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의 IT세상]"연결할 수 없습니다"라는 공포

김지현 IT 칼럼니스트
  • 등록 2020-09-24 오전 5:30:00

    수정 2020-09-24 오전 5:30:00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전기와 인터넷 중에 어떤 게 더 간절할까. 아마 40대 이상은 전기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30대 이하의 세대는 대부분 인터넷이라고 답할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누구나 전기라고 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보급이 컴퓨터만큼 늘어났고 인터넷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게 됐다. 어차피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전기가 없어도 일정 시간 동안은 배터리로 사용 가능하다. 전기보다 인터넷을 더 절실하게 느낀다.

우리 일상 속에서 인터넷은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을까. 회사에서 컴퓨터를 켰는데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면 아마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요즘 사무용 컴퓨터는 회사 인트라넷을 기반으로 사내 메신저와 전자결재, 각종 데이터 확인 등을 하고, 프린터와 팩스, 전화도 인터넷 기반으로 작동되기도 한다. 인터넷이 되지 않으면 이런 기본적인 업무를 볼 수가 없다. 또한,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하면 우선 검색도 이용할 수 없고, 넷플릭스와 유투브, 멜론 등을 사용할 수 없다. 게다가 드랍박스나 구글독스, 에버노트를 이용한다면 클라우드에 업데이트된 최신 내용을 다운로드할 수 없어 문서 작성에 제약이 많아진다. 심지어 AI 스피커나 인터넷에 연결해서 작동하는 가전기기를 이용하고 있다면 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 AI 스피커와 같은 사물 인터넷 기기는 인터넷이 차단되면 비행기 안의 스마트폰처럼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스마트폰에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전화나 SMS, 카메라 촬영 빼고는 다 안된다고 보면 된다. 카카오T로 택시를 부를 수도 없고, 쿠팡으로 쇼핑도 안되고, T맵으로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도 없다.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없고 카카오페이로 송금과 결제도 할 수 없으며 배달의민족으로 야식 배달을 시킬 수도 없다. 비행기에 탔을 때 인터넷이 안 되면 아무 것도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비행기에가 지상에 착륙할 때 안전벨트를 풀기도 전에 스마트폰을 인터넷에 연결해 카카오톡과 메일을 확인하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기기들이 인터넷에 연결되고 있다. 스마트 스피커, 냉장고,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보안카메라, 스마트 자물쇠 등 스마트홈을 구성하는 전자기기들이 인터넷에 속속 연결되고 있다. 자동차도 인터넷에 연결되어 차량을 원격 제어, 관리하고 차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이 주는 편리함은 기존의 기기의 작동 습관까지 바꾸게 만든다. 전등 스위치를 누르지 않고, 로봇청소기를 버튼을 누르지 않고, TV 리모콘을 이용하지 않고 음성으로 조작한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서 제어하다 보면 기존의 기기 작동 방식은 구시대의 유물이 된다.

미래엔 더욱 많은 기기들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게 일상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이 차단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말로 음악을 검색하고 전등을 켜고 끄던 것들이 멈출 것이다. AI를 불러도 아무런 응답이 없을 것이다. 자동차를 불러도 반응이 없고 로봇청소기도 앱으로 제어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서 문을 열어주던 스마트 자물쇠도 집 앞에 초인종이 울려도 앱으로 알려주지 못할 것이다. 물론 모두 기존의 방식대로 작동이야 되겠지만 이미 인터넷을 이용해 모든 것을 연결해서 편하게 사용하던 것에 익숙해진 우리로선 여간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은 전기와 달리 종종 끊기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물리적인 고장이 아니더라도 인터넷 공유기의 에러나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면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공유기를 교체한 경우에는 모든 기기의 와이파이 설정을 변경하지 않으면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집안의 모든 사물 인터넷 기기의 와이파이를 변경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공유기 문제로 와이파이나 유선인터넷이 되지 않으면 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해야만 하는 소프트웨어나 기기는 전기 끊긴 TV 신세나 다름없다. 특히 클라우드와 AI를 기반으로 작동되는 기기는 더욱 깡통이나 다를 바가 없다. 게다가 아직 인터넷 보급이 안된 오지도 있다. 인터넷 요금 문제 때문에 인터넷을 연결하고 싶어도 연결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앞으로 전기보다 인터넷이 더 중요한 인프라가 될 것이다. 인터넷을 전기처럼 공급받지 못한다면 불편을 넘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와 문명의 혜택마저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인터넷이 전기와 밀결합(密結合)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또한, 이렇게 결합된 전기 에너지가 인터넷처럼 지능화된 전력 네트워크로 전환된다면 어떻게 될까. 에너지 분야의 핵심요소들이 지능형으로 통합 연계되어 보다 효율적으로 에너지의 운용과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전기선을 인터넷 통신망으로 이용하는 전력선 통신(PLC -Power Line Communication)으로 에너지와 전기를 통합 운용을 하게 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플랫폼 구성이 가능해질 것이다. 비록 전력선 통신이 현재로서는 초고속 인터넷 망과 와이파이의 보편화로 비효율적이지만 아직 인터넷 보급이 되지 않은 국가나 특정 지역에서는 제한된 범위로 활용되고 있으며 전기와 인터넷의 통합 운영 관점에서는 향후 활용 가치가 커질 수 있다.

인류에게 불과 물처럼 필수재가 되어버린 전기와 인터넷이 통합 운영되고, 전기가 인터넷의 기술적 강점을 활용하게 된다면 미래의 문명은 또한번의 도약을 할 수 있는 큰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에너지의 디지털화를 통해 새로운 문명의 진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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