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센징 돌아가!"…혐한 기류에 모욕 당하는 日취업 한국인들

최근 ‘일본 취업’ 인기…5년 새 취업자수 2배 늘어
폭언·욕설 듣지만…외국인 신분으로 대응 힘들어
국내 반일 분위기도 신경쓰여 SNS 활동 중단하기도
  • 등록 2019-07-30 오전 6:17:00

    수정 2019-07-30 오전 9:50:59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학생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일본의 강제징용 사죄 촉구 및 전범 기업 규탄 기자회견을 하던 중 욱일기와 아베 총리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조센징(朝鮮人·일제강점기 이후 한국인을 낮춰 모욕적으로 부르는 말), 너희 나라로 돌아가서 X이나 처먹어.”

일본 현지 케이블TV업체에 취직한 A(29)씨는 2주 전 방문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 찾았던 일본 한 가정집에서 이같은 폭언을 들었다. 이 집에 살고 있던 70대 일본인 노인은 A씨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자마자 다짜고짜 막말부터 퍼붓기 시작했다.

이 노인은 A씨에게 “징용이나 위안부나 전쟁하면 다 일상적으로 있는 일 아니냐”며 “조선인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해 임금까지 다 받아 놓고선 이제 와서 딴소리한다”며 큰소리를 쳤다. 이를 들은 A씨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외국인이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일 많은 일본까지 와서 취업했는데…일본내 혐한 기류 곤혹

최근 수 년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한국내 상황과 오히려 일할 사람이 모자라는 일본의 구인난이 맞물리며 일본 취업을 선택한 한국인이 급격히 늘어났다. 실제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일본으로 취업한 한국인은 지난 2013년 3만4100명에 불과했다가 지난해엔 6만2516명으로 불과 5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나 이달 들어 일본의 수출규제와 그에 따른 한국인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으로 한일 두 나라 관계가 급격하게 악화한 탓에 일본 현지에 취업한 한국인들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여있다. 이들은 요즘 들어 일본인들의 왜곡된 역사관에 대한 주장이나 폭언, 욕을 부쩍 많이 듣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A씨도 “평소에도 한국인에 대한 비난이 어느 정도 있긴 했지만 최근 그런 경우가 잦아졌다”며 “한 달에 50번 정도 가정 방문을 하면 한두 집에서 험담이나 폭언이 나오는데 이달엔 벌써 10번을 훌쩍 넘었다”고 말했다. 다른 일본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B씨도 “지난주에 한 이웃 할아버지가 `너네 나라는 왜 그렇게 과거에도 지금도 거짓말만 하느냐`고 빈정대더라”며 “친한 이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말을 하는 걸 들으니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일본 내 한국인 직장인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외국인 신분이어서 강하게 대응하기 힘들다. A씨는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없이 최대한 말을 아끼는 편”이라며 “폭언이 지나치다고 판단될 땐 ‘계속 그런 식으로 험담하면 회사 차원에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하는 식으로 대처한다”고 토로했다. 비슷한 일을 겪은 재일 한국인 직장인들은 험담이나 폭언을 못 들은 척하는 등 직접적 마찰을 피하고 있다.

국내 분위기도 신경…이리저리 치이는 재일 한국인 직장인

재일(在日) 한국인 직장인들은 반일 감정이 고조되는 국내 분위기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일본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직장인 C씨는 일본에서의 일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던 취미를 최근에 그만뒀다.

C씨는 “일본 관련 배경이나 음식 등을 SNS에 올리자 한국 친구들이 `너는 친일파냐`는 식으로 댓글을 달았다”며 “물론 농담이었겠지만 그 말을 듣고는 실제로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는 일단 SNS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일 한국인 직장인들은 두 국가 간의 다툼으로 혹시나 괜한 불똥이 튈까 걱정하기도 한다. 재일 직장인 커뮤니티 등에선 한일 갈등이 혹시 비자 갱신, 재류자격 심사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 불안하다는 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한일 간의 갈등이 빨리 마무리돼 불안하고 불편한 분위기가 하루 빨리 개선되길 바라고 있다. A씨는 “주변 일본인 중 절반 이상은 ‘한일 분쟁으로 신변에 지장이 없느냐’며 걱정한다”며 “두 나라 간의 외교 관계를 극단으로 끌고 가 정치에 이용하는 이들이 문제”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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