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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금융은 모든 산업군 가운데서도 가장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금융회사들이 오랜 기간동안 시장을 과점하면서 자신들이 자금을 조달하거나 운용하는 양쪽 모두에게 과도한 비용을 요구해왔다. 또한 보수적인 신용평가정책으로 영세한 개인이나 자영업자는 물론 금융거래 이력이 없는 금융소외자 등 정작 필요한 곳에 제대로 자금을 공급하지도 않았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새로운 업태 중 하나가 P2P(개인간) 금융이며 이는 디지털 기술 발전 덕에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글로벌 조사기관인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5년간 글로벌 P2P 금융시장이 연평균 53%에 이르는 높은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에서도 4차산업혁명 육성과 함께 포용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 핀테크산업, 그 가운데서도 P2P 금융이 성장속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폭발적 성장에 자금줄 쪼들리는 P2P 금융사에 투자자 연결
일단 지퍼는 돈을 빌려주는 대주(貸主)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P2P 금융사를 통해 차주와 연결 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P2P 금융사들의 모든 채권을 블록체인 상에 올려 채권 정보와 상환내역, 연체율과 부실률 등을 투명하고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외부 투자자를 모아 P2P 금융사의 대출자금으로 연결시켜 준다. 특히 이 생태계를 관리·감독하는 위원회(Council)를 별도로 둬 이에 참여하고자 하는 P2P 기업을 철저하게 검증하도록 했다.
실제 지퍼는 최근 라움자산운과 손잡고 이른바 `마중물 펀드`를 우선 출시하기로 했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최종부실률이 2% 수준에 수렴하는 P2P 금융사들의 채권에 투자해 1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고, 그동안 개인들에게 대출자금 조달을 의존했던 P2P 업체들은 부족한 자금을 넉넉히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지퍼와 라움측은 트랙 레코드를 살펴보면서 하반기에 펀드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박 창업주는 “그동안 기관투자가들이 P2P 금융에 투자한 사례가 없었다 뿐이지 실제 수요는 많을 것으로 본다”며 “라움과의 실적이 쌓이게 되면 다른 기관을 설득하는 일도 쉬워질 것이며 기관 참여 확대도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뿐 아니라 지퍼는 상환이 잘되는 채권을 만기 이전에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P2P 금융사들의 채권을 유동화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아울러 대출과정에서 발생한 부실채권(NPL)을 싼값에 매입하고자 하는 NPL 매입약정자를 연결해주되 가디언(Guardian)이라는 자체 펀드도 조성해 일정한 이용료를 낸 투자자들에게는 투자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일부 보전해주는 안전장치까지 마련해주기로 했다.
혁신적 신용분석에 역점…코인생태계로 비금융정보 확보
영세자영업자나 금융소외자 등에게 자금이 제대로 공급되록 하는 혁신적인 차주 분석 역시 지퍼가 추진하는 역점분야다. 영세상점에 자금을 빌려줄 경우를 예로 든다면, 상점주인의 신용도를 분석하는 것은 상환의지를 확인하는 것일뿐이지만 대부분 기존 은행들은 이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상점의 신용도를 분석해야 정확한 상환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지퍼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지퍼는 상점이 가입한 포스(POS)사로부터 매출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고 딥 러닝을 통해 향후 매출을 전망한다. 특히 펀다의 경우 앞으로 신용카드사들로부터 해당 상점 주변 상권이나 고객층 소비패턴 등에 관한 데이터를 추가로 확보해 차주 신용분석의 정확도를 더 높일 계획이다. 상점주인의 동의 하에 배달앱업체로부터 주문과 조회, 결제율을 함께 분석하는 작업도 고려하고 있다. 김준범 공동 창업주 겸 지퍼 대표는 “그외에 보험사 등 다른 업종 기업들까지 지퍼 생태계로 들어오면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를 공유해 혁신적 신용분석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지퍼는 개인 정보는 컨소시엄 블록체인에 올리고 퍼블릭 블록체인에는 키값만 올려서 프라이버시 이슈를 해결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지퍼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두 블록체인이 서로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완성된 플랫폼은 1년내에 내놓을 계획이며 올 2분기쯤에는 투자자가 참여할 어플리케이션을 먼저 출시할 계획이다. 또 지퍼에 참여하는 P2P 금융사를 20~30곳 이상으로 늘리는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