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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불러서 호통·훈계·질타’ 망신주기 국감 매년 되풀이

‘국감 줄소환’ 기업인, 내실있는 질의는 거의 없어
해명 대신 “네, 아니오로 답하라”… 회장 불러놓고 “왜 모르나”
국정감사 증인 신청 실명제 도입했으나 되려 홍보수단 악용
  • 등록 2020-09-28 오전 6:00:00

    수정 2020-09-28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2015년 무혐의 종결됐습니다. 의원님.”

지난해 10월8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증인 자격으로 참석했던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가 한 말이다. 김삼화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우려가 있다”고 질타하자 이같이 답했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2013년 밀어내기 의혹이 불거진 후 사내 시스템을 개선했으며 이후 불거진 사안은 2015년 대법원에서 기각돼 무혐의 종결됐다. 이후 여야 의원들은 이 대표에 별다른 질의를 하지 않았다.

매해 국정감사가 열릴 때마다 기업인들을 줄소환되지만 정작 내실있는 질의는 오가지 못하고 있다. 논란이 있었거나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사건에 연루된 기업의 경영자를 증인으로 소환해 호통치거나 혹은 망신주기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또 현안에 대해 입장을 충분히 설명할 시간을 주지 않고 말하는 도중 가로막거나 훈계하는 식의 질의도 상당수다.

기업인을 불러 세워놓고 정치적 현안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국정감사를 정쟁에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를 불러놓고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실시간 검색어의 알고리즘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포털사이트가 정치성을 띄는 게 아니냐는 것인데 한 대표와 여 대표는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기업인이 국정감사에 증인 혹은 참고인으로 출석해 현안 등에 증언하는 것은 입법부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증인석에 기업인을 다수 불러 세워놓고 야단만 치거나 혹은 질문도 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회의원들의 질의 시간이 정해져 있는 탓에 자세한 설명을 듣기도 힘들다. “변명하지 말고 네, 아니오로만 답하라”는 호통이 나오는 이유다.

고위직 임원의 소환만 고집하는 것도 문제다. 최고경영자의 경우 세부적인 내용에 이해도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회장이 직접 답변을 해야 한다”고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식이다. 지난해 무주리조트 임차인 피해 논란으로 국감장에 불려나온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자세한 건 경영을 책임지는 사장에 물어달라”고 말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의원들이 다그치자 “지도를 잘 받겠다”고 답했다.

증인을 부를 때 부르는 이유를 명확히 해 증인 신청의 책임성을 높이고 무리한 증인 신청을 막는 이른바 ‘국정감사 증인 신청 실명제’가 2017년부터 도입됐으나 구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이 제도를 통해 자신을 알리는 홍보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한다. 자신의 지역구와 관련된 기업인을 불러세우거나 혹은 유명 대기업 총수를 소환요청하는 식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짧은 국정감사 기간 돋보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보기도 한다. 수박 겉핥기라고 하더라도 질의를 통해 특정 현안을 부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실의 모 보좌관은 “유명 기업인을 증인으로 불러세우는 것만으로도 대중의 관심을 사고 인지도가 상승한다”며 “현안 관련 내실있는 질문이 더해지면 금상첨화이나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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