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휴'에 '명퇴'까지…'코로나'에 여행사 줄도산 위기

코로나바이러스 전세계 확산에 여행심리 '급랭'
동남아 이어 유럽까지 여행 취소 문의 이어져
여행업협회 "인,아웃바운드 여행사 피해 커"
日불매, 홍콩 시위에 이어 코로나까지 '삼중고'
무급휴직에 구조조정까지, 여행사 자구책 마련 고심
여행사 "실질적인 지원책...
  • 등록 2020-02-11 오전 6:00:00

    수정 2020-02-11 오후 9:22:22

지난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예약 취소 처리하러 출근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여행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중국, 홍콩, 마카오 등 중화권은 물론 동남아 시장까지 감염 공포가 확산하면서 여행을 취소하려는 사람들이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현재 중국 전역에 대한 여행 상품 판매는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주요 여행사들은 중국 여행 예약 건에 대해 취소 수수료 없이 환불 조치를 진행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는 동남아 시장까지 집어삼켰다. 동남아 시장은 여행사 동계 시즌 대표 여행 상품. 전체 시장에서 동남아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60%에 육박할 정도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동남아 여행 상품 또한 예약자의 30% 이상이 취소하면서 여행사들도 비상에 걸렸다. 문제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여행사 내부에서는 “예약 취소 처리하러 출근하고 있다”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10일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12개 주요 여행사가 1월23일부터 이달 3일까지 아웃바운드와 인바운드 취소 현황은 각각 6만1850명, 1만8770명으로 나타났다. 피해금액도 각각 299억원, 65억원에 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로 여행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갈수록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근원지인 중국을 넘어 동남아와 일본에 이르기까지 단거리 여행지에 해당하는 대부분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고 있어서다.

여행사들은 무급휴가를 실시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희망자만 안식년 기준을 완화하고 선택적 잡셰어링을 시행하기로 했다. 선택적 잡셰어링은 주 1~4일 근무하는 만큼 급여가 줄어드는 형태다. 모두투어도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희망자만 무급휴직을 받고 있다. 자유투어와 레드캡은 희망퇴직을, 노랑풍선과 KRT도 무급휴가를 실시한다. 자유투어는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이달부터 모회사인 모두투어의 자금지원 없이 자유투어 자체 수익으로만 회사를 운영키로 했다.

최근 여행사는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신종 코로나에 앞서 일본 불매 운동과 홍콩 시위 등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일본은 지난 5년간 가장 비중이 큰 시장이었다. 2015년 400만2095명, 2016년 509만302명, 2017년 714만438명, 2018년 753만8952명으로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실제로 하나투어의 경우 2018년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방문한 해외 여행지는 일본이 38.8%로 1위였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시작한 일본 불매운동으로 일본 여행 수요도 급감했다. 지난 1월 기준 해외 여행지별 비중에서 일본은 11.1%로 주저 앉은 것이다. 대신 이 자리를 동남아가 차지했다. 1월 해외 여행지 중 동남아의 비중은 65.1%에 달했다. 문제는 동남아 여행 수요도 줄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동남아 여행 수요는 전년 대비 19.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악재 영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업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과 중국, 여기에 동남아까지 여행 심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피해는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행사의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 국민의 여행 심리 위축으로 인한 신규 예약은 거의 없는 상태다. 여기에 기존 예약 상품마저 취소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어. 문제는 고객들이 중국 여행은 물론 동남아나 유럽 등 국가들도 취소 수수료 없이 환불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어 여행사들이 난감해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 여행사는 중국 본토와 마카오, 홍콩 등으로 떠나는 여행 상품 외엔 취소 수수료를 약관대로 부과하고 있다.

해외여행 표준약관에 따르면 여행 출발 전 계약해제 시 발생하는 손해액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외여행표준 약관에는 △여행개시(출발일) ~30일 전까지는 계약금 환급 △29~20일 전까지는 여행요금 10% 배상 △19~10일 전까지는 여행요금 15% 배상 △9~8일 전까지는 여행요금 20% 배상 △7~1일 전까지는 여행요금 30% 배상 △당일에는 여행요금 50% 배상해야 한다.

여행사들도 표준약관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는 여행객과 항공·호텔 등을 중개하는 역할로,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을 모두 이해시킬 수 없는 노릇”이라면서 “항공사와 호텔에 약관을 변경해서 취소수수료를 없애달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정부도 마땅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지난 6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관광업계와의 간담회에서 “관광사업체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실질적인 지원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신종코로나로 인한 여행업계의 타격이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면서 “당장 지원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여행업계 근간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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