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IMO 2020 대격변]④해운업계의 고민…'親환경' 승부수 희비 갈리나

환경규제 맞춰 최적의 선대 포트폴리오 짜야
처한 재무환경, 선박 운항환경 등 고려해야
현대상선, IMO 선제적 대응으로 경쟁력 선점
친환경 역량 따라 선사 생존여부 판가름날 것
  • 등록 2019-10-10 오전 5:35:00

    수정 2019-10-10 오전 5:35:00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배출규제 시행을 석달여 앞두고 가장 고민이 큰 분야는 해운업계다. 기존 선박의 연료·정화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하는 만큼 비용 측면에서도 해운 역사상 가장 강력한 환경규제로 꼽힌다. 게다가 황산화물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방안인 저유황유(LSFO) 사용과 스크러버(오염물질 저감장치) 설치, 액화천연가스(LNG)연료 선박 건조 등의 경우 장·단점이 뚜렷해 각 해운선사별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관건이다. 배출규제 시행 이후 대체연료의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지도 중요한 변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해운선사들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IMO 황산화물 규제에 대비해 여러 대응방안을 내놓고,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각 선사가 처한 재무환경, 선박 운항환경, 보유한 선박의 특성에 따라 운항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달라지는 만큼 다양한 방식을 적용해 최적의 방법을 도출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IMO 2020은 유엔(UN)의 전문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가 전 세계 17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선박용 연료의 황 함량 비중을 현행 3.5%에서 0.5% 이하로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황산화물 배출규제에 대한 해운선사들의 대응전략은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저유황유 사용 방안 △탈황장치인 스크러버 설치 △LNG연료 선박 도입이 그것이다.

저유황유는 초기 비용 투자가 없어 가장 쉬운 접근법이지만, 기존 연료유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황 함유량이 0.5% 이하인 저유황유 가격은 1t당 550~600달러 수준으로 3.5% 이상인 고유황유 가격(1t당 350~400달러)과 비교해 40%가량 비싸다. 특히 환경규제가 시작되는 2020년 이후 저유황유 사용이 집중될 경우 유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저유황유와 고유황유 가격 차이가 현재 200달러에서 400달러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스크러버를 설치할 경우에는 고유황유를 계속 사용할 수 있지만 초기 투자비가 발생, 유지비용이 높고 설치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개조기간 동안 미운항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 또 추가 전력이 소비되어 운영비용은 물론 운용 중 에너지 수요도 증가하게 되며, 추가 환경규제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NG연료 선박은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거론되지만 신조에 따른 대규모 초기 투자비가 요구된다. 이외에 LNG 충전설비 부족으로 인한 인프라 미비, LNG 가격전망의 불확실성, 메탄가스 배출 문제 등도 존재한다.

(문승용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 최대 해운선사인 머스크는 초기에 저유황유 사용 방침을 취했으나, 뒤늦게 일부 선박에 스크러버 장착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의 CMA CGM도 기본적으로 저유황유 사용 입장을 표명한 뒤 현재 20척 이상의 기존 선박에 스크러버 설치를 추진하는 등 LNG연료선박 도입계획을 추가적으로 밝혔다.

업계에선 보유 선박이 200~300척에 달하는 대형 선사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뒤늦게 스크러버로 노선을 변경하는 선사들이 생겨났지만 조선 기자재업체들이 매년 수용할 수 있는 선박 수에 한계가 있는 만큼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국내 유일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은 IMO 환경규제를 ‘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할 계기로 보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규모의 경쟁에선 글로벌 선사에 밀렸지만, 향후 전개될 친환경 경쟁에선 선제적으로 대응 중인 만큼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머스크라인, MSC 등 타 글로벌 선사와 비교하면 보유중인 선박 수가 적어 비교적 환경규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대상선은 이미 지난 2017년부터 스크러버 장착을 시작해 지난해 두 척의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에 스크러버를 달았다. 올해도 5척의 원유운반선에 스크러버를 부착했으며, 내년부터 인도받는 초대형 컨테이너선(2만3000TEU급 12척, 1만5000TEU급 8척) 20척에도 모두 스크러버가 장착된다. 다른 글로벌 선사들이 저유황유 상요과 스크러버 설치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 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SM상선은 저유황유 사용을 통해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SM상선 측은 “보유 선박의 척수가 적고 타 선사로부터의 용선 비중이 높아 저유황유를 사용해 대응하는 것이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향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대응방안을 유동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국내 중소형 선사인 팬오션, 폴라리스 쉬핑, 대한해운, 에이치라인해운 등은 일부 선박에 스크러버 장착을 결정했다. 산업은행이 스크러버 장착 비용을 우선 지원하고, 화주가 운임 분할 지급을 통해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0년대엔 속도, 2010년대엔 인수합병(M&A), 선복량 확대 등 외형 규모가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했다면, 이제 해운선사들은 환경규제 등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응해야 한다”며 “2020년대부턴 친환경 역량에 따라 선사의 생존 여부가 판가름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침체돼 있는 한국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서는 IMO 환경규제에 따른 보다 체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호춘 KMI해운산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선박용 저유황유의 안정적 공급은 국내 선박들의 약 70%가 저유황유 사용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시급한 사안”이라며 “정부는 국내 해운업계가 황산화물 규제에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정책적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운선사들은 이산화탄소, 해양쓰레기 등 새로운 환경규제에 맞춰 자사가 보유한 선박의 운항 패턴을 고려해 최적의 선대 포트폴리오를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으로는 세계 최초로 스크러버를 장착한 현대상선 ‘HMM Promise’(에이치엠엠 프로미스)호(사진=현대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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