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암호화폐 읽기]<32>급한 불은 껐지만…여전히 아리송한 회계처리

자산 인식되는 암호화폐…보유기업엔 유동자산 적용
거래 활성화된 코인, 시가 가치반영…그외엔 취득원가로
채굴·ICO로 취득·보유, 자산·재화취득 등 기준 불분명
  • 등록 2018-04-25 오전 6:28:24

    수정 2018-04-25 오전 9:16:42

암호화폐를 현금, 현금등가물, 금융상품, 무형자산, 재고자산, 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등 기존 회계 항목에 포함할 경우 이슈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별도의 항목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료= 이한상 고려대 교수)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앞서 우리는 암호화폐가 아직까지는 화폐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인 이유들을 살펴 봤구요, 따라서 자산으로서 인식되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또 이렇게 자산으로 인식되다보니 자연스레 자산 거래를 통해 얻는 소득에 대한 세금 부과가 이슈가 되고 있다는 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산으로서의 암호화폐를 어떻게 기업 회계에 반영할 것인가 하는 또 하나의 이슈를 함께 짚어보고자 합니다.

일단 지난 13일 코스닥 상장사인 비티씨코리아닷컴이 공시한 감사보고서를 살펴 보겠습니다. 이 회사는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비티씨코리아측은 빗썸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암호화폐는 모두 자산, 그 중에서도 유동자산, 세부적으로 당좌자산(quick asset)으로 반영한 반면 고객이 거래하는 과정에서 거래소측이 위탁 보관하고 있는 암호화폐는 자산에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회사측은 주석에서 “암호화폐가 과거 거래나 사건의 결과로서 현재 기업 실체에 의해 지배되고 미래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자원인 만큼 재무회계상 자산 개념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현금이나 주식과 같이 1년내 현금화가 가능한 것은 물론 얼마나 돈이 들어올지 측정할 수 있으며 공정한 방법에 의해 평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동자산 중에서도 당좌자산으로 분류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지난 회계연도말 감사보고서를 보면 거래소가 보유한 암호화폐를 자산, 특히 유동자산(붉은색)으로 분류하고 있다. 반면 고객이 거래하면서 거래소가 맡게 된 암호화폐는 자산으로 반영하지 않았다. (그래픽=dart 시스템)


우리가 비티씨코리아라는 회사의 연간 감사보고서에 이처럼 주목하는 이유는, 암호화폐는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면서도 아직까지 공식적인 회계처리기준이 만들어지지 않은 터라 빗썸의 암호화폐 회계처리가 거래소뿐 아니라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게 선례가 될 것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비티씨코리아도 감사보고서 작성전 이를 한국회계기준원에 질의했고 회계기준원은 올 2월 “암호화폐가 자산의 정의와 기준에 부합한다면 이를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암호화폐를 단기로 운용할 것으로 판단하면 유동자산으로, 1년 이상 장기로 운용할 것으로 판단하면 고정자산으로 분류하면 된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계정과목은 회사 스스로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또 유동자산으로 반영할 경우에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거래량과 유동성이 풍부해 언제든 구매자와 판매자를 찾을 수 있고 가격도 공개되는 암호화폐는 시가로 공정가치를 산정하되 거래가 많지 않은 여타 알트코인은 최초 취득원가로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통)시장이 활성화된 암호화폐의 경우 매 결산시점에 시가로 평가손익을 따져 당기이익이나 손실로 반영하면 됩니다.

결국 암호화폐라는 별도의 계정과목만 다를 뿐 특정 기업이 단기로 주식을 사서 보유했을 때와 사실상 동일한 방식의 회계 처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계기준원 역시 암호화폐를 사고 파는 것이 본질적으로 주식이나 채권을 매매하는 것과 비슷한 성격이라는 판단을 내린 셈입니다. 다만 당좌자산은 1년내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와 연결돼 있는 만큼 단기간에 수십배나 불어난 암호화폐 자산을 현재의 공정가치로 갚을 수 있는지도 당좌자산 적용의 적절성에 의문을 낳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투기 목적일 경우 자산으로 잡지 않고 평가손익에 따라 손실로 처리하거나 (이익이 날때) 자본으로 처리하도록 한 파생상품 회계처리에 따라 암호화폐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런 반론을 차치하고라도 앞으로 정리해야할 이슈는 훨씬 더 많습니다. 암호화폐를 보유한 기업들이 이를 유동자산으로 반영하더라도 거래소별로, 국가별로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공정가치 산정시 어디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또 거래소에서의 매매가 아니라 애초에 채굴(mining)을 통해 암호화폐를 보유한 경우 채굴 당일의 시가를 취득원가로 적용해야 하는지, 암호화폐발행(ICO)으로 코인을 보유한 발행기업이나 투자자의 장기 보유 의사를 어떻게 반영할지, ICO를 실시한 기업이 조달한 자금은 원금 반환 의무가 없는 만큼 이를 부채로 반영할지, 자본으로 처리할지도 판단이 필요합니다. 또 이렇게 ICO로 조달한 자금으로 부채를 상환했을 때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도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활발하지 않지만 암호화폐를 이용해 부동산과 같은 유형자산을 취득하거나 특정 상품을 구입한 경우, 회사가 종업원들에게 급여를 암호화폐로 지급한 경우 등도 이슈가 남아있긴 합니다.

어찌됐건 암호화폐 활용도가 차츰 높아지고 있고 앞으로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회계처리 방식도 글로벌 차원에서의 조율이 필요해 보입니다. 호주 회계기준원은 지난 2016년 말 암호화폐 회계처리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후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 미래연구안건으로 상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상정되진 않았습니다. 미국의 경우 디지털 상공회의소가 지난해 6월 미국회계기준위원회에 암호화폐 회계처리안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한 뒤 현재 연구가 진행되고 있구요, 일본은 2016년 금융청(FSA)이 암호화폐를 자금결제수단으로 인정하는 법을 개정한 후 일본회계기준위원회가 지난해 12월 공개초안을 작성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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