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호의 PICK]10대 '드랙퀸'의 유쾌한 꿈 찾기

국내 초연 오른 뮤지컬 '제이미'
실화 바탕 웨스트엔드 화제작
팝 스타일 음악, 개성 만점 캐릭터
차별·혐오 맞서는 '다름'의 가치
  • 등록 2020-07-14 오전 5:30:00

    수정 2020-07-14 오전 5:3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우리 아들 다 키웠구나! 핫팬츠도 입을 줄 알고.”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제이미’의 한 장면. 맨다리가 다 드러나는 핫팬츠에 빨간 하이힐을 신고 각선미를 자랑하는 아들 제이미를 보며 엄마 마가렛이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관객들도 마가렛과 같은 마음인 듯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세상에 어떤 엄마가 하이힐에 핫팬츠를 입은 아들을 이렇게 반길까. ‘제이미’는 이러한 생각도 차별과 혐오와 연결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뮤지컬 ‘제이미’의 한 장면(사진=쇼노트).


‘제이미’는 10대 시절 드랙퀸(여장 남자)을 꿈꿨던 제이미 캠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2011년 영국 BBC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제이미: 16세의 드랙퀸(Jamie: Drag Queen at 16)’에서 영감을 받은 연출가 조나단 버터렐이 작곡가 댄 길레스피 셀즈, 작가 톰 매크래와 함께 뮤지컬로 제작해 2017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했다. 이번 한국 공연은 영국 이외의 국가에서 선보이는 첫 공연으로 공연제작사 쇼노트가 제작을 맡았다. 올여름 선보이는 신작 뮤지컬로 이목이 집중됐다.

막을 여는 넘버는 17세 고등학생인 주인공 제이미와 같은 반 친구들이 함께 부르는 ‘앤드 유 돈트 이븐 노우 잇(And You Don’t Even Know It)’이다. 졸업을 얼마 안 남겨둔 아이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담은 노래다. 팝 스타일의 경쾌한 음악이 시작부터 흥을 돋운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현실적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제이미에게 선생님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 일찌감치 드랙퀸이 되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작품 분위기는 유쾌하다. 솔직하고 당당한 제이미와 그런 제이미를 묵묵히 응원하는 엄마 마가렛과 이모 레이, 전설적인 드랙퀸 로코 샤넬이자 제이미의 롤모델인 휴고와 하나뿐인 친구 프리티 등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극을 한층 더 밝게 만든다. 갈등도 없지는 않다. 제이미가 8세 때 엄마 옷을 입고 마돈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집을 떠난 아빠, 동성애와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당연하게 여기는 반 친구 딘 등이 작품에 크고 작은 위기를 더한다. 그럼에도 꿈을 향한 제이미의 여정은 희망적이다.

뮤지컬 ‘제이미’의 한 장면(사진=쇼노트).


제이미가 왜 드랙퀸을 꿈꾸게 된 건지 궁금할 법도 하다. 그러나 작품은 제이미의 성적 지향성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다. 제이미가 드랙퀸이 된 것은 남들보다 유별나기 때문이 아니라 드랙퀸이 곧 제이미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드랙퀸 외에 노동계급, 이슬람교, 여성 등 소수자의 이야기가 곳곳에 녹아 있는 점도 눈에 띈다. 2막에서 마가렛이 제이미도 남들과 똑같은 사랑스러운 아들이라며 절절하게 부르는 ‘히즈 마이 보이(He’s My Boy)’는 차별과 혐오에 맞서기 위해선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작품의 주제를 잘 보여준다.

제이미 역은 가수 조권, 뮤지컬배우 신주협, 그룹 아스트로 멤버 MJ, 뉴이스트 멤버 렌이 맡는다. 마가렛 역에는 최정원, 김선영, ‘로코 샤넬’ 휴고 역에는 윤희석, 최호중이 더블 캐스팅됐다. 공연은 9월 11일까지.

뮤지컬 ‘제이미’의 한 장면(사진=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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