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집 건너 한 집 ‘나홀로’…4인가구 정책 ‘인구쇼크’ 못 막는다

인구절벽 시작…정책 대부분은 4인 핵가족 초점
1인가구·동거가구 정책 사각지대서 소외
"가족 다양성 인정하는 패러다임 전환 시급"
  • 등록 2020-02-07 오전 5:00:00

    수정 2020-02-07 오전 6:55:01

[세종=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서울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A(33)씨는 이번 연말정산에서도 20만원 정도를 토해내야 한다. 저축을 꾸준히 하고 주택청약도 열심히 부었지만 부양가족이 없어 인적공제를 받지 못한다. A씨는 “이렇게 열심히 청약을 부어도 1인가구가 주택 청약에 당첨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며 “자녀가 있을 때 혜택을 주는 건 맞지만 1인가구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1인가구가 결혼한 부부와 미혼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의 수를 넘어서는 등 가구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정부 정책은 여전히 4인 가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올해 일반적인 핵가족 기준인 부부+미혼자녀 가구의 비율은 28.8%, 1인 가구는 30.3%다.

인구절벽 위에 선 정부가 갖가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 월별로는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되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1명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이 같은 추세는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감소하면 사회뿐 아니라 경제적 타격도 불가피하다.

문제의 원인 중 하나는 과거 핵가족 시대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정부 정책 틀이다. 젊은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꺼리고 있지만 대부분 정부 정책의 틀은 과거 산업화 시대에 굳어진 ‘4인 핵가족’ 공식을 따른다. 1인가구, 동거가구, 미혼모 같은 ‘비(非)정상’가족은 설 곳이 없다.

1인가구는 연말 정산이나 주택 청약 등에서 불리한 위치다. 결혼하지 않은 동거가구는 사실혼 관계여도 ‘법적 대리인’으로 인정받지 못해 수술 동의서에 서명할 수 없는 등 다양한 제약이 따른다.

지난해 통계청 장래가구특별추계에 따르면 오는 2047년에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가구의 비율은 16.3%로 지금보다 더 떨어진다. 반면 1인가구 비율은 37.3%로 부부+미혼자녀 가구보다 2배 이상 많아진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인구대책을 설계해서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핀란드는 가족이 아닌 개인을 중심으로 복지 정책을 설계했다. 1인가구 비율이 40%가 넘고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면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상가족’과 마찬가지의 복지 혜택을 누린다. 사회 분위기 역시 비혼이나 동거를 ‘비정상’이 아닌 또 다른 형태의 가구로 본다. 동거커플 셋 중 하나가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이유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동거부부는 아이를 낳을 때도 ‘한부모 가정’으로 분류돼 여기에 따른 법적인 적용을 받는다. 정부의 주택지원이나, 육아휴직 등 제도에 있어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한 정책 기본 틀을 1인가구나 법적으로 결혼하지 않고도 함께 사는 동거가구, 미혼모·미혼부 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프랑스와 독일 등 외국에선 법적으로 결혼하지 않아도 동반자 관계로 인정해주는 사례가 많다.

정부도 정책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말 “기존 4인 가구 기준이었던 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라며 “1인가구를 위한 종합정책패키지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지시에 정부는 오는 5월 중으로 관련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정부가 대책을 마련 중인 1인가구만 해도 성별, 연령에 따라 특성이 제각각”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가구가 사회 내로 들어올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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