한껏 끌어올리는 중이다.

서울 강남구 언주로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23일 여는 서울옥션 ‘제159회 미술품 경매’에는 김창열의 ‘물방울’ 작품이 8점 나온다. 올해 들어 처음 여는 메이저경매에 서울옥션은 김창열이 평생 화두로 삼은 ‘물방울’이 탄생한 1970년대 초반 이래 말년까지, 반백년 동안 이어진 물방울 회화를 연대별로 꺼내놨는데. 덕분에 비단 작품을 팔고 사는 경매로서뿐만 아니라 그이의 작품세계를 다시 들여다보는 기회로서도 의미를 채우고 있다.

김창열의 ‘물방울’(1986). 23일 서울옥션 ‘제159회 미술품 경매’에 출품한 8점 중 한 점이다. 194.3×294.5㎝의 대작으로 여느 작품보다 훨씬 많이 박힌 물방울이 압도한다. 길게 드리운 그림자 덕에 가뜩이나 큰 화면은 물방울로 차려놓은 잔칫상인 듯하다. 추정가 2억 8000만∼4억원(사진=서울옥션).


이보다 앞선 예고편은 지난달 나왔다. 케이옥션이 ‘1월 경매’에 김창열의 ‘물방울’ 작품 4점을 출품했던 터. 타계 후 진행한 첫 경매에는 1983년 작품 1점 외에 2000년대 제작한 3점(2000·2003·2018년)이 나서 색다른 매력을 풍겼더랬다. 결과도 좋았다. 시작가 5000만원에 출발한 ‘물방울 SH84002’(1983)가 경합 끝에 그 3배에 이르는 1억 5000만원에 팔려나갔고, 2000년대 3점도 모두 낙찰됐다. 5500만원에 시작한 ‘물방울 SA3014-03’(2003)이 1억원에, 2500만원을 처음 호가한 ‘물방울 SB200011’(2000)은 5200만원에, 역시 2500만원에 시작한 ‘물방울 SA201806’(2018)은 5000만원을 부른 새 주인 품에 안겼다.

△김창열 ‘물방울’ 쏟아져…8점 한꺼번에 출품

시작은 소소한 한 점에 불과했다. ‘물방울’의 탄생이 말이다. 작정해 찾은 것도, 흉내를 낸 것도 아닌 진짜 우연이었단다. 프랑스 파리에 머물던 1972년, 화실처럼 쓴 고약한 마구간에서 물을 뿌려둔 캔버스가 계기라면 계기다. 지독하게 가난했던 화가는 말라붙은 유화물감을 떼어내 재활용할 요량이었던 거다. 다음 날 아침, 눈에 들어온 건 유화물감이 아니었다. 영롱하게 빛나는 물방울이었다. 그이가 그날 유화물감을 떼어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물방울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이후 ‘미친 변주’는 선택이 아닌 필수코스였을 거다. 유화를 기본으로 아크릴·수채·먹, 캔버스가 아니라면 마포·신문지·모래·나무판·한지, 여기에 붓과 에어브러시 등등, 오로지 물방울 하나 맺히게 하는 데 동원한 도구는 차고 넘쳤다.

사실 김창열은 경매에선 매회 빠지지 않는 ‘단골작가’다. 하지만 그이의 ‘물방울’ 8점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건 처음이 아닐까 싶다. 이번 경매에서 가장 조명을 받는 작품은 1977년 제작한 100호 규모의 ‘물방울’(161.5×115.7㎝). 거친 마포에서도 빛나는, 크고 작은 물방울을 규칙 없이 얹은, 비교적 초기작이다. 추정가는 4억 8000만∼7억원이다.

1986년 작품인 ‘물방울’은 일단 규모에서 압도한다. 194.3×294.5㎝의 대작으로 여느 작품보다 훨씬 많이 박힌 물방울이 시선을 끈다. 게다가 길게 드리운 그림자 덕에 가뜩이나 큰 화면은 온통 물방울로 차려놓은 잔칫상인 듯하다. 추정가 2억 8000만∼4억원을 걸고 응찰을 기다린다.

김창열의 ‘물방울’(1977). 23일 서울옥션 ‘제159회 미술품 경매’에 출품한 8점 중 한 점이다. 161.5×115.7㎝ 규모의 거친 마포에 크고 작은 물방울을 규칙 없이 얹은, 비교적 초기작이다. 추정가 4억 8000만∼7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사진=서울옥션).


