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투자의사결정 과정 달라져…경찰공제회, 강소조직으로 탈바꿈"

[마켓인]이도윤 前 경찰공제회 CIO
美캘퍼스·노르웨이 공제회 등 글로벌 기관 운용 사례 파악
탄력적 운용으로 급락장 수익 방어 성공
  • 등록 2020-10-22 오전 5:30:00

    수정 2020-10-22 오전 5:30:17

[이데일리 이광수 조해영 기자] 경찰공제회(이하 경공) 사상 첫 민간 출신이면서 동시에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CIO. 이달 4년의 임기를 마친 이도윤 전(前) 경공 CIO를 설명하는 수식어 중 하나다. 쉴새 없이 달려왔던 펀드매니저로서의 직에 잠시 쉼표를 찍고, 그동안 못 읽었던 책을 보며 다음 행보를 고민 중인 그를 지난 19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만났다.

경공 CIO 재임 기간 그가 가장 큰 성과로 꼽는 부분은 투자 의사결정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바꿨다는 점이다.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자산시장 불안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전체 운용수익률 4.2%를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바로 의사결정 시스템이다.

그는 “투자의사결정은 매크로 변수를 먼저 파악하고 어떤 섹터에 투자할지 결정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경공에) 왔더니 증권사들이 가져온 투자 건 중에서 어떤 것을 투자할지 결정하는 것을 투자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투자의사결정의 방법을 완전히 바꿨다”고 말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도윤 전 경찰공제회 금융투자이사(CIO)
수동적 투자 벗어나…“4년 내내 글로벌 투자기관 연구”

그동안 국내 기관들이 가져온 딜에 의존해왔지만, 이제는 매크로 변수와 함께 해외 유수의 연기금·공제회 투자 사례를 연구해 그들의 투자처에 함께 투자하는 방식으로 바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경공은 이 전 CIO 재임기간 동안 부동산을 제외한 나머지 대체투자 분야에서 국내 기관의 프로젝트 딜에 투자하지 않았다.

이 전 CIO는 “국내 증권사와 운용사는 그들이 수수료를 많이 남길 수 있는 프로젝트 딜(deal)만 가지고 오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수동적으로 국내 기관 딜을 고르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퇴직 공무원 공제회 캘퍼스(CalPERS)나 노르웨이 연금 등의 운용 사례, 그들이 투자한 상품에 대한 분석을 직원들과 함께 4년 내내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경공은 이제 국내 운용사가 가지고 온 대체투자 딜에 의존하지 않는다”며 “글로벌 기관들이 어떤 분야에 투자하는지 파악하고, 그 쪽에 전문성을 갖춘 세계적인 운용사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직원들의 시야를 넓히기 위해 기존에 1주였던 해외 출장기간을 2주로 늘렸고 출장비도 종전 수준의 10배로 늘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매주 아이디어 회의를 열어 각자 연구한 내용도 공유해오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도윤 전 경찰공제회 금융투자이사(CIO)
수익률로 증명…탄력적 운용으로 주식 전량 매도하기도

이 같은 투자의사 결정 재정비는 실제 수익률로 연결됐다. △2017년 7.3% △2018년 4.5% △2019년 5.5% △2020년 상반기 4.2%로 이 전 CIO 임기 내내 경공은 견고한 수익률을 유지했다. 특히 주식 운용부문에서는 2018년 글로벌 금융위기, 올해 코로나19로 급락장에서 탄력적인 의사 결정 리더십을 보이며 수익률을 방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전 CIO는 “201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지수가 하락 움직임을 보이자 사전적으로 보유 주식을 전부 매도하고 대신 맥쿼리인프라(088980)를 샀다”며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리 인상을 막자 지수가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주식 비중을 점차 늘렸다”고 말했다. 맥쿼리인프라는 투자 자산 성과가 좋고, 저금리 기조 속에서 배당매력이 부각되며 지난해 크게 올랐다. 맥쿼리인프라 수익률까지 고려한 경공의 지난해 주식 수익률은 16%를 기록했다.

올해 코로나19로 국내 증시가 급락할 때도 탄력적인 주식 운용은 유효했다. 경공은 코로나19로 증시가 흔들리자 코스피 지수 2015포인트에서 맥쿼리인프라를 제외한 모든 주식을 내다 팔았다. 지난 3월 코스피 지수가 1500선까지 하락했다. 발빠른 비중 축소로 손실을 최소화한 것이다. 그는 “실무자에게만 맡기지 않고 (CIO로써) 판단을 했다”며 “1980포인트에서 주식을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는데, 더 아래에서 사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탄력적인 운용으로 수익률 방어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투자의사 결정 명쾌해져…강소공제회 됐으면”

이 전 CIO는 “지난 2016년 작지만 강한 강소공제회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경공에) 왔다”며 “목표 달성 여부는 다른 사람이 판단하겠지만 금융조직만큼은 예전에 비해서 투자의사 결정이 명쾌해졌고 투명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다음 행선지는 그간 쌓아온 경험과 경력을 살릴 수 있는 곳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CIO는 “투신운용사에서 공모펀드와 기관자금, 증권사 고유자금, 보험사 일반자금, 주식과 채권, 대체 등을 두루 운용해봤다”며 “경공에서의 조직원을 육성하고 발전시켰던 경험까지 활용할 수 있는 기관이면 좋을 것 같고, 4년 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책도 읽으며 수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전 CIO는 한투증권과 한투운용, 삼성운용 등에서 채권운용팀장과 채권운용본부장을 거친 채권 전문가다. 지난 2016년 10월 경공에 CIO로 선임됐고 2018년에는 경공 사상 처음으로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이달 총 4년의 임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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