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박물관]①'청주는 따뜻한 술' 통념 깬 청하..14억병 술술 넘어갔다

청주 대중화 이끄는 롯데칠성음료
사시사철 즐기는 冷청주 시대 열어
맑은 맛·저도주로 여성·젊은층 공략
SNS 일상·커플마케팅으로 선호도↑
  • 등록 2021-01-19 오전 5:00:00

    수정 2021-01-19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차분하게 비가 내리는 어느 저녁. 한 젊은 여성(박소담 분)이 따끈한 어묵탕의 온기가 가득한 식당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반갑게 친구들과 만나 담소를 나누며 소고기 등심구이, 도미회, 어묵탕 요리와 함께 ‘청하’를 즐긴다.

청하 CF ‘맛있는 요리 곁에 청하’ 종합편 갈무리.(출처=롯데칠성음료 공식 유튜브 채널)
최근 ‘청하’ CF 속 한 장면이다. 마치 주변의 흔한 풍경처럼 느껴진다. 일상과 같은 소소한 분위기 속에서 ‘맑은 술의 깔끔함이 요리의 참맛을 살린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맛있는 요리 곁엔 맑고 깨끗한 청하’라는 슬로건과 함께.

차게 마시는 대한민국 첫 냉(冷)청주의 탄생, ‘청하’

“좋은 음식도 나왔는데 시원하게 소주 한잔 어때?”, “소주는 좀 부담스럽고… 여기 시원한 청하 한 병 주세요!”

청하는 1986년 두산주류(현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가 국내에 ‘시원한 청주’로 처음 선보인 술이다. 당시 일본에서는 청주를 차갑게 마시는 레이사케(冷酒)가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최초 시도였다.

청하는 ‘청주는 따뜻하게 마시는 술’ 혹은 ‘제사상에 올리는 술’이란 과거 오랜 통념을 과감히 뒤집었다. 냉(冷)청주 청하가 처음 시장에 나오자 소비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호응했다. 알코올 도수 16도, 용량 300㎖의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한 청하는 첫해 767㎘(약 256만병)이 팔리며 주류 시장 판을 흔들었다.

이후 1987년 1312㎘(약 437만병), 1988년 2100㎘(700만병) 판매 등 연평균 90% 이상 급성장세를 보이며 주류 시장에 빠르게 안착해갔다. 출시 약 10년 만인 1990년대 후반에는 연간 8000만병씩 판매됐다. 과거 온청주 형태로 겨울에만 마시던 주종을 냉청주로 사계절 내내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도록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현재 청하는 국내 냉청주 시장 점유율 93%를 차지하고 있는 절대 강자다. 지난 35년 동안 약 14억병이나 팔렸다. 연간 평균 약 4000만병씩 팔려나간 셈이다. 최근 주류 시장 성숙기 속에서도 지난 10년 간 연 평균 성장률(CAGR) 2.8%를 유지하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꾸준히 받고 있다.

적당한 도수 ‘중도파’ 공략…젊은층 일상·커플마케팅

단순히 차가운 청주라는 시장 포지셔닝(자리잡기)만이 비결의 전부는 아니다. 독한 ‘소주파’와 순한 ‘맥주파’ 가운데서 고민하는 ‘중도파’ 공략도 있었다.

청하는 영상 12~15도 이하의 저온에서 발효시키고 냉각 여과장치로 쓴맛과 알코올 냄새를 제거해 만들어진다. 그래서 술 특유의 잡미와 잡향이 적고 더욱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낸다.

이러한 청하 특유의 제조 공법과 맛은 통했다. 낮은 알코올 도수의 맥주와 높은 알코올 도수의 소주 사이에서 마땅한 선호 주종을 찾지 못하던 음용층의 마음을 저격하면서 소비가 빠르게 늘어갔다. 소주와 맥주 사이 적당한 도수로 음주를 즐길 수 있도록 소비자들의 주류 선택권을 넓힌 것이다.