흔하게 볼 수 없던 ‘물방울’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불투명한 흰색으로 물방울이라기보단 물거품에 가까워 보이는 ‘무제’(1968)가 그중 한 점. 1960년대 중후반 미국 뉴욕에 머물던 때, ‘캔디’라고 불린 색색의 구를 그렸던 당시의 그림이다. 어찌 보면 1970년대 본격적인 물방울 시대를 여는 초석이라 할 작품이다. 추정가는 2억∼3억원.

신문지에 올린 물방울의 2000년대 버전도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 1면에 투명하고 맑은 물의 얼룩을 띄운 ‘물방울’(2013)이다. 김창열은 이미 1970년대 중반 이 같은 작업을 했더랬다. 역시 프랑스 일간지인 ‘르 피가로’ 1면에 수채물감으로 물방울을 그려 넣으며, 현실세계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그후 40년 뒤 다시 탄생한 신문지 물방울 회화가 추정가 1400만∼2500만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참고로 지금껏 김창열의 ‘최고가 작품’은 마포에 그린 유화 ‘물방울’(195×123㎝·1973)로, 2016년 3월 케이옥션 홍콩경매에서 5억 1282만원에 낙찰됐다.

김창열의 ‘무제’(1968). 23일 서울옥션 ‘제159회 미술품 경매’에 출품한 8점 중 한 점이다. 1960년대 중후반 미국 뉴욕에 머물던 때 ‘캔디’라고 불린 색색의 구를 그렸던 당시의 그림이다. 1970년대 본격적인 물방울 시대를 여는 초석이라 할 만하다. 추정가 2억∼3억원에 나선다(사진=서울옥션).


△김환기 색점 ‘무제’ 향한 기대감…이인문 ‘산정일장’ 최고가 출품

경매시장뿐만 아니라 미술시장을 끌어올릴 ‘카드’로 여전히 기대를 접을 수 없는 김환기(1913∼1974)의 뉴욕시대 3점은 이번 경매의 또 다른 볼거리다. 무엇보다 1967년 작품인 ‘무제’는 1960년대 그이의 작품 중 가장 큰 규모(127.3×177.4㎝)로 주목 받는다. 김환기 특유의 반추상화와 전면점화 그 중간쯤에 놓을 만한 ‘무제’는, 두꺼운 마티에르로 살려낸 푸르고 넓은 바탕에 노랗고 빨갛고 파란 색점을 찍어내고 있다. 자연과의 교감을 이루는 조형세계를 표현했다는 의미도 의미지만 감각적인 리듬감이 단박에 혹할 만한 외형을 지니고 있다. 추정가는 10억∼20억원이다. 이외에도 실험적인 십자구도가 선명한 ‘14-Ⅶ-69 #87’(1969)이 추정가 2억∼3억원, 핑크빛 붉은 바탕에 푸른 달과 산을 상징적으로 올린 ‘무제’(1966)가 추정가 2억 5000만∼4억원에 나선다.

지난달 오랜 침묵을 깨고 케이옥션에 출품한 김환기의 전면점화 ‘22-Ⅹ-73 #325’(1973)가 시작가 30억원을 부르며 시장의 소생을 노렸지만 경매 직전 출품이 취소되며 무위에 돌아갔던 터. 때문에 잠든 큰손을 깨우는 시그널로서 김환기를 향한 기대감이 이번 경매로 고스란히 옮겨오게 됐다.

고송유수관 이인문의 8폭 병풍 ‘산정일장’(연도미상). 낮잠 자고 차 마시고 책 읽고, 소박하고 평화로운 문인의 일상을 읊은 시 ‘산정일장’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현전하는 이인문의 ‘산정일장’ 중 가장 큰 규모다. 23일 서울옥션 ‘제159회 미술품 경매’에서 시작가 20억원부터 호가를 높여간다(사진=서울옥션).


고미술부문에선 고송유수관 이인문(1745∼1821)의 ‘산정일장’(山靜日長·연도미상)이 단연 돋보인다. 낮잠 자고 차 마시고 책 읽고, 소박하고 평화로운 문인의 일상을 읊은 시 ‘산정일장’은 조선시대 사대부의 이상적인 은거의 삶이기도 했다. 이인문은 이를 그림으로 탁월하게 표현한 대표 화가로 꼽힌다. 출품작은 현전하는 이인문의 ‘산정일장’ 중 가장 큰 규모(47.7×115.7㎝)로 묶인 8폭 병풍이다. 크기도 크기지만 양호한 보존상태가 가치를 높이고 있다. 시작가 20억원부터 호가를 높여갈 작품은 이번 경매의 최고가 출품작이기도 하다.

예정했던 3점이 출품을 취소한 가운데 이번 경매에 나선 작품은 총 190점. 약 120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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