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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이 사실상 연임에 성공했다.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한 재판을 앞두고 있지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조 회장의 연임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도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사외이사들에게 조 회장에 대한 ‘법률 리스크’ 의견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위원회는 조 회장의 연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신한금융 내부의 위험 관리 시스템인 ‘컨틴전시 플랜’이 촘촘히 갖춰져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률 리스크’.,컨틴전시플랜으로 극복
실제 이만우 위원장은 “회추위원들이 사전에 법적 리스크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다”며 “이사회에서 리스크 관리와 컨틴전시 플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컨틴전시 플랜은 회장 공백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에 대응한 비상승계계획을 말한다. 대표이사 회장 유고 시 사내이사인 신한은행장이 1순위로 직무대행을 맡고 이후 선임절차 등은 이사회가 주도하는 게 골자다.
지난 2011년 제정된 신한금융의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규정’을 보면, 대표이사 회장이 사고나 건강상 이유로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면 승계계획상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는 ‘가속승계 프로세스’로 후보를 추천한다. 추천 후보가 기존 이사면 이사회 선임으로 승계절차를 종료한다. 추천 후보가 이사가 아니면 주주총회에서 그를 신규 이사로 선임 후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선임을 하도록 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잘 갖춰진 시스템이 조 회장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법률 리스크를 상당부분 해소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전문성과 독립성 갖춘 사외이사
신한금융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도 신한금융이 자랑하는 시스템이다.
기업의 사외이사들은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금융회사 사외이사들 역시 금감원 등 당국의 압박에 흔들리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신한금융의 사외이사진은 다르다. 철저한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조 회장이 신한금융투자 유상증자를 추진하자 사외이사는 반대하며 자금조달 계획을 요구하며 반대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의 사외이사들은 그저 거수기 노릇만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진통의 산물이다. 신한사태 등을 거치면서 지배구조 투명성과 이사회 역할이 더욱 강화됐다. 특히 지난 3월 이윤재 전 대통령 재정경제비서관, 변양호 전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허용학 퍼스트브리지 대표 등을 영입하면서 이사회는 더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변양호 전 원장은 신한금융의 사외이사를 맡을 당시 “나는 거수기를 할 생각이 없다. 쓴소리를 많이 할텐데 그래도 선임하겠느냐”고 말했을 정도다.
금감원이 조 회장 연임과 관련한 법률적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을 때도 신한금융의 이사회는 흔들리지 않았다. 내년 1월로 예상되는 조 회장에 대한 채용비리 재판 1심에서 유죄가 나오더라도 벌금형이나 징역형 집행유예 등이면 법적 리스크가 되지 않는다는 게 회추위의 판단이다. 확정판결이 아니어서 법적으로 선임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의 내부 규범에 따르면 금고 이상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확정받은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에만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 대법원 판결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전하게 경영하면서도 높은 성과”…현직 프리미엄 높여
신한금융의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이 일궈낸 경영 성과가 없었다면 연임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신한금융은 조 회장 취임 첫해 2조9190억원의 순익을 거둔 데 이어 지난해에는 3조1983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실적을 냈다. 특히 2017년 KB금융지주에 내줬던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지난해 재탈환하는데도 성공했다. 올해 역시 3분기까지 2조8960억원의 순익을 올린만큼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은 물론 리딩금융그룹 수성에도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만우 위원장은 “회장과의 관계나 회장 덕을 보기 위해 (조용병) 회장을 선정한 사람이 없다고 저희가 자부한다. 모두 신한의 장래를 위해서 뽑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글로벌과 디지털 등 새 금융 패러다임에 대응해 조직변화를 주도하고 신시장 개척으로 차별화된 성과를 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