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헌재 판단 이후 종교활동 재개, 양심적 병역거부 아냐"

'병역법 위반 혐의' 여호와의 증인 신도 남성, 유죄 확정
재판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보기 어려워"
종교활동 중단 9년 만에 재개…형사 전력도 있어
피고인 "헌재 결정 몰랐다"
  • 등록 2020-09-21 오전 6:00:00

    수정 2020-09-21 오전 6:00:00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양심적 병역거부를 사실상 인정하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온 이후 중단했던 종교활동을 재개한 경우, 병역 거부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앞서 받은 수차례 받은 형사처분 전력도 이 같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이데일리DB)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성 A씨에 대해 유죄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1심은 병역거부 당시 피고인의 종교적 신념이 깊거나 확고하다고 볼 수 없고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으며, 원심은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며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병역법 위반 사건에서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할 경우, 그 양심이 과연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를 가려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피고인의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등이 주요한 판단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6년 침례를 받아 정식으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됐으나 2009년 종교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2012년 현역병 입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2017년까지 복학 및 자기계발을 이유로 입영연기를 신청했다. 다만,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사유를 들어 병역거부 의사를 드러내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2018년 6월 헌재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는 병역종류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후, 같은 해 9월 종교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그는 같은 해 8월 입영을 앞두고 정상적으로 군에 입대해 복무할 생각이었으나, 입영 바로 전날에야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기로 마음먹고 종교활동을 다시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헌재의 결정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그는 앞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특수절도 등 사건으로 소년보호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범인도피죄, 자동차관리법 위반죄와 사기죄로 각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고, 그 밖에도 무면허운전과 음주운전으로 7차례에 걸쳐 입건돼 처벌 받은 바 있다.

1심은 “피고인이 병역 거부 당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전혀 몰랐다는 법정 진술은 신빙성이 없고,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성서 교리에 부합하는 태도도 아니라고 보인다”며 “형사처분을 받은 피고인의 삶을 보면, 성서 및 종교를 따르고자 하는 양심이 깊고 확고하고 진실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판시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이에 A씨와 검찰 모두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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