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車'…中 날때 韓 규제 묶여 걸음마

[신정은의 중국기업 방문기]⑨후이톈
선전, 4차 혁명 중심..규제없이 혁신기업 키워
스타트업 주류했던 PAV, 항공사·완성차도 합세
한국 PAV 기술 70~80% 수준..품질경쟁력도 낮아
  • 등록 2020-08-03 오전 5:05:00

    수정 2020-08-03 오전 5:05:00

광둥성 선전의 야경. 사진=AFP
[선전(광둥성)=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송승현 기자] 중국 남부 광둥성 광저우와 홍콩 사이에 위치한 선전은 중국내 4차 산업혁명의 중심지다. 1980년 선전의 국내총생산(GDP)은 1억5000만위안(당시 환율 기준)에 불과했지만 혁신 산업 성장에 힘입어 2018년에는 홍콩을 넘어섰고 지난해는 2조6927억위안(3828억 6323만달러· 460조원)에 달한다. 도시가 아닌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세계 30위권이다.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아일랜드, 이스라엘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많다.

세계 1위 드론기업 DJI와 중국 대표적인 전기차 BYD, 사용자 12억명을 보유한 매신저 위챗을 만든 텐센트(텅쉰), 세계적인 통신 네트워크 장비 제조사 ZTE 등이 모두 중국의 ‘실리콘밸리’인 선전에서 탄생했다. 이처럼 선전에서 시작한 스타트업 기업이 세게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데는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규제제로’ 정책이 큰 몫을 했다.

중국 스타트업 (왼쪽)후이톈 (오른쪽)이항이 개발한 PAV 모델. 사진=각 사 제공


차세대 이동수단 UAM…中 기업 규제제로 힘입어 ‘고속비행’

“하늘을 나는 자동차(플라잉카·Flying Car), 달리는 비행기(드라이빙 에어플레인·Driving Airplane), 개인용 비행체(PAV·Personal Air Vehicle), 전동 수직 이착륙기(eVTOL), 자율주행 비행기(AAV·Autonomus Aerial Vehicle), 드론택시…”

이름과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차세대 이동수단으로 각광받는 ‘UAM(도심항공교통, Urban Air Mobility)’를 목표로 하는 신산업이다. UAM은 PAV와 항공운항 인프라를 결합해 도로가 아닌 하늘길을 이동통로로 하는 새로운 이동 방식이다.

독일 볼로콥터(Volocopter), 미국 키티호크(KittyHawk), 러시아 호버서프(Hoversurf), 중국 이항(Eahng) 등 전문기술 스타트업 중심으로 발전해온 PAV의 시장에는 보잉, 에어버스 등과 같은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도 뛰어들었다. 아우디, 도요타, 현대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물론 IT 플랫폼 기업 우버 등도 항공택시를 시범 운영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미래 모빌리티인 시장을 둘러싼 선점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선전에서도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도 앞다퉈 PAV개발에 나서고 있다. 가장 큰 지원군은 정부다. 중국 정부는 핀테크, 드론, 전기차 등 차세대 산업에 대해 중앙집권적인 지원을 아까지 않는다. 지방정부 또한 규제를 풀어 기업들이 자유롭게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드론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만큼 PAV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상업용 드론시장에서 최대 기업은 중국의 DJI다. DJI는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민수용 드론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PAV 스타트업 후이톈(匯天·HEITECH)의 스훙(石紅)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중국에서는 지방정부가 UAM에 큰 관심을 갖고 자유롭게 시험 비행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고 돕는다”며 “쓰촨, 하이난 등 4개 도시는 이미 시험지구를 만들었고 상하이 등 대도시도 시험지구 설치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1일 ‘수소모빌리티+쇼’에서 전시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UAM-PBV-Hub’ 축소 모형물.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서울서는 취미용 드론도 못 띄우는 韓…“도심 운항 허용해야”

반면, 국내에서는 기본이 되는 드론 개발조차 대한 각종 규제에 막혀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다. 특히 교통 중심지인 서울 내에서는 취미용 드론조차 띄우기 어려운 상황이라 전향적인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미래형 모빌리티로 PAV 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과 한화시스템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LA)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에서 미래 모빌리티로 PAV 기반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UAM을 중장기 혁신 계획인 ‘2025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아울러 한화시스템(272210)은 미국 오버에어와 PAV인 ‘버터플라이’를 공동 개발 중이다. 한화시스템은 버터플라이를 에어택시로 이용해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UAM 생태계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26년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UAM 운항 시범 서비스를 추진하고, 2029년까지 점차적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겠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PAV 분야 발전을 위해서는 기본 토대가 되는 드론의 고도화가 필수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드론 시험비행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항공법에 따르면 국가 주요시설이 밀집한 지역과 군·민간비행장 반경 9.3km에서는 고도 150m 이상으로 드론을 날릴 수 없다. 아울러 야간이나 황사 등으로 드론을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경우도 드론 비행은 금지돼 있다. 이 경우 국토교통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특히 UAM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구가 몰려 있는 서울에서 데이터 확보가 필수지만, 서울은 드론을 띄우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드론 업계에서는 이런저런 규제를 고려하면 서울시내에서 드론을 띄울 수 있는 곳은 송파구 풍납동, 구로구 개봉동, 관악구 난향동 등 일부 지역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한국산업연구원(KIET)이 지난해 실시한 ‘국내 무인기·PAV 기술수준 실태조사’에서 국내 PAV 기술 수준은 최고 선진국 대비 70~80% 수준으로 조사됐으며 가격 및 품질 경쟁력도 낮은 편으로 평가됐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교통의 중심지는 서울인데 안보 문제 때문에 드론을 띄울 수 없어 항공 정보를 얻기 어렵다. 취미용 드론도 날리기 어려운 도심에서 PAV가 차세대 모빌리티로 설 수 없다”며 “UAM 발전을 위해서는 관계부처가 협의해 먼저 최소한의 규제라도 푸는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규제없이 드론 실증을 할 수 있도록 ‘드론 특별자유화구역’을 연내에 지정하면서 각 지자체 도심을 시작으로 산업 육성에 나섰다. 드론 특별자유화구역으로 지정되면 드론 관련 규제가 면제돼 물류배송, 드론교통까지 다양한 드론활용 모델을 실제 현장에서 자유롭게 실증할 수 있게 된다.

김종복 항공대 항공우주법학과 교수는 “정부도 항공 관련 분야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등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속도감 있는 논의를 통해 기업들의 관련 산업 의지의 불을 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KIET ‘국내 무인기(드론)·PAV 기술수준 실태조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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