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나선 대형마트에 '출점제한' 강화…과잉입법에 시름

2021 신년기획 '낡은 규제 혁파하자'①
21대 국회, 출점 규제·영업시간 제한 등 '유통 규제' 11건
과도한 내용 담은 뒤 "변동 가능"…'흥정식 규제' 지적
免, 규제 이후 외부적 요인에 직격탄…대기업도 '백기'
  • 등록 2021-01-14 오전 5:30:00

    수정 2021-01-14 오전 8:35:48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이름처럼 산업 발전을 위한 법안이 나와야 하는데 규제에만 눈독을 들이는 것 같다. 소비가 얼어붙고, 실적이 줄어드는 현실은 감안하지 않은 채 정치적 진영 논리에 기반 한 규제만을 쏟아내고 있어 걱정이다.”

국회에서 현실을 외면한 채 ‘나 몰라라’식으로 유통 규제 법안들을 발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이후 효과나 영향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은 하지 않고 ‘규제를 위한 규제’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기휴무 안내문이 부착된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사진=연합뉴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총 15개로, 이들 중 영업시간 제한과 출점 규제 등을 포함해 규제로 볼 수 있는 개정안은 11개다. 여기에 추가적인 규제법안이 마련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 법안들이 통과될 경우 대형마트는 수도권에서 더이상 출점 할 수 없게 된다. 스타필드나 롯데몰 등 대형 쇼핑몰들은 지금의 대형마트처럼 정기적으로 의무 휴업을 해야 한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이커머스도 판매 상품 제한이나 휴업 규제 등에 묶일 수 있다.

생필품·먹거리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상품을 취급하는데다, 삶의 터전인 일자리 창출에도 큰 역할을 해 온 유통업계 경영활동 위축이 불가피한 셈이다.

지난해 본회의에서는 지난 11월 23일까지였던 규제의 존속기한을 5년 연장하는 법안이 유통산업발전법 중 유일하게 통과됐다. 업계로서는 일말의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유통업계의 목을 죌 수 있는 다양한 법안이 계류돼 있다.

새해에도 규제는 계속…섬세한 접근보다 ‘일단 발의’

규제를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은 새해에도 감지된다. 여당인 민주당은 홍익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형마트 뿐 아니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계열회사가 운영하거나, 일정 면적 이상인 복합쇼핑몰도 영업제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스타필드나 롯데몰 등도 월 2회 의무휴업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규제에서 빗겨나 있었던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의무휴업이나 판매 품목 제한 등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규제는 업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한데 ‘일단 내고 보자’ 식의 발의가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행 전통시장 반경 1km인 출점 규제 지역을 최대 20km까지 확대하자는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서울 내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 대형유통업체들의 출점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현행 1㎞ 규제만으로도 서울시에서 대형마트 등을 추가로 출점하기는 매우 어려우며, 만약 반경 2km로만 늘려도 서울시 전체 면적의 83%에 해당하는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인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김 의원 측은 무조건 20km로 못 박는 게 아니라 지자체 조례에 따라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법안 심사 과정에서 20km라는 기준도 변동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처럼 섬세하지 못한 ‘흥정’식의 규제법안 발의는 투자 위축 등 부정적 영향만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통업계 어려움 가속…‘면세점 직격탄’ 사례 재발 우려

최근 유통가는 코로나19라는 전에 없던 충격이 더해져 어려움이 가속하고 있다. 특히 규제의 주요 대상인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직격탄을 맞았다.

산업통상자원부 지난해 11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조사에서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1% 감소했다. 백화점은 4.3%, 준대규모점포(SSM)는 9.8% 급감했다. 편의점이 3.3% 오르며 선전했음에도 오프라인 전체 매출은 2.4% 줄었다.

이 같은 추세는 1년 내내 이어졌다. 지난해 오프라인 매출 신장률은 1월 4.1%에서 2월 -7.5%, 3월 -17.6%, 4월 -5.5%, 5월 -6.1%, 6월 -3%, 7월 -2.1%, 8월 -2.4%, 9월 1%, 10월 2.1%로 집계됐다.

규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위기 상황을 겪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롯데쇼핑의 경우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부실점포 200개의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뼈를 깎는 몸집 줄이기를 하고 있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은 1조 3308억원으로 8.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84억원으로 57.2% 줄었다.

유통업계에서는 과도한 규제로 인해 전체적인 산업의 경쟁력 악화를 겪은 사례가 있다. 바로 면세점이다.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 여행객 급증에 힘입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급격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던 중 일부 대기업이 알짜 사업을 과점하고 있다는 여론이 일자 국회에서는 2013년 기존 10년이던 면세점 특허기한을 5년으로 줄였다.

면세업계는 대규모 투자가 수반돼야 하고, 수익이 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리며 외부적 요인에 의해 흔들릴 수 있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발 중국의 보복 조치와 코로나19 이후 면세업계는 완전히 주저앉았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규제를 단행하면서 결국 중소 면세점은 물론 SK네트웍스나 두산, 갤러리아 등 대기업이 운영하던 면세점들도 결국 사업권을 내려놓을 정도로 면세업계는 타격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무분별한 규제 남발은 면세점과 같은 아픈 사례를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를 하더라도 사업의 특성과 전반적인 상황, 주변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루 살펴야 할 것”이라며 “어느 한 쪽에 치우친 규제를 남발할 경우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 상황을 더욱 얼어 붙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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