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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전세값만도 못한 대주주 3억 기준

주식은 3억 대주주…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5억
2030세대, 이자 한푼 없는 전세금에 전 재산 묶여
주식 장기투자 유도 稅혜택…갭투자 차단 효과도
  • 등록 2020-10-27 오전 5:30:00

    수정 2020-10-27 오전 5:30:00

전세값이 치솟는 가운데 25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의 비어 있는 매물정보란.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신혼집을 전세로 구했는데 여전히 고민입니다. 전세 기간이 4년으로 늘었다지만 집주인이 살겠다고 나가라고 할 수도 있고, 집값도 더 오를 것 같아서요”.

얼마 전 결혼을 앞둔 후배와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화제는 단연 ‘내 집 마련’이었다. 30대 초반인 후배도 결혼을 앞두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을 해서라도 집을 사야 할지 고민이 깊어 보였다. 원하는 집을 살 자금이 부족해 차선책으로 전셋집을 구하긴 했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수 억원을 전세금으로 내는 부담도 컸다. 월급만 모아서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가 필수지만, 보유자금 대부분이 전세금으로 묶여 투자할 여력도 없다.

올 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 속에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0%대로 낮춘 초저금리를 지속하고 있다. 시중이 풀린 엄청난 유동성은 증권시장으로 흘러들어 주가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특히 집을 사기엔 자금이 부족한 2030세대들이 증시로 몰리며 ‘동학개미운동’의 주역이 됐다.

하지만 동학개미운동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 대부분은 우량주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시세 차익에 더 몰두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투자의 ‘구루’들은 가치·장기투자를 강조하고 있지만, 동학개미들은 ‘한국 증시에선 장기 투자가 통하지 않는다’고 항변하고 있다.

한국 증시에 대한 이런 뿌리 깊은 불신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도 크다. 기획재정부는 ‘대주주 요건’을 내년부터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낮추고, 2023년부터 금융투자소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또 양도세 도입에도 불구하고 증권거래세는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이에 동학개미들은 “정부가 증세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업계에선 개인투자자의 건전한 주식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장기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기재부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장기보유특별공제’ 신설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기재부 측은 “장기투자자 우대 시 자본의 동결 효과가 발생해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며 “장기간 자금을 투자할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에 감세 혜택이 크게 귀착될 수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사실상 정부가 장기투자 세제 혜택을 ‘부자 감세’ 정도로 치부한 셈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런 시각이 부동산시장으로 쏠린 유동자금을 증시로 돌리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증시에서 대주주로 규정할 3억원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인 5억원의 60%에 불과한 액수다. 증시에선 대주주로 분류되는 큰돈이 부동산시장에서 ‘갭 투자’에 악용될 수 있는 전세금으로 묶여 있다는 얘기다. 서울 아파트시장의 전세금 총액만 4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코스닥시장 전체 시총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정부는 2030세대가 전세금으로 수 억원을 묶어두지 않고, 주식에 장기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과감한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 이를 통해 2030세대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자산 증식이 가능하고, 정부는 집값 안정과 부동산 투기 자금의 증시 유입 등 ‘1석 3조’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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