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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한파에다 평창올림픽 롱패딩 열풍을 계기로 유행까지 타면서 최근 각 대학에서 롱 패딩을 공동구매(공구)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단과대나 동아리별로 맞춰 입던 야구 점퍼 형태의 ‘과잠’(과 단체 점퍼)’이 유행을 따라 롱 패딩 스타일로 바뀌는 추세다. 학생들은 “여럿이 주문하니 가격도 저렴한 데다 질도 나쁘지 않다”고 말하지만, 일부에서는 “학벌을 과시하는 게 아니냐”며 눈을 흘기기도 한다.
각 단과대나 동아리에서는 학교 마크나 동아리 이름 등을 새긴 롱 패딩을 제작한 뒤 주문 의사를 물어 공동 구매를 진행한다. 30개 제작을 기준으로 솜으로 된 롱 패딩의 경우 1인당 약 5만~7만원에, 오리털이 포함된 제품은 8만~9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한꺼번에 수백명이 구매할 경우 가격은 더 내려간다. 백화점 등 시중에서 판매하는 롱 패딩 가격이 최소 10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을 웃도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이 때문에 대학가에선 단체 구매한 롱 패딩을 즐겨 입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이모(24)씨는 “학과에서 맞춘 롱 패딩만큼 따뜻한 겉옷이 없다”면서 “괜한 자격지심 때문에 학벌 과시라고 비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모(23)씨도 “수십 만원 하는 비싼 브랜드를 입는 게 오히려 돈 자랑 하는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박모(22)씨는 “사회가 명문대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입시킬 땐 언제고 막상 모교에 자부심을 가지면 아니꼽게 본다”며 “애정이 있어 학교 로고가 박힌 롱 패딩을 입는 것을 나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벌 과시’ ‘구별 짓기’ 등 불편하게 여기는 시선도 여전하다.
권모(24)씨는 “학벌주의가 공고한 사회에서 명문대가 아닌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박탈감을 줄 수 있다”며 “다니지도 않는 명문대 로고가 박힌 롱 패딩을 따로 구입하려는 친구들도 있다”고 전했다.
한 맞춤 제작 업체 관계자는 “서울 시내 명문대 뿐 아니라 지방 전문대에서도 학교 로고를 넣은 롱 패딩을 제작해 달라는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며 “특히 체육대나 예술계 대학에선 지방대 명문대 가릴 것 없이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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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용면에서 효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라 볼 수 있다”며 “특정 집단의 구성원이 됐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학생들이 단체 제작 옷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이어 “현상 자체를 긍정 또는 부정할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