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색 하나로 빚은 억겁의 켜…김근태 '토론 2020-44'

2020년 작
형상 없는 물질 속성 추상으로 표현
정돈된 호흡으로 결 입히고 힘 심어
물감 덮이지 않은 '작품의 상처'까지
  • 등록 2021-02-03 오전 3:30:00

    수정 2021-02-03 오전 3:30:00

김근태 ‘토론 2020-44’(사진=노블레스컬렉션)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한 번 크게 들이쉰 숨은 한참을 참아내야 한다. 붓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흔들림뿐만 아니라 속도와 강도, 모두가 그 숨쉬기 한 번에 달렸다. 호흡으로 긋는 획만 놓고 본다면 붓으로 쓰는 글씨와 다를 게 없을 터.

작가 김근태(68)는 형상 없는 물질의 속성을 추상으로 표현해왔다. 서양물감으로 긋는 동양적 수행이라고 할까. 색 하나로 억겁의 겹과 켜를 만드는 건데. 그 억겁에 생채기가 없을 수 있겠나. 작가는 이를 화면에 물감이 채 덮이지 않은 부분으로 남겼다. “작품의 상처”라고, “누구에게나 있지만 본능적으로 숨기려 하는 삶의 상처”라고 했다.

‘토론(Discussion) 2020-44’(2020)는 정돈된 숨쉬기로 만든 결을 입힌 작품. 한없이 잔잔한 그 아래 꿈틀대는 힘이 보이는 건 온전히 작가의 내공 덕이다. 북한산 육중한 암벽 앞에서 얻은 영감이라니. 주로 희거나 검은 작품을 꺼내놨던 작가가 시도한 ‘변화’로도 특별하다. 다가올 봄을 미리 담아낼 요량으로 꺼낸 ‘울트라그린’이란다.

19일까지 서울 강남구 선릉로162길 노블레스컬렉션서 여는 개인전 ‘선리선경’(禪理禪境)에서 볼 수 있다. ‘자신의 본성을 구명하는 참선을 통해 얻는 깨달음, 그로 인해 보게 되는 경계’란 뜻이라 한다. 캔버스에 오일. 91×72㎝. 작가 소장. 노블레스컬렉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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