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 분리배출 언제까지 소비자 의무만 강조하나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 시행…음료수병 라벨 뜯기 어려워
무라벨 생수 방법도 있지만 롯데만 적용
이와중에 소주 페트까지 판매 확대
분리배출 쉬운 제품 만들려는 제조업체 노력 필요
  • 등록 2021-01-18 오전 5:00:00

    수정 2021-01-18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아파트 출입문과 엘리베이터 공지에 종종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이 붙어 있다. 지난해 말부터 투명 페트병의 분리 배출이 시행되고 최근 코로나19로 음식배달이 늘면서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이 안 되는 모습.(사진=뉴스1)
페트병은 비닐 라벨을 다 떼어내야 하고, 즉석밥과 배달용기는 설거지한 뒤 말려서 버려야 한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설명이 많지만 대부분 플라스틱 재질을 다른 재질과 별도로 분리하라는 내용이다. 안내문에 나온 방법을 최대한 지켜서 분리배출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재활용 분리배출을 하는 날이면 무척이나 분주하다.

하지만 난감한 적이 많다. 페트병 라벨 뜯는 일이 쉽지가 않다. 그나마 생수병은 양호하지만 페트병이 생수만 있는 게 아니다. 각종 탄산음료, 오렌지주스, 아이들이 마시는 캐릭터 음료 등 종류가 많은데 직접 뜯어본 사람은 안다. 굴곡이 있고 완전히 밀착된 이 페트병은 칼집을 내도 잘 뜯어지지 않고, 접착제가 잔뜩 발라져 있어 겨우 떼어내도 절반 이상은 그대로 몸체에 붙어 있다. 깨끗하게 떼어내 보려고 노력하다가 인내심이 바닥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대체 왜 이런 수고를 소비자에게만 강요하는가. 1995년 재활용 분리배출이 도입된 후 25년간 소비자들은 수고로움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끊임없이 분리배출 방법을 안내했다. 분리배출이 안 된 재활용 수거장을 보여주며 죄책감이 들게 하거나, 과태료를 올려 경각심을 갖게 했다.

그 결과 한국의 생활 쓰레기 재활용률은 약 62%로 세계적으로도 재활용 분리배출이 잘 되는 나라다. 그런데 재활용 수거된 플라스틱 가운데 실제 재활용되는 것은 23%에 불과하다고 한다. 분리배출을 열심히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 최근 즉석밥 용기가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재활용으로 수거해도 모두 소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분리배출을 열심히 했던 소비자들을 허탈하게 만들기도 했다.

다시 페트병 얘기로 돌아가자. 유색 페트병에서 무색 페트병으로의 교체, 라벨을 떼어 분리 배출하는 것은 폐플라스틱 감소 대책의 일환으로 몇 년간의 계획을 거쳐 도입됐다. 하지만 그동안 제조업체들은 뭘 했나. 생수업체 중 유일하게 롯데칠성음료만 무(無) 라벨 생수인 ‘아이시스 에코(ECO)’를 지난해 출시했다. 그 사이 다른 업체들은 ‘잘 뜯어지는 접착제를 발랐다’고 홍보하고, 라벨을 떼어서 분리 배출하라는 캠페인을 했다.

분리배출을 용이하게 하려는 노력을 나름 했다고 볼 수 있지만 딱 그 정도였다. 무 라벨 생수처럼 아예 분리배출의 번거로운 과정을 없애는 방법도 있었는데 말이다. 생수 브랜드를 한눈에 식별할 수 있는 라벨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자사 제품 광고를 위해 소비자들의 수고로움을 강요한 셈이다.

페트병 분리배출이 생수병에 집중되다 보니 음료수 페트병의 개선은 더디다. 접착제의 문제라면 이미 생수병에 도입한 것을 똑같이 적용하면 된 텐데 그런 적극성과 세심함이 부족하다.

더 이상 분리배출의 번거로움과 책임을 소비자의 몫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제조단계부터 분리배출을 쉽게, 실제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를 만들려는 제조업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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