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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O 2020 대격변]③저유황유 판매 본격화… 정유업계, ‘전환설비’로 시장 선점

정유업계 이달들어 선사 대상 물량 공급 시작
SK이노, VRDS 건설로 저유황유 물량 극대화
현대오일·에쓰오일·GS칼텍스도 고도화설비로 승부
글로벌 ‘가격지표’도 등장, 내년 말까진 공급 부족할 듯
  • 등록 2019-10-10 오전 5:30:00

    수정 2019-10-10 오전 5:30:00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임차한 선박(왼쪽)이 해상 블렌딩을 위한 중유를 다른 유조선에서 수급 받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제해사기구(IMO) 2020’ 시행을 세 달여 앞둔 국내 정유업계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정유업계의 실적 가늠자인 정제마진이 올해 들어 긴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저유황유 수요 확대가 기대되는 IMO 규제는 업체들에겐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될 수 있어서다. 글로벌 정유업체들도 최근 저유황중유(LSFO) 생산에 돌입하는 등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어서 국내 업체들은 관련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체들은 이달부터 글로벌 선사들에게 저유황중유를 본격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경우 지난달부터 저유황중유 계약물량이 조금씩 늘고 있고 현대오일뱅크는 이달 들어 판매를 시작했다. 에쓰오일도 올 4분기 안에 공급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황 함량이 낮은 선박 연료를 써야 하는 글로벌 선사들이 테스트 물량으로 국내 정유업체들의 저유황중유 구매를 최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유황중유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정유업계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울산컴플렉스(CLX)내에 1조원을 투자한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를 건설하고 있다. VRDS는 고유황 연료유인 감압 잔사유를 저유황중유, 디젤 등으로 전환해주는 설비다. 지난 7일에도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VRDS 건설현장을 직접 찾아 임직원들을 독려하는 등 회사 차원에서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당초 VRDS 예상 완공시점은 내년 4월이지만, IMO 규제에 신속한 대응을 위해 완공 시기를 앞당기려고 하고 있다”며 “현재 조정동 등 일부 설비는 완공을 앞두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트레이딩 전문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통해 해상에서 반제품을 섞어 저유황중유를 생산하는 ‘해상블렌딩 사업’을 월 10만톤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황 함량이 0.1% 이하인 초저유황중유도 물량을 2배 늘리는 등 선제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울산컴플렉스내에 건설 중인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 공사 현장. 이 설비는 고유황 연료유인 감압 잔사유를 저유황중유 등으로 전환해준다. (사진=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도 기존 공장의 고도화설비를 증설하거나 새로운 공정설비를 신설하는 식으로 저유황중유 생산 확대 능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지난해 2400억원을 투입해 신설한 용제추출(SDA) 설비를 통해 고도화율을 높여 저유황중유 생산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됐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일단 저유황중유 전환 수요가 얼마나 될지 추이를 보고 탄력적으로 생산 물량을 조정할 계획”이라며 “고유황중유 생산은 외부상황에 맞춰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역시 신규 시설투자 및 기존 설비의 개선작업을 통해 시장 선점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잔사유 고도화시설(RUC·잔사유를 고부가가치 경질유로 전환하는 설비)의 상업가동을 시작, 고유황 벙커C유 생산량을 줄이는반면 황 함량이 낮은 경질유 생산을 키웠다. GS칼텍스는 고도화 설비와 함께 기존 공장 연료인 벙커C유 등 저유황유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하고, 저유황중유를 외부에 판매하는 식의 전략을 짜고 있다.

최근 글로벌 정유시장은 IMO 2020으로 인해 요동치고 있다. 우선 글로벌 석유제품 거래시장인 싱가포르 선박용 연료유 시장에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황 함량 0.5% 저유황중유’ 카테고리가 새롭게 열렸다. 이전엔 황 함량 3.5% 이상 제품들이 대부분이었지만 IMO 규제를 앞두고 영역이 확대된 셈이다. 최근엔 ‘저유황중유용 가격지표’까지 등장했다. 이에 쉘, BP 등 글로벌 정유업체들도 저유황중유 생산에 부랴부랴 돌입할 계획이지만 내년 말까진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용 경유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가격 자체가 높은만큼 저유황중유 수요는 견고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정제마진 악화로 신음하고 있는 정유업계 입장에선 저렴한 고유황유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저유황중유를 많이 팔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된다”며 “고도화율이 일본 수준과 비슷할 정도로 높은 국내 정유업계 입장에선 유리한 형국”이라고 말했다.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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