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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의 PICK]가해자와 피해자, 복수만이 답일까

남산예술센터 연극 '왕서개 이야기'
김도영 작가 희곡, 이준우 연출 무대화
"사람과 사람이 지켜여할 선 고민 담아"
코로나19로 연기돼 7개월 만에 무대
  • 등록 2020-10-27 오전 5:30:00

    수정 2020-10-27 오전 5:3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는 오직 복수만이 답이 될까. 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할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오는 28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초연하는 연극 ‘왕서개 이야기’다.

남산예술센터 연극 ‘왕서개 이야기’ 연습장면(사진=서울문화재단).
신예 김도영 작가의 희곡으로 남산예술센터의 미발표 창작희곡 투고 프로그램 ‘초고를 부탁해’를 통해 2018년 발굴된 작품이다. 남산예술센터가 지난해 미완성 희곡을 개발하는 남산예술센터 낭독공연 ‘서치라이트’로 선보인데 이어 올해 시즌 프로그램으로 관객과 정식으로 만난다. 극단 배다와의 공동제작으로 연출가 이준우가 무대화를 이끈다.

작품은 1950년대 전쟁이 끝난 뒤 일본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왕서개는 21년 전 일본인에게 아내와 딸을 잃은 인물이다. 이름과 국적을 모두 바꾸고 일본에서 살아온 왕서개가 자신의 가족을 죽인 일본인 가해자들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울분과 분노로 가득 찬 복수극이 연상된다. 그러나 ‘왕서개 이야기’는 복수 대신 왕서개가 일본인들가 만나면서 나누는 대화와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감정 변화에 집중한다. 왕서개 역의 배우 전준용을 비롯해 강신구, 박완규, 김은희, 이종윤 등 연극계 중견 배우들이 탄탄한 연기력으로 극을 이끈다.

왕서개는 복수보다 누가 자신의 아내와 딸을 죽였고 이들을 어디에 묻었는지를 궁금해 한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왕서개의 질문에 답을 피한다. 피해자 앞에서 진실을 감추는 가해자, 그런 가해자에게 복수 대신 자백서를 쓸 것을 요구하는 피해자의 모습에서 관객은 ‘복수만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인가’라는 질문을 곱씹어 보게 된다.

남산예술센터 연극 ‘왕서개 이야기’ 연습장면(사진=서울문화재단).
아직도 첨예하게 대립 중인 한일 관계를 생각해보면 다소 도발적이다. 가해자인 일본인 앞에서 물리적인 복수를 가하지 않는 왕서개의 모습 또한 관객 입장에선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는 말처럼 ‘왕서개 이야기’는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복수를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 연출은 “‘왕서개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고 서로 만날 때 지켜야할 선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며 “한 번 일그러진 관계나 약속, 사건은 쉽게 회복될 수 없음에 대해 관객과 함께 고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남산예술센터가 올해 시즌 프로그램 개막작으로 지난 3월 선보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연기돼 7개월여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됐다. 남산예술센터가 올해 마지막으로 선보이는 창작 초연 작품이기도 하다. 남산예술센터는 건물 소유주인 동랑예술원(서울예대) 측과의 임대계약 만료로 올 연말 폐관을 앞두고 있다.

이 연출은 “남산예술센터가 문을 닫는 시기에 올라가게 돼 아쉬움도 있다”며 “코로나19로 공연은 관객이 없으면 생각이 더 커진 지금, 관객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개막을 준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11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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