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로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계에 손상이나 기능적 이상이 생기면 신경병성 통증이라는 치료하기가 어려운 만성적으로 오래 지속되는 통증이 생겨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지고 수면장애, 우울증과 같은 정서장애 뿐만 아니라 사회 적응력 저하로 한순간에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고통에 빠지게 된다. 세익스피어가 ‘고통이란 누구든지 이겨낼 수 있다. 다만 그것을 이겨내지 못한 사람만이 고통스러울 뿐이다’라는 명언을 남겼지만 그 고통이 신경병성 통증인 경우에는 애기가 다르다.
가장 흔한 신경병성 통증은 당뇨병에 의한 말초신경병증이다. 당뇨병은 몸에 고혈당을 유발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신경에 중요한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혈관이 손상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신경이 망가지게 되는데 당뇨병 환자의 50% 정도가 말초신경병증을 앓게 된다.
인류에게 알려진 가장 극심한 고통이라고 불리우는 통증은 삼차신경통이다. 삼차신경은 12개의 뇌신경 쌍 중에 5번 뇌신경에 해당하며 얼굴의 감각을 느끼는 신경으로 3개의 신경이 각각 이마, 광대부위 그리고 아래턱의 감각을 담당하고있다. 일반적으로 한쪽얼굴에만 국한되며 양치질하거나 음식을 먹을 때 심한 통증이 유발될 수 있으며, 수초에서 수분간 지속되는게 보통이나 2시간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 마치 얼굴에 총상을 입은 것과 같은 통증으로 환자는 절규하게 된다. 일반적인 진통제는 효과가 없고 강력한 항경련제를 복용해야 그나마 통증이 완화될 수 있다.
삼차신경통이 의심되면 고해상도 뇌 MRI를 1mm 간격으로 촬영하여 뇌간 앞에 위치한 삼차신경을 뇌혈관이 압박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혈관이 삼차신경을 압박한 경우에 혈관의 박동이 신경에 전달되어 통증을 유발하므로 이런 경우 결국 삼차신경과 혈관사이에 스폰지 같은 물질인 테프론을 삽입하는 미세혈관감압술을 시행해야 통증이 없어질 수 있다. 그러나 혈관 압박이 없는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퇴행성 신경질환에 의해 발생되는 경우에는 치료가 더 어렵다. 이런 경우 사이버나이프나 감마나이프와 같은 뇌정위적 방사선수술 기계로 삼차신경에 고선량의 방사선을 조사하면 별다른 부작용 없이 통증완화에 효과적일 수 있다.
고통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인간의 정체성을 알도록 도와주는 인생의 선생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있지만 신경병성 통증은 인간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하는, 생을 포기할 생각이 들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므로 발병 후 빠른 치료만이 악화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