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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백화점에서 럭키 랜덤박스를 상시 판매한다면 어떨까. 몇만원을 투자해 수천만원의 명품을 획득할 수 있다면 혹해서 여러 개 구매하지 않을까. 오프라인 시장에선 고가 상품이 무작위로 나오는 랜덤박스를 특정 기간 단발성 이벤트로 진행하나, 온라인에선 365일 판매한다. 바로 ‘확률형 뽑기 게임 아이템’이다.
단순 뽑기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이제 이중, 삼중 뽑기 구조로 발전했다. 뽑은 아이템을 재료로 삼아 게임 내 다른 재료와 결합해 재차 삼차 확률 뽑기를 거쳐 더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게 만든다. 모으고 또 모으고, 뽑고 또 뽑는 과정을 거치면서 대다수 게이머가 들이는 노력과 비용이 헛되이 사라진다.
뽑기 아이템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무기나 방어구 등 장비 강화에도 확률이 들어간다. 물론 높은 강화 등급으로 올라갈수록 성공 확률이 낮아지고 그만큼 돈이 더 들어간다. 게임마다 많게는 캐릭터 신체 12곳에 장비 장착 부위를 만들었다. 게임 내 강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일정 수준으로 부위별 장비를 강화하려면 수천만원을 가지고도 어림없는 게임도 있다.
리니지M의 문양 완성은 게임 내 최강자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 같은 콘텐츠다. 각종 능력치 강화 혜택이 있어서다. 총 6종류 문양이 있다. 문양 하나를 완성하려면 수천만원이 든다는 게 커뮤니티 반응이다. 엔씨소프트는 문양 완성 과정을 수백만원으로 도전할 수 있게 이벤트를 진행했다. 당연히 최상위 이용자들은 뿔이 났다. VVIP 멤버십의 가치가 하루아침에 폭락했기 때문이다. 엔씨는 “기존 고객과의 형평성을 과하게 해치는 점이 확인됐다”며 이벤트를 중단했다. 매출 확대를 겨냥한 무리수였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이를 두고 게이머들은 ‘악랄하다’고도 표현한다. 그렇다면 악랄한 확률판에 스스로 발을 들인 게이머의 잘못인가, 그렇게 설계한 게임사의 잘못인가. 예전이라면 ‘네가 원해서 한 선택 아니냐’며 돈을 쓴 게이머를 나무랐지만, 지금은 뽑기 아이템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이머는 호갱(호구 고객)이 아니다. 때마침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법제화하자는 국회 움직임도 있다. 게이머들은 당연히 찬성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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