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서울-지방 부동산 양극화가 부른 착시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전 금융감독원 조사연구국장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 등록 2019-12-11 오전 5:00:00

    수정 2019-12-11 오전 5:00:00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부동산시장 (상대)가격 변동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며 근검절약보다는 부동산투자 시세차익이 부를 축적하는 지름길이 됐다. 집이 삶의 근거지를 넘어 재산 증식 나아가 투기의 수단이 되면서 집값 향방에 따라 부자와 빈자의 갈림길이 엇갈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부동산 가격이 서울 특정지역은 폭등하였지만 지방경제가 폐허화되면서 지방은 폭락한 결과로 부동산가격이 안정됐다는 시각은 가공할 양극화 현상의 착시효과일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었다”는 고위층 발언이 두려운 까닭은 문제 진단부터 착오가 발생하면 올바른 대책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 이치가 그렇듯이 부동산 시장은 ‘평균의 함정’에 도사린 양극화가 더 무서운 재난을 초래한다. 부동산 특히 집값은 올라도 문제가 되고, 내리면 가계에는 더 큰 재난이 닥치기 마련이다. 집값이 오르면 더 나은 환경으로 이동이 불가능해지면서 ‘개구리’는 그냥 개구리로 살아야지 감히 용이 될 꿈은 꾸지 못한다.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면 그 가계는 절망에 이르는 병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생각해보자. 먼저 집값이 20% 올랐다면 1억 원짜리는 2000만원이 오르지만, 10억 원짜리는 2억 원이 오르기 때문에 저소득층은 좀 더 좋은 환경으로 옮길 엄두를 내지 못한다. 거주이전 자유를 사실상 상실하고 신분(?) 이동을 꿈꾸기 어려운 봉건사회가 된다. 반대로 집값이 20% 정도 내린다면, 가계의 근심은 더 깊어진다. 처음 집을 장만할 때 30~40% 대출을 끼고 구입하기 때문에 손실은 단순히 20%가 아니라 원금의 최대 33%에 달하게 된다. 미래의 보금자리 장만을 꿈꾸고 전세임대를 병행한다면 레버리지 손실은 더 확대된다.

부동산시장 가격 불균형의 원인은 무엇보다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다. 한마디로 지방은 산업공동화가 진행되면서 부동산 공급이 수요보다 넘치고, 서울은 수요가 공급보다 넘친다. 서울의 경우 양도세 중과로 공급을 억제하는데다, 사람들이 살고 싶은 집 공급을 억제해 희소가치가 높아졌다. 자식을 둔 부모 어느 누군들 우수학군이 몰려 있는 곳으로 가기 싫다 하겠는가. 최근의 부동산가격 움직임은 경기침체 후에 예상되는 유동성 팽창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도 하나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경제전문가(?)라며 강남에 산다는 청와대 정책수석이 방송에 나와 “할리우드에는 저명 배우들이 몰려 살기 때문에 집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면서 “모든 사람들이 다 강남지역에 살 필요가 없다”는 엉뚱한 소리를 해 어이없게 만들었다. 고의였는지 실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강남지역에 살고 싶은 국민들의 잠재욕구를 자극하는 묘수인지 꼼수를 저질렀다. 게다가 서울 유수 지역의 재건축을 제한하는 정책을 펼쳐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의 주택공급을 억눌렀다. 이처럼 공급능력과 수요욕구를 괴리시키는데, 집값이 미친 말처럼 이리저리 뛰는 것이 어찌 이상하다는 말인가.

시장 흐름을 무시하고 가격을 이리 구부리고 저리 펴려는 정책을 펼치다보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 불가능해져 공급과 수요가 뒤엉키기 마련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내리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한 책임은 없이 시장에 개입하려다 결과적으로 시장을 망치는 위험한 일들이 반복되어 왔다. 그 부담은 모두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되어왔다.

시장에 개입할수록 가수요가 늘어나거나 반대로 과잉공급 사태가 벌어져 시장을 교란한다. 부동산시장 대책은 시장참여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한 거래정보를 제공하여 시장기능을 높여야함은 두말할 필요 없다.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아니더라도, 정부가 시장을 이기는 경우는 유사 이래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시장을 붕괴 시킬 뿐이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