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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칙 심각한 수준, 美 다른 나라들과 손잡고 대응해야"

[신년인터뷰]②'계약이론의 거장' 올리버 하트 美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中 지재권 등 법·규칙 위반 심각…美의 나 홀로 대응은 만만찮아"
"문제는 트럼프…세계 지도자들, 트럼프 어떻게 대할지 난감해해"
"한미 방위비 협상 양측 경제적 이득 계량화해서 분담해야"
  • 등록 2020-01-02 오전 6:00:00

    수정 2020-01-02 오전 6:00:00

사진=올리버 하트 미 하버드대 교수 제공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기자들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에게 으레 하는 첫 질문은 ‘경제 전망’이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경고와 분석은 그들의 명성 만큼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의례적인 질문에 대한 올리버 하트(사진)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의 답변은 의외였다.

“저에게서 미국의 경제 전망을 듣는 건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데요.”

반면 하트 교수는 자신의 전문영역인 ‘계약이론’ 등에 대해서는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했다. 평생을 계약이론과 기업이론·법경제학·기업금융 분야 연구에 몸바친 그는 미·중 무역협상, 북·미 비핵화 협상,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자신의 ‘계약이론’에 대입해 설명을 이어갔다.

하트 교수는 이데일리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갈등에 대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등 법·규칙 위반 행위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미국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나 홀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다자적인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등 중국의 불공정 행위로 피해를 보고 있는 다른 국가들과 손을 잡고 함께 압박해야 중국이 더 쉽게 수긍할 것이라는 게 하트 교수의 판단이다.

그러나 동맹까지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 우선주의’ 기조는 이 같은 접근 방식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하트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유럽을 비롯한 동맹국의 지도자들은 변덕스러운 트럼프를 어떻게 대할지 몰라 한다”며 “이는 글로벌 사회에서 미국의 위치를 의문스럽게 만들고 있으며, 미국의 리더십을 갉아먹고 있다”고 했다. 동맹국과의 관계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게 하트 교수의 조언이다.

하트 교수는 “무역협정은 복잡한 계약”이라며 “그래서 이 역시 미완성일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양국이 최대한 지속 가능한 협정을 만들 수 있도록 협상가들이 원하는 ‘최종 합의’를 도출하는 데 계약이론이 도움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있는 것 아닌가.

△관세정책은 명확한 계획이나 전략 아래 이뤄지는 게 아닌 ‘무작위적 행동’(랜덤)일 뿐이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변덕스럽게 관세 부과를 발표하고 취소한다. 무역적자가 항상 나쁜 게 아니다. 얼마 전 동료 경제학자는 이런 농담을 했다. ‘이발소에 가면 무역적자가 생긴다, 머리도 짧아지고 돈도 내야 하니까.’ 만약 내 동료가 이발사에게 내가 적자를 본다고 따진다면 얼마나 황당해하겠나. 불행하게도 트럼프는 이러한 기본적인 경제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AFP
-북·미 비핵화 협상은 어떻게 예측하는가.

△트럼프와 김정은 모두 평범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목표는 불분명하고 세계관도 알 수 없다. 무역협상에서도 혼선을 겪는 트럼프가 비핵화 협상을 잘할 가능성은 극히 작다. 김정은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의 성향 또한 매우 우려스럽다. 좋은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 그저 핵전쟁이 일어나질 않길 빌며 시간이 흐르길 기대한다.

-이 문제 또한 계약의 시각으로 본다면.

△거래의 핵심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이 금전적 지원과 제재 해제를 한다는 것인데, 김정은이 그런 결정을 내릴까. 핵무기 포기란 권력에서의 축출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 핵무기 보유가 그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 아닌가. 이 요소들은 김정은이 거래하지 않을 가능성을 키운다.

-교착국면인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주한미군 주둔이 양국 모두에 혜택이 가기 때문에 방위비를 분담하는 것 아닌가. 어느 쪽이 더 혜택을 보는지 측정해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경제학엔 이득을 수량화하는 방법들이 있다.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트럼프의 핵심기조인 ‘미 우선주의’를 평가해달라.

△지금 미국의 세계적 지위엔 문제가 없다. ‘미 우선주의’라는 게 필요 없다는 거다. 계약의 전제조건은 양측이 모두 혜택을 봐야 한다는 거다. 이익을 최대한 창출해 합리적으로 나눠야 한다. 그런데 미 우선주의는 근본적으로 ‘강자가 원하는 걸 얻어낼 때까지 약자를 압박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지 않나.

-양호한 미국 경제가 트럼프의 재선을 이끌 것이란 전망도 많다.

△나의 대답은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이다. 미 국민은 경제가 (대통령을 뽑는 판단의) 전부가 돼선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트럼프가 일으킨 불확실성이 장기적으로 경제에 그리 좋지 않을 것이다. 소수집단에 대한 대우가 많이 취약해졌고 더 많은 인종차별적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것들을 봐야 한다.

사진=올리버 하트 미 하버드대 교수 제공
-볼록체인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블록체인은 계약서 작성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출장에 나선 A씨는 비행기가 3시간 이상 연착하면 1000달러를 받는 보험을 들었다. 중요한 미팅에 못 가면 금전적 손실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블록체인은 거래를 더욱 간편하게 만든다. 자동으로 시스템상에서 시그널이 전송돼 보험사에 알림이 가고, 결재시스템을 통해 1000달러의 보상금은 곧 당신의 통장에 자동이체 된다. 종전 보험처리 과정보다 아주 매끄럽지 않나. 블록체인이 없다면, A씨는 비행기 연착에 대한 증거를 찾아야 하고, 서류도 작성해야 하며, 이를 보험사에 직접 갖다 줘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한다. 보험사는 검토라는 이름 아래 오랫동안 당신의 서류를 구석에 처박아둘 테고, A씨가 실제 1000불을 받을지도 의문스럽다.

-암호화폐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회의적이다. 경제학자들도 암호화폐를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교환 매개물로 쓰이지 않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금과는 다르다. 이미 우리는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목격했다. 아마 사라지지 않을까.

-한국 독자에게 ‘계약이론’에 대해 설명해 달라.

△미래는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모든 계약은 미완성이다. 계약에 없는 상황은 분명히 발생한다. 교도소를 예로 들어보자. 민영교도소는 비용절감을 위해 저숙련 교도관들을 고용할 것이다. 문제는 난폭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발생한다. 분명히 계약에 교도관 교육훈련 조항이 있겠지만, 업체는 비용절감을 위해 계약을 위반할 것이다. 실제와 이론은 다르며 완벽한 계약은 어렵다. 교도관 교육은 결국 운영권을 가진 업체의 재량이 될 것이다. 반면, 정부교도소는 공무원 특유의 느린 일 처리 등 비효율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이 비용을 줄이지 않는다. 모든 교도소는 정부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는 점을 가리킨다.

☞하트 교수는…‘계약이론’의 거장으로 201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영국 출신 미 경제학자. 모든 경제관계가 계약으로 이뤄져 있는 만큼 계약이 투명하고 양측이 만족하는 합의가 도출될수록 사회의 효용이 증가한다는 게 그의 이론. 이 이론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 등 다양한 공공 분야에서도 포괄적인 분석 틀로 활용된다. 영국 캠브리지킹스대에서 수학 학사를, 워릭대학교대학원에서 경제학석사를, 미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각각 취득했다. 미 MIT대 경제학 교수를 거쳐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4년 연세대 상경대 SK석좌교수를 맡으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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