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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사진 왼쪽)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뜬금없이 존 볼턴(오른쪽)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을 ‘애국자’로 치켜세웠다. 지난 9월 볼턴을 특유의 ‘트윗 경질’로 백악관에서 쫓아냈을 때 좋지 않은 때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날 볼턴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 제스쳐’는 전날(25일) 미 하원의 탄핵조사 공개 청문회에 전·현직 당국자들의 ‘증언’을 허용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볼턴은 야당인 민주당의 요청에도, 미 하원의 탄핵조사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이는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 온전히 의회 증언을 금지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특권 때문이었다. 볼턴은 누누이 법원이 청문회 출석을 허한다면 언제든 증언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실제로 볼턴은 우크라이나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백악관의 각종 회의에 필참해온 데다, 평소 메모광으로 불릴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발언을 생생하게 적어놓았을 공산이 크다. 일각에선 볼턴의 입에 트럼프의 운명이 달렸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볼턴의 변호사는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 “볼턴은 알려지지 않은 미공개 대화와 만남에 관여돼 있다”며 으름장을 놨었다.
더 나아가 지난 22일 ‘트윗 재개’를 선언한 볼턴은 “뒷얘기를 위해 채널을 고정하라” “내가 숨었다고 추측하는 사람들을 실망하게 해 미안하다” 등 마치 ‘폭로전’을 예고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쏟아내 트럼프 대통령 측을 긴장케 한 바 있다.
민주당이 장악한 미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원조 보류 등을 지렛대로 우크라이나를 압박,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에 대한 수사 개시를 종용했는지를 두고 탄핵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주 추수감사절 주간을 맞아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민주당은 다음주 탄핵보고서를 내놓고, 크리스마스 전까지 탄핵투표를 진행하기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탄핵절차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