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양향자 “작은 오류가 ‘공정경제’ 취지 망친다”

文이 뽑은 경제人, ‘경제3법’에 제동건 이유는
“오류없는 법 없다.. 기업 의견 반드시 들어야”
“‘핀셋지원’하려면 불합리 과세 시스템 개선부터”
“부동산 말고 기업.. 민간 주식 투자 활성화 대책 서둘러야”
  • 등록 2020-10-20 오전 6:00:00

    수정 2020-10-20 오전 9:25:11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수많은 부품 기술 중 하나라도 망가지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법안도 마찬가지다. 공정경제를 위해 추진하는 3법이나 하나의 치명적인 오류가 전체를 망칠 수 있다. 이해당사자인 기업들이 불안해하는 건 이유가 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사진=이데일리)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초선·광주 서구을)은 15일 이데일리와 만난 자리에서 여권이 추진하는 기업규제(공정경제)3법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세밀한 접근을 주문했다. 특히 상법 개정안 중 ‘대주주 의결권 3% 제한룰’은 일부 수정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헤지펀드가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거나 간섭할 수 있는 독소조항인 만큼 위험 부분을 막을 방법이 있는지 논의해 재계의 공감을 이끌어 내야한다는 것이다.

양 최고위원은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가 영입한 인재다. 고졸로 삼성전자에 입사해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 상무이사라는 연구임원직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원외인사로 최고위원직에 올랐던 그는 21대 총선서 당선돼 경제 깃발을 들고 다시 당지도부에 이름을 올렸다.

대표적인 ‘친문’으로 꼽히는 양 최고위원이 문 대통령의 국정과제에 제동을 건 것은 ‘반대’가 아니라 ‘보강’에 가깝다. 정부가 국회로 넘긴 상법·공정거래법·금융감독법 개정안, 즉 경제 3법 처리로 대한민국 경제가 살고 기업이 활력을 얻기 위해서는 작은 오류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양 최고위원은 “우리의 기술이 빠져나갈 수 있다면 아주 작은 구멍이라도 철저하게 막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코로나19 위기 속 경제성장을 지지하고 전세계를 무대로 기술 패권 전쟁에서 싸우고 있는 우리 기업을 일부러 투기자본의 표적이 되게 할 순 없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인 만큼 양 최고위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재정 정책과 주식시장 활성화를 통한 민간 경제 대책도 내놨다. 기획재정부의 허술한 조세정책 비판과 최근 논란이 된 대주주 요건 3억원 완화에 대한 쓴소리다.

다음은 양 최고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당 지도부에서 ‘경제3법’ 관련 유일하게 ‘조정’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공정한 경제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법안 내용에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대주주 의결권 3% 제한룰’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경총 등 경제계를 만나보니 소버린, 칼, 엘리엇 등 사례에서 보듯 헤지펀드에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공포가 있더라. 예를 들어 적대적인 감사위원이 선임됐을 때 기업의 기밀과 회계, 기술 정보 등이 탈취될 것이란 우려다. 이 부분에 대한 방지책을 내놓는다면 법안 처리에 재계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여당 내에서는 원안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글로벌 스탠다드가 자주 언급되는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은 사실 이미 국제적 기준에 맞추고 있다. 국내에서 재벌의 전횡과 부정을 막겠다며 대주주 의결권 제한 등의 장치를 해놓으면 오히려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법이 경영을 악화시키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으로서 경제계와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재계가 우려하는 부분을 존중하면서 정책의 방향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 프로세스를 마련하는게 시급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타협점을 만드는게 아니겠나. 정책 방향이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연결고리 역할을 하겠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노동관계법 처리도 함께 제안했다.

△경제3법 처리에 야당 내 반대의견이 많은 것으로 안다. 김 위원장이 내부 반발 무마용으로 꺼냈다는 의심을 지우기 힘들다. 구체적인 내용도 없는 상황에 노동관계법도 손보는 건 어불성설이다.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 자체가 정쟁화하려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 법안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경제성장을 위한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

△결국은 문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 성공에 달려 있다. 제조업에서 반도체 중심의 디지털 첨단 산업으로 국가 산업의 근간을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을 망라해 DNA(Data·Network·AI)라 하는데 모두 반도체 근간의 사업 영역이고 이를 통해 앞으로 30년간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기술 패권을 발굴해야 한다.

-경제활성화를 도모하는 중에 주식 양도거래세 관련 대주주 요건 완화가 논란이 됐다.

△요건이 완화되면 연말 매도 및 연초 매입현상이 심화된다. 3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으로 보유한 주주는 전체의 2% 내외지만 이들이 보유한 주식 금액은 41.5조 원에 달해 연말에 대대적인 매도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민간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완화하려는 기재부의 의지가 강고하나 이를 가족합산이 아닌 개인으로 봐야한다는 것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과세연도까지 금액에 대한 부분도 정확하게 따져야 한다. 유동성이 과잉상태인데 3억원이 개인으로 봐도 대주주로 간주해도 되는 것인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최소 1년 이상 주식 투자자는 기업의 가치를 바라본 투자이므로 이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도 도입해야 한다. 주식 투자를 통해 이득이 있었는지 손실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환산해 과세하는 것도 고려해볼 문제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예산 정국이다. 수년간 이어진 확대 재정에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로 경제 위기인 만큼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 재정은 사실 불가피하다. 이는 보수와 진보 경제 학자 모두 동의하는 내용이다. OECD 역시 전통적인 균형 재정에서 탈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경기가 정상화 됐을 때를 대비한 금리 인상과 증세 등의 흑자 지향 통화·재정 정책을 조금씩 그려야 한다는 점이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당정간 이견은 어떻게 봤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재정안정성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인 만큼 보수적인 정책을 주장하는게 맞다. 코로나19는 누구도 겪어 보지 못했던 것인 만큼 정답을 내기가 힘들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조세 당국이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재정 예측을 잘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과세가 명확하면 재정 정책에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과세 시스템을 합리적으로 손본다면 어느 계층이 얼마나 어려운지 파악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핀셋 지원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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