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조 지나간 우이령길…41년만에 열리나

'김신조사건'으로 41년간 통제, 2009년부터 부분개방
과거 각지역 농수산물 교환 이뤄주던 주요 통로
박승 전 총재 "제한적 개방 안돼..사람이 다녀야 길"
지자체들은 상시·전면개방으로 정서통합 이뤄야
  • 등록 2018-11-23 오전 6:30:00

    수정 2018-11-23 오전 9:28:35

지난 3일 열린 ‘우이령길 건강 걷기대회’에 참가한 등산객들. 등산객들 뒤로 도봉산의 오봉이 보인다.(사진=양주시)
[양주=이데일리 정재훈 기자]“1968년 1월말, 몇일동안 밤하늘을 하얗게 태웠던 조명탄 불빛이 걷힌 뒤 우이령길은 어둠속으로 사라졌죠.“

의정부시에서 나고 자란 유호명 경동대 대외협력실장이 기억하는 우이령길이다.

1968년 1월 21일,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남으로 넘어온 무장공비가 우리 군·경과 교전을 벌인 ‘김신조 사건’이후 우이령길은 일반인의 기억속에서 사라졌다.

정부는 이후에도 무장간첩의 침투로로 다시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우이령길은 전면폐쇄했다. 약 41년 동안 일반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이용 민원이 쇄도하자 2009년 제한적으로 개방했다. 지금은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의 고현탐방센터와과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 우이탐방센터에서 각각 500명씩 하루 1000명씩 이용이 가능하다.

북한산국립공원의 탐방로를 나타낸 안내도. 가운데 붉은색 노선이 우이령길.(그래픽=국립공원관리공단)
장흥면~우이동 연결하는 6.8km 고갯길

우이령길은 북한산국립공원 내 도봉산과 북한산이 만나는 지점의 낮은 언덕을 통해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과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을 동-서로 연결하는 6.8㎞의 고갯길로 공식적인 탐방로는 약 4.4㎞다.

이 길은 옛부터 서울과 경기서북부, 나아가 현재 북한의 황해도를 연결하는 중요한 교통로다. 1861년 고산자 김정호가 편찬한 대동여지도에도 등장한다.

우이령길은 과거 함경도와 강원도 동해안에서 잡힌 수산물을 실어나르던 상인들이 태백산맥을 넘는 함경도 원산시의 추가령구조곡을 거쳐 서울로 진입하기 직전 집결한 곳이다. 서울시 도봉구의 다락원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다락원은 수도권 최대규모의 난전이 펼쳐졌던 곳으로 지금의 황해도와 양주, 고양, 파주 등 주민들은 우이령길을 지나 다락원을 찾았다.

우이령길에 설치된 전망대에서 도봉산 오봉을 바라보는 등산객.(사진=정재훈기자)
기자가 평일 낮 시간에 직접 걸어본 우이령길은 제한적 개방 탓인지 여느 탐방로에서 보기 어려운 한적함과 자연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났다.

양주쪽 우이령길 시작지점인 고현탐방지원센터 관계자는 “평일에는 탐방객이 비교적 적어 한산하지만 주말에는 인터넷 예약도 쉽지 않을 정도로 탐방객이 몰린다”며 “우이령길이 걷기 좋은 길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탐방객이 찾아오는 북한산국립공원의 명소가 됐다”고 귀띔했다.

고현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해 강북구 우이동의 우이탐방지원센터까지는 2시간정도 소요된다. 경사가 급하지 않고 길도 잘 다듬어져 있어 걷기에 그만이다.

6·25전쟁 이후 주한미군이 작전도로로 이용할 당시 설치한 대전차 방호벽이 그대로 남아 있고 군사정권 시절 정비 목적으로 군 공병대가 시행한 사방사업의 흔적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사방공사 당시 이곳에는 오리나무와 가중나무, 아까시나무 등 2400여 그루의 나무가 식재돼 현재는 자연림과 뒤섞여 보존되고 있다..

우이령길을 자주 찾는다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부부.(사진=정재훈기자)
서울과 경기북부 잇는 소통로 다시 열어야

취재 중 우이령길에서 만난 박승 한국은행 전 총재는 “집과 가까워 우이령길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그는 “과거 남북대치 시대의 산물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자연환경이긴 하지만 이렇게 편안한 휴식을 일부 사람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마땅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재는 자연환경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남북 화합의 시대에 무장공비 이동로였다는 이유로, 혹은 환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우이령길 이용을 통제하는 것은 사람 사이의 소통을 막는 일방적인 발상이라는 것이다.

유호명 실장은 “우이령길은 과거에서부터 수도권 북부지역을 동서로 연결하는 핵심 통로였다”며 “하얀 조명탄 불빛과 함께 굳게 닫힌 우이령길의 단절은 지금의 서울과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의 정서 단절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경기 양주시는 우이령길을 기반으로 경기서북부와 서울을 연결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두 지역을 서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북한산국립공원 북쪽의 의정부시나 남쪽의 서울시 종로구로 돌아가야만해 자동차로도 1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양주시는 지난 2007년 우이령길 지하로 약 5㎞ 길이의 터널을 뚫어 두 지역 간 이동시간을 5분 내외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사업성과 환경훼손 등 난제에 부딧쳐 무산됐다. 이후 시는 서울 강북·도봉구와 함께 정부에 우이령길 개통을 건의해 2009년 7월에서야 지금의 부분적 개통을 이끌어 냈다.

양주시는 매년 ‘우이령길 걷기대회’를 열면서 현재의 부분개통을 넘어 누구든 사전 예약 없이 손쉽게 다닐 수 있는 전면개통을 요구하고 있다.

‘우이령길 건강 걷기대회’에 참가한 이성호 양주시장과 정성호 국회의원이 등산객들과 걷고 있다.(사진=양주시)
이성호 양주시장은 “우이령길의 전면 개방은 농촌과 도시의 화합을 이끌어 내고 수십년 간 단절된 지역 주민들의 정서통합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관계 기관과 협의해 우이령길이 일반에게 상시 개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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