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고 닫기 반복하는 국공립 공연장, 예술가들 '깊어지는 시름'

'아르코 파트너' 취소 후 공연장 재개 발표
뒤늦게 공연 결정했지만 허탈함만 남겨
수개월~1년 전 공연 준비하는 예술가들
"언제 공연 취소될지…불확실성 힘들어"
  • 등록 2020-09-29 오전 5:30:00

    수정 2020-09-29 오전 5:3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한 달 반 넘게 문을 닫았던 국공립 공연장이 28일부터 다시 운영을 재개했다. 그러나 공연예술가들의 시름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수개월에서는 길게는 1년 전부터 공연을 준비하는 예술가들 입장에서는 공연장 폐쇄와 재개가 마냥 반길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의 방역지침 변화로 갑작스럽게 취소한 공연을 하루 만에 재개하는 웃지 못할 일도 일어났다. 28일 공연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은 기획공연 ‘아르코 파트너’를 코로나19를 이유로 취소했다 하루 만에 결정을 번복해 예술가들에게 상처를 안겼다.

아르코예술극장 전경(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위는 당초 지난 25~27일 연극 ‘외설적인’을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26~27일 무용 ‘다가오는 것들’과 ‘산양의 노래’ 더블빌 공연을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연을 1~2일 앞두고 지난 24일 공연 취소를 결정해 9개월 넘게 공연을 준비해온 예술가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다음날 정부가 28일부터 국공립 공연장 문을 열기로 다시 결정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 ‘아르코 파트너’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하루 차이로 공연을 취소당하게 된 것이다. 결국 문예위는 지난 25일 긴급회의를 갖고 ‘다가오는 것들’과 ‘산양의 노래’의 더블빌 공연을 28일 단 하루만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문예위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연을 이틀 앞둔 지난 24일 주말 예정된 공연의 취소 결정으로 프로덕션에 참여한 수많은 스태프들과 퍼포머, 그리고 창작자들의 상실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컸다”며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처럼 국공립 공연장이 폐쇄와 재개를 반복하면서 예술가들은 언제 공연을 취소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남성합창단 이마에스트리의 양재무 음악감독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공연이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에 힘이 많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마에스트리는 오는 10월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우리 가곡 부르는 날’ 공연을 준비 중이다. 현재 정부 방침에 따르면 공연은 충분히 진행 가능하지만 언제라도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양 음악감독은 “지난 2월 말부터 9월까지 대부분의 공연이 취소가 돼 모두가 경제적으로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며 “국공립 공연장 운영 중단으로 공연이 취소된다면 다음에라도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약속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전경(사진=예술의전당).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국공립 공연장을 반복적으로 열고 닫아왔다. 이로 인한 피해는 민간 예술가 및 제작사들이 떠안고 있다. 지방의 경우 지자체가 운영하는 문예회관에서 대부분의 공연이 이뤄지기에 정부의 갑작스런 결정은 고스란이 제작사의 피해로 이어진다.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지역 문예회관 요청으로 하반기 예정한 지방공연을 이미 다 취소했다”며 “추석 연휴 기간에 방역지침이 더 강화될 걸로 예상하고 내린 결정이었는데 정부가 다시 공연장 문을 연다고 발표하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공연계에서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국공립 공연장도 계속해서 열고 닫기를 반복할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운영 가능한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28일부터 공연을 하라고 3일 전 발표하는 것처럼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공연장 운영 여부가 결정되면 예술가는 대처를 할 수 없다”며 “장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공연장 운영 방향을 정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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