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청약희망고문에…2030이 운다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전세난 가중
공급시기 지연·세폭탄이 매물 잠김현상 가중
  • 등록 2020-11-30 오전 6:00:00

    수정 2020-11-30 오전 6:00:00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경기도 분당에 사는 60대 A씨 부부는 아직 미혼인 20대 아들을 위해 며칠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아파트를 샀다.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실거래가 수준인 매물이 한 채 있는데, 지금 안사면 곧 호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재촉해 집을 볼 새도 없이 계약금부터 치렀다. 이미 집이 한 채 있는 이 노부부는 고민끝에 아들에게 ‘부담부증여’(전세·대출을 낀 상태에서 증여)하는 방식으로 매입을 결정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분양을 기다리던 30대 중반 B씨 부부는 얼마전부터 집을 사기 위해 ‘임장’을 다니고 있다. 둔촌주공 아파트 일반분양이 분양가상한제 여파로 계속 미뤄지면서 마음이 다급해졌기 때문이다. B씨 부부는 분양가가 더 낮아지고 시기가 미뤄지면 40점대인 가점으로는 당첨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결국 청약을 포기하고 매수로 돌아섰다.

전세난이 가중되고 주택공급물량이 줄어들자 2030세대가 내집마련에 뛰어들고 있다. 덩달아 집값 상승세도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셋값에 매맷값의 격차가 줄자 갭투자에 나서는 수요자도 다시 늘고 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전세→매매로 전환수요 증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6만 6174건으로, 이전 8~9월 5만건대로 두달 연속 감소세에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7월31일부터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시행에 들어간 이후 전세난이 가중되자 매수로 돌아서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새 임대차 법이 시행된 이후 약 3개월 동안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1.45%로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 0.21%의 7배에 육박했다.

전세가 상승에 매수세가 높아지면서 아파트 매매가도 상승 흐름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9월 첫째주 전국 아파트 매매값 변동률은 0.08%로 서서히 상승 추세가 꺾이는 듯 했으나, 11월 셋째주 0.25%, 넷째주 0.23%를 기록하는 등 다시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특히 2030세대 매수세가 몰린 노원구는 집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10월 노원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1만 1458건으로 2006년(1만 4258건)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을 보였다. 이 같은 거래량은 매맷값을 밀어 올렸다. 노원구 금호어울림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4억 2500만원에서 올해 11월 6억원으로 집값이 41% 뛰었다.

김현미 장관이 사는 일산도 대폭 올랐다. 김 장관이 살고 있는 일산 덕이동 아이파크1단지 149㎡(45평)의 최근 실거래가는 5억 5000만원으로 지난 1월 기준 4억 1500만원에 비해 32%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인식에 매수세가 따라 붙으면서 가격이 올랐다.

공급시기 지연·稅폭탄도 한 몫

정부 계획과 달리 주택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대기수요가 다시 매수로 돌아선 이유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강동구 둔촌주공,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등 서울 재건축 아파트 일반분양이 내년으로 연기됐다.

결국 당첨 가점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B씨처럼 아예 매수로 돌아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3기 신도시 등 공공주택도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예상보다 사업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30세대의 주택 매수가 증가한 데는 종부세 등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과세도 한 몫한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공시가격을 대폭 인상하면서 보유세 부담이 커지고, 양도소득세도 만만치 않자 매도가 아닌 증여를 택하는 다주택자가 증가했다. 또 본인이 다주택자가 되면 보유세뿐 아니라 취득세 부담도 커지는 만큼 A씨처럼 아예 주택을 추가로 매수해 자식에게 증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부의 부동산규제로 인한 부작용은 단순히 집값 상승이란 문제를 넘어 사회적 병폐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양천구에서 전세로 살던 30대 부부가 주택 문제로 다툼을 벌이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다주택자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결혼을 했어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거나, 위장 이혼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2030대의 패닉바잉을 경계하며 숨고르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20대는 아직 독립 세대가 되기 어려운데도 매매가 늘어난 것은 부모들이 조바심을 내서 매매를 했다고 봐야 한다”며 “부의 조기 대물림현상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2030대의 패닉바잉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안심리로 봐야 한다”면서 “2030대는 1인가구가 많고 결혼하더라도 신혼부부가 많으니 단번에 고가주택을 노리는 것보다 징검다리식으로 올라가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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