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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코로나19 환자들이 타고 있는 크루즈 10여척이 아직도 바다 위를 떠돌고 있다. 심지어 미 해군 소속 항공모함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미국 해군의 핵항공모함 ‘USS 시어도어 루즈벨트’호의 지휘관 브렛 크로지어 대위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군 고위공무원에게 보낸 탄원서에서 “우리는 전쟁 상황이 아니다. 그러니 선원들은 죽음을 맞이해야 할 이유가 없다. 만약 지금 당장 움직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자산, 바로 ‘승조원’을 제대로 보살피는데 실패할 것이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공간이 협소한 군함의 특성상 사회적 거리두기 격리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며 “코로나19가 확산이 진행중이며 가속화되고 있다. 위험에 처한 승조원들이 배에서 내릴 수 있도록 해달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CNBC에 따르면 항공모함 루즈벨트호에는 4000명 이상의 승조원이 탑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지난달 24일 루스벨트호에 탑승한 미 해군 소속 수병 3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감염 경로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이 없었다. 현재 루즈벨트호에 얼마나 많은 감염자가 추가로 발생했는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탄원 사실을 최초 보도한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은 100여명으로 추정했다.
루즈벨트호 외에도 입항할 곳을 찾지 못한 민간 크루즈선 아직 많다. CNBC는 선박 항적 기록 웹사이트인 크루즈매퍼를 인용, 이날까지 9척의 바다 위에 머물러 있으며 이들 선박엔 총 8000여명이 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주목을 받는 선박은 세계 최대 크루즈그룹 카니발이 소유한 홀랜드아메리카 라인 소속 잔담호다. 미국과 중남미를 오가는 잔담호는 지난달 선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칠레, 페루, 멕시코 등지에서 입항을 거부당했다. 이후 15일 동안 바다 위를 떠돌았다. 이 선박에선 최소 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사망자도 4명 발생했다.
폭스뉴스는 “입항조차 허가되지 않아 바다 위를 거닐고 있는 배가 10척에 달한다”며 “5척은 입항했지만 하선이 금지돼 승객들은 여전히 배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