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면 부부죠" 핀란드에선 동거가구 셋중 한집은 육아중

[인구기획 핀란드편]동거가구 인터뷰
"부모·친구 함께 만날 때면 '가족' 소속감 느껴"
한국서도 가족 다양성 인식 높아지는 중
  • 등록 2020-02-07 오전 5:00:00

    수정 2020-02-07 오전 8:13:43

핀란드 헬싱키에 사는 미코(Mikko·왼쪽), 수잔나(Susanna) 커플과 딸 에빠(Ebba). (사진=조해영 기자)
[헬싱키(핀란드)=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 사는 수잔나(Susanna Hulkkonen·34)와 미코(Mikko Malo·29)는 동거 커플이다. 지난 2012년 지인의 소개로 만난 이들은 이듬해 수잔나의 룸메이트가 프랑스 파리로 떠난 뒤 동거를 시작했다. 헬싱키 인근 도시 탐페레에 살던 미코는 수잔나와 함께 살기 위해 헬싱키로 이사 왔다.

동거 3년 차이던 2015년에 자녀 계획을 세웠고 이듬해 10월에 딸 에빠(Ebba·4)가 태어났다. 이들은 자주 서로의 가족·친구와 만나 시간을 보낸다. 많은 사람과 모여 시끌벅적하게 떠들 때면 ‘대가족’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에 뿌듯해진다.

핀란드에선 수잔나, 마코 커플 같은 결혼하지 않은 동거가구가 흔하다. 핀란드의 동거가구는 지난 2018년 기준 34만2793가구에 달한다. 핀란드 인구수는 우리나라의 10분의 1 수준인 550만명이다.

동거가구 셋 중 한 집(35.8%)은 수잔나와 미코처럼 아이를 낳아 키운다. 40대인 미코의 누나 역시 20년 넘게 동거 중이다.

수잔나는 “핀란드에선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서 별다르게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래 친구들은 물론이고 부모님들 중에서도 ‘그래도 결혼은 해야지’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수잔나는 “주변 사람들 중 누가 결혼을 했는지, 동거만 하는 사이인지 기억을 못 할 때도 있다”며 “‘쟤가 결혼을 했었나’, ‘동거 중이던가’ 혼자 기억을 더듬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이나 사회 분위기가 동거 커플을 정상적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해 벌어지는 일이다.

핀란드 대학에서 영화제작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록산나(Roxana Sdv·27)는 카자흐스탄 출신이다. 그는 동거커플을 당연시하는 핀란드 사회 분위기가 처음에는 신기했다고 한다. 지금은 남자친구와 수년째 동거 중이다.

록산나와 2014년부터 동거 중인 직장인 미카엘(Mikael Saukko·32)은 “동거를 하면 서로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다”며 “함께 살면 경제적으로도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편하기 때문에 다들 동거를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카엘의 여동생도 남자친구와 8년째 동거하며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다.

국적이나 결혼 여부 등을 이유로 차별 대우하지 않는 핀란드의 복지정책이 동거가구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록산나는 “나는 핀란드 사람이 아니지만 학생에게 주는 주택수당(housing allowance)을 받는다”며 “덕분에 수도 헬싱키의 비싼 집값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유교문화 잔재로 혼인 문제에 있어 보수적이던 한국 사회에서도 동거를 둘러싼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혼인과 혈연 여부와 무관하게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의 67.5%나 됐다.

남자친구와 동거를 해본 적이 있다는 직장인 A(27)씨는 “원래 결혼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오히려 동거를 하면서 결혼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며 “무조건 결혼을 하라고 등 떠밀기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인정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동거 중인 록산나(Roxana·왼쪽)와 미카엘(Mikael)이 자신들의 집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사진=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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