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마크롱에게 배워야…노동개혁으로 기업 걸림돌 치워라"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인터뷰
친노동 정책 기조속에 잠재성장률 추락
정부 정책 전면 재평가하고 리셋해야
정부가 혁신 주도하려고 해선 안돼
민간에 맡기고 애로사항 개선에 주력해야
  • 등록 2019-11-25 오전 6:00:00

    수정 2019-11-25 오전 6:00:00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인터뷰
[이데일리 김경은 김정현 기자]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가 한발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IGE) 이사장의 조언이다. 전광우 이사장은 22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 위치한 세계경제연구원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건 정책의 재평가와 리셋(Reset)”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주지 않으면 경제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아시아의 호랑이(Asian Tiger)’에서 ‘개집 안에 있는 신세(in the doghouse)’(블룸버그통신)라는 조롱을 듣는 한국 경제에 대한 해법으로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의 부활을 꼽았다.

전 이사장은 “경제관료는 역동적으로 일하는 기업가들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을 치워줘야 한다”며 “정부는 경제 청사진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이란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경제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데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정공법으론 ‘노동개혁’을 꼽았다.

-한국 경제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질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이 추세가 당분간 반전될 기미가 안보인다. 국민들이 경제 청사진을 그릴 수 없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강조해온 소득주도성장이나 친노동 정책 기조가 우리 경제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만든 원인 중 하나다. 국민들이나 기업이 경제를 부정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경제정책이 실패한 원인을 꼽는다면

△우수한 인재들인 경제 관료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자신에 대해 ‘탁월한 인재를 잘 쓴 바보’라고 평가한 말을 들려주고 싶다. 최고 의사 결정권자의 경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데다 관료들이 현정부의 정책 패러다임에 공감하지 못하면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특히 경제부총리가 경제에 대해 자기 목소리 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다른 부처가 오히려 주도한다. 정부부처에 정치인들이 너무 많이 내려오는 것도 문제다.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문제라는 건지

△국회와 협력관계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과도한 정책의 정치화는 문제다.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다. 이들은 조만간 다시 국회로 돌아갈 사람들이다. 정책을 긴 안목에서 생각하기 보다는 정치적 이해득실에 관심이 더 많다. 삼권분립이 왜 있는가. 국회와 정부가 적절한 견제기능을 해야 하는 것이지 정부를 정치적 도구로 쓰면 안된다. 정치인 출신 장관이 이번 정부에서는 다소 많았다. 그러다보니 정책이 단발성에 그치는 것 아닌가.

- 정부가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할 일은 뭐라고 보나?

△정부는 산업화 시대에 가졌던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된다. 정부는 디딤돌이 놓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걸림돌을 치우는 게 더 중요하다. 그게 규제에 관한 문제이고, 민간 주도의 경제 혁신이다. 청사진, 로드맵을 다 정부가 정해서 하겠다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급변하는 패러다임에서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선수들이 뛰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무엇이 애로사항인지 듣고 풀어주는 게 정부가 디딤돌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하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조치는?

△임기 후반으로 들어섰다. 전반기 나름 노력했지만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 것도 있다. 총체적으로 점검해서 정권 후반부에는 정책을 ‘리셋(reset)’해 기업가들에게는 투자 의욕과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국민들도 앞으로 좋아질 것이란 희망을 갖게 될 거다. 최근 경제 개혁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많이 언급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비슷한 시기에 취임했다. 프랑스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유럽 제조업 강국 독일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하는 노동유연성 강화로 실업률을 줄이고, 성장의 발판을 만들어 프랑스가 ‘유럽의 병자’라는 오명을 벗는데 일조했다.

-좀더 구체적인 정책 조언을 한다면?

△정부 재정지출로 경제 상황을 반전하는 건 엄청난 후유증이 따른다. 재정적자 늘어나는 건 미래세대가 짊어질 짐이다. 재정여력이 아직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 국가부채 비율이 괜찮다는 이유로 돈 쓸 입장은 아니다. 한국은 고령화나 미래 복지지출 증가 등 정부지출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나라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을 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경제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문 정부가 1순위로 추진해야 하는 정책을 꼽으라면?

△노동 개혁이다. 큰 틀에서 보면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가 우리나라 국가 전반에 걸친 우선순위를 어디로 두느냐가 중요하다. 경제대통령이 될 것인가, 대북관계에 집중할 것인가. 대통령이 경제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인식이 바뀌어야 기업도 뛴다.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좋아질 것으로 보나

△계속 어둡다고 본다. 하방리스크는 크고 정책수단은 제한적이다. 세계경제는 지금 전체적으로 보면 금년 보다는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많이 한다. 기저효과다. 하지만 하방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지금보다 나빠질 수도 있다.

중국경제 리스크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중국 경제가 공식 통계로 드러난 것보다 더 나쁘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중국 공식 통계는 거품이 많다. 무디스가 세계 신용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꾸면서 정치 환경과 지정학적 위험을 꼽았다. 남미, 홍콩 등 곳곳이 반정부시위 중이다. 불안요인이 많다. 급격한 경기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책수단도 제한적이다. 지금 경기가 안좋다고하니 완화적인 금융통화정책을 쓴다. 그러나 그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다. 이미 낮은 수준이다. 이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추가적으로 금리를 내려서 경기부양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가 않다. 그런 면에서도 내년도 경기가 나빠질 수 있는 가능성에 대비해야한다고 본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서울대 경제학 학사 △미국 인디애나대 경제학ㆍ경영학 석사 △인디애나대 경영학 박사 △인디애나대 경영대 교수 △세계은행 수석연구위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특보 △국제금융센터 소장 △우리금융그룹 부회장 △딜로이트 코리아 회장 △초대 금융위원회 위원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좌교수 △세게경제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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