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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척박한 땅을 비추는 흑백의 항공사진. 밭과 집이, 또 바다가 보인다. 개발 중인 뭉개진 흙더미도 눈에 들어온다. 한반도 어디쯤이 맞다면 1960∼1970년대쯤 될까. 그런데 사진에 박힌 숫자는 뭘 의미하는가. 메모 접듯 자국을 낸 종이는 어떤 뜻이고.
사진 속 배경은 작가에겐 “흔적만 남은 기억”이다. 인생의 반을 타국에서 살다 돌아와 더듬은 고향. 날짜·시간을 대입해 특정한 때를 기억하는 작가의 습관이 만든 작업이다. 압정으로 박아두듯 숫자로 기억을 고정했다.
2월 6일까지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58길 이길이구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디지트’(Digit)에서 볼 수 있다. 로터리프린트에 혼합재료. 38×54㎝. 작가 소장. 이길이구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