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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금융당국 `공매도 동상이몽`…은성수 소신 지킬까

靑 청원 11만 넘어…정세균 총리도 반대 의견
은성수, 대주주 요건 하향 땐 "정부 한 목소리 중요"
4월 재보선 등 변수…전문가 "공매도 폐지는 위험"
  • 등록 2021-01-15 오전 1:10:00

    수정 2021-01-15 오전 1:10:00

[이데일리 양희동 김소연 조해영 기자] 새해 들어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넘어 증권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오는 3월로 예정된 공매도 재개에 따른 주가 하락 우려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이런 불안감은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뿌리깊은 반감이 더해져 ‘공매도 영구 금지’ 청와대 국민청원에 11만명 넘게 동의했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공매도 반대 여론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 공매도 순기능과 필요성 등을 강조하며 “공매도 재개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대주주 요건 3억원 하향 철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오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 민주당 등 나서 추가 연장이 관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홍남기 부총리 사의 표명한 대주주 요건 하향 ‘데자뷰’

이번 공매도 논란은 지난해 하반기 증시의 뜨거운 감자였던 대주주 요건 3억원 하향 이슈와 여러모로 닮아있다.

지난해 우리 증시는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동학개미운동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급격히 증가하며, 코스피지수가 그해 3월 1400대에서 8월 2400대까지 가파르게 반등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주식 양도소득세(양도세) 기준인 대주주 요건 하향이 연말 주가 하락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됐고, 20만명 넘게 동의한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도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과 양향자 최고위원 등이 대주주 요건 하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하지만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년 전 확정된 사안”이라며 ‘정책의 일관성’을 이유로 철회를 거부했다. 이에 홍 부총리 장관 해임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20만명 동의를 넘겼고, 10월 말 코스피 지수가 2200선까지 떨어지자 ‘남기락’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결국 청와대와 민주당은 대주주 요건 하향 철회를 결정했고,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까지 이어졌다.

공매도 재개 문제도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반발 속에 정치권이 힘을 보태고, 금융당국이 ‘원칙론’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은 위원장도 홍 부총리와 마찬가지로 원칙론을 강조하며 공매도 재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주간업무회의에서도 “투자자 신뢰를 훼손하는 자본시장의 불법·불건전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고, 반드시 적발·처벌된다는 인식이 확립되도록 할 방침”이라며 공매도 재개를 위한 불법공매도 처벌 강화 등 제도 정비를 강조했다.

일각에선 홍 부총리와 달리 은 위원장은 원칙론을 계속 고수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오는 4월 재보궐 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두고 공매도가 허용돼 자칫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정치권의 공세가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정세균 총리가 직접 공매도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대주주 요건 하향에 대해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1월부터 10월까지 밖에 없다”며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지만, 이후 홍 부총리가 강행 의사를 밝히자 “정부 내에서 ‘한 보이스(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며 태도를 바꾼 바 있다. 이로 인해 행정부를 총괄하는 정 총리의 발언이 은 위원장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 “공매도 필요성·순기능 공감…신뢰 회복 필요”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강한 불신과 달리 전문가들은 그 필요성과 순기능에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불법(무차입)공매도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방지책을 마련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하지만 공매도 자체는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매도 재개에 대한 금융위 의지가 확고했던 거 같았는데 개인투자자들의 반대가 심각하고 정치권이 끼어들며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며 “개인들은 두 가지로 의견이 나뉘고 있는데 하나는 전면 폐지이고, 또 하나는 개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완화해달라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나름대로 순기능이 있는 공매도를 전면 폐지하는 것은 위험하고 개인투자자가 요구하는 접근성 강화나 보완책은 필요해 보인다”며 “공매도가 급락장에서는 주가 폭락 속도를 빨리하게 하는 것은 맞다. 급락할 때는 일부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옵션 정도를 가져가는 게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국제 기준에 맞춘 공매도 금지 및 처벌로 우리 주식시장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매도 금지 및 재개는 법제적 정합성을 생각해야 하고 이렇게 장기적으로 가면 외국인의 한국 자본시장 신뢰도가 깨지는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며 “지금은 공매도 자체의 처벌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그건 기계적인 것이고 시세 조정 가능성이 있는 무차입 공매도를 강하게 형사처벌하고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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