청하는 주류 중도층 공략이 먹히자 알코올 도수를 조금 더 낮춰가며 ‘부드러운 맑은 술’ 이미지로 여성과 젊은 세대에게 적극 다가가며 소비자층 저변을 확대해나갔다. 청하의 알코올 도수는 1986년 최초 출시 당시 16도였지만, 1994년 14도로 내린 뒤 2004년 다시 13도로 내려 지금까지 이 도수를 유지하고 있다.

역대 청하 포스터.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송혜교, 한지혜, 선우선, 청하, 박소담, 유인나 등 모델들이 활약했다.(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청하는 음주 트렌드 및 소비자 입맛의 변화에 발맞춰 지속적 레시피 변경과 함께 패키지 디자인 변화 등 제품 리뉴얼에도 공을 들였다. 유명 여배우 송혜교, 한지혜, 신세경, 박소담, 유인나, 그리고 걸그룹 출신 가수 청하 등 맑고 깨끗한 청하의 이미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광고 모델도 적극 활용했다.

지난 2014년에는 청하의 30여년간 라벨 변천사를 담은 레트로(Retro·복고) 감성의 ‘청하 4본입 기획팩’을 한정 출시하는 마케팅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중·장년층 소비자에게는 향수를 자극하고,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청하 변천사(1986~2013). 왼쪽 첫번째부터 1986년 첫 출시 당시, 1992년, 1993년, 1994년, 1997년, 2001년, 2004년, 2008년, 2011년, 2013년 제품 모습.(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청하는 ‘커플이 마시는 술’이란 메시지도 지속 전달해왔다. 실제 연예인 커플이 술자리 데이트를 통해 청하를 즐기는 모습을 영상광고로 담는 등 ‘커플마케팅’을 펼치며 저도주 시장에서 2030대 젊은 소비자층을 적극 공략했다.

젊은 세대와의 교감을 위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한 소통도 적극 활용한다. 기발하고 센스있는 문구와 사진 포스팅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면서 현재 청하 인스타그램 계정은 팔로워 4만명 이상, 페이스북 계정은 14만명 이상을 보유하며 젊은 층의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청하 인스타그램 계정. 기발하고 센스있는 문구와 사진 포스팅으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사진=청하 인스타그램 갈무리)
‘맑고 깨끗’ 이미지 부합, 지명 ‘청하’에서 명칭 따와

청하는 이름 그대로 맑고 시원한 강물 이미지를 물씬 풍긴다. 그 명칭을 얻고 탄생하기까지에는 나름 사연이 있다.

1985년 옛 두산주류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청주 브랜드 백화수복(1945년)을 생산하는 백화양조를 인수·합병(M&A)했다. 여기에 당시 두산주류의 히트작이었던 국산 와인 마주앙의 발효 기술을 접목해 화이트 와인 맛이 나는 ‘와인같은 청주’ 만들기가 시작했다.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시작했지만, 신제품 이름을 무엇으로 할 지 고민이었다. 외부 네이밍 전문가의 손길도 거쳤지만 선뜻 결정되는 것은 없었다. 그러던 중 한 직원의 아이디어로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지명이 후보로 급부상했다. ‘청하’라는 어감과 한자어가 제품 콘셉트와 잘 맞았기 때문이다. 결국 최종 회의를 통해 대한민국 첫 냉청주 브랜드명은 ‘청하’로 낙점됐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해당 지역과 제품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지만, 이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제품명이 정해진 독특한 사례”라고 전했다.

1986년 청하의 성공적인 등판은 국내 청주 시장의 효시가 됐다. 금관청주의 ‘만향’(1987년 출시), 경주법주의 ‘슈퍼 청(淸)’(1992년 출시) 등 다른 국산 브랜드 냉청주 출시가 이어지면서 국내 냉청주 시장은 1989년부터 3년간 전년 대비 92.7%, 99.1%, 90.5%씩 지속 성장을 이뤘다. 당시 청주류에 대한 주세율 인하 등 요인도 한몫했다.

청하는 국내 시장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1989년), 호주(1990년), 미국(1992년), 대만(1994년), 중국(1996년) 등 잇따른 해외 진출을 통해 대한민국 청주를 세계 시장으로 이끌어냈다.

청하 CF ‘맛있는 요리 곁에 청하’ 종합편 갈무리.(출처=롯데칠성음료 공식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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