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자의 비사이드IT]톰브라운 에디션 흥행의 '씁쓸한' 단면

삼성-톰브라운 협업 패키지 사이트 다운시키며 완판
한정판 인기도 있지만 리셀러들도 한몫
  • 등록 2020-02-22 오전 9:00:00

    수정 2020-02-22 오전 9:00:00

때로는 미발표곡이나 보너스 영상이 더 흥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말기와 IT업계를 취재하면서 알게 된 ‘B-Side’ 스토리와 전문가는 아니지만 옆에서(Beside) 지켜본 IT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합니다. 취재활동 중 얻은 비하인드 스토리, 중요하지는 않지만 알아두면 쓸모 있는 ‘꿀팁’, 사용기에 다 담지 못한 신제품 정보 등 기사에는 다 못 담은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하나밖에 안 남았어요”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상품입니다” “없어서 못 판다니까요” 100% 믿지 않는다고 해도 지갑을 열게 되고 뒤돌아서 다시 보게 되는 마법의 문장들이죠.

바로 어제 자정에 저도 이 기분을 느꼈습니다. ‘갤럭시Z 플립 톰브라운 에디션’이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시간이었습니다. 살면서 한정판을 사기 위해 시간을 재며 기다린 것은 처음이었는데요.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처음엔 ‘성공하면 한번 써보고 싶다’는 호기심 정도였는데, 접속조차 안 될 정도로 구매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자 묘한 오기마저 생기더군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하는 ‘한정판’의 매력

제품이든 식품이든 영화든 흥행작들에 작용하는 서로 상반된 심리가 두 가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남들이 다 가지고(봤기) 있으니 나도’라는 대세 편승 심리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남들과 나는 다르다’는 차별화 욕구입니다. 소위 한정판 제품은 후자쪽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전자에도 한발은 걸치고 있는데요. 한정판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지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일단은 특별하죠. 또 해당 제품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 모두 알고 있는 제품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만족감, 혹은 요즘으로 치면 ‘인싸’(인사이더)가 된 것 같은 우월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한정판 제품의 인기몰이는 유통·패션 업계에선 이미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한정판 신발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나이키 덩크 시리즈의 경우 한정판 제품이 나올 때마다 매장 앞에는 제품을 사려는 구매자들이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판매 개시일 최소 하루 전부터 매장 앞에서 먹고 자며 줄을 서는 행태를 일컬어 ‘캠핑’이라고 하기도 하죠. 지난 2015년에는 제조·유통 일괄형 의류(SPA) 브랜드 H&M이 명품 패션 브랜드 ‘발망’과 협업해 출시한 패션 아이템을 사기 위해 일주일 전부터 캠핑을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식품·뷰티·주얼리 업계에서 시즌마다 나오는 크리스마스·밸런타인데이 한정판 제품들과 수시로 기획되는 인기 캐릭터 한정판 제품들이 인기라는 이야기는 이미 익숙합니다.

IT 제품 가운데서도 한정판 제품이 인기를 끈 사례는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5년 1000대 한정으로 출시한 ‘갤럭시S6 엣지 아이언맨’ 에디션은 당시로서는 전례가 없었던 삼성닷컴 마비 사태를 빚으며 인기리에 즉시 매진됐습니다. LG전자가 지난 2017년 말 300대 한정으로 낸 ‘LG 시그니처 에디션’ 역시 199만원이라는 고가에도 출시와 동시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한 바 있습니다. 강렬한 색상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소니의 ‘엑스페리아 XZ 프리미엄 로쏘’ 역시 2017년 출시돼 인기를 끌었던 한정판 모델이었죠.

위에서부터 갤럭시S6 엣지 아이언맨 에디션, LG 시그니처 에디션, 엑스페리아 XZ 프리미엄 로쏘.


삼성 홈페이지를 마비시킨 ‘리셀러’…“알아도 막을 방법은 없어”

이같은 한정판의 인기는 곧잘 ‘시장가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제조사에서 판매한 가격에 ‘웃돈’ 이 붙어 개인간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죠. 수요-공급에 법칙이 정확히 작용하는 지점인데요. 사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애초 공급이 제한적이니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 생기는 겁니다.

앞서 예를 들었던 제품들의 경우를 보면 나이키에서 출시한 한정판 운동화의 경우 모델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판매가격의 최소 수십배에서 백배가 넘는 가격에도 거래가 됩니다. 갤럭시S6 엣지 아이언맨 에디션은 2015년 당시 국내에서 출고가(130만원)의 2배에 달하는 250만원에 중고거래가 됐다고 합니다.

샀다가 파는 것만으로 단기간에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 보니, 리셀러(한정판 제품 등을 사서 웃돈을 얹어 되파는 사람)들이 기승을 부리는 사태가 생깁니다. 소위 장시간 캠핑을 하거나 한정판 제품을 사재기하는 사람들은 대다수 리셀러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갤럭시Z 플립 톰브라운 에디션의 인기 돌풍에도 리셀러가 한몫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제 새벽 삼성닷컴 사이트의 오류가 지속되는 와중에도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구매에 성공했다면 웃돈을 얹어 바로 되팔겠다는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왔습니다.

리셀러들은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할 때 순서대로 마우스나 키보드의 동작들을 무한 반복하게 하는 ‘매크로(macro)’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제품을 사들이는 동안 실구매자들은 오류페이지만 보고 있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죠. 이에따라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측에서도 추가 판매에 무게를 두고 관련 사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리셀러들의 존재를 안다고 해도, 이들도 소비자이기 때문에 ‘1인당 1회 혹은 1개 구매’ 등의 제한을 두는 것 외에는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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