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없는 한국 피겨, 4대륙대회 통해 우울한 민낯 확인

  • 등록 2015-02-15 오후 4:15:27

    수정 2015-02-15 오후 5:11:13

박소연. 사진=이데일리 DB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피겨여왕’ 김연아가 떠난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민낯은 초라했다. 새로운 에이스의 등장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13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막을 내린 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박소연(18·신목고), 김해진(18·과천고), 채송주(17·화정고)가 출전했지만 모두 상위권 진입에 실패했다.

‘포스트 김연아’로 기대를 모았던 박소연은 이날 열린 프리스케이팅에서 110.28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53.47점으로 10위에 그쳤던 박소연은 프리스케이팅 점수 포함, 최종합계 163.75점으로 9위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받았던 개인 최고점 176.61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점수다. 국내에서 열리는 큰 대회의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실수를 범했다.

프리스케이팅 출전선수 19명 가운데 16번째로 등장한 박소연은 첫 점프 과제인 트리플 러츠부터 착지가 불안했다. 높은 점수가 걸린 트리플 살코+트리플 토루프와 트리플 플립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계속된 점프 실수로 아쉬움을 남긴 박소연은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더블 루프를 성공했지만 트리플 루프에서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다시 큰 점수의 감점을 받았다.

주니어 시절부터 박소연의 동갑내기 라이벌로 함께 해왔던 김해진도 썩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51.41점을 받았던 김해진은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95.89점을 기록해 최종합계 147.30점으로 11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세운 자신의 최고점수 166.84점에 한참 부족한 점수다. 김해진은 당시 한국선수 중 가장 좋은 6위에 오른 바 있다. 김해진 역시 점프에서 한 차례 크게 넘어지는 등 클린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나마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 중 막내인 채송주가 프리스케이팅에서 개인 최고점인 96.93점을 받은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 하지만 채송주도 최종합계 147.30점으로 13위에 그쳤다.

4대륙 대회는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4개 대륙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다.

현재 세계 피겨계의 중심인 유럽이 참가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있는 절호의 기회다, 게다가 이번 대회는 우리나라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여서 내심 메달권 진입까지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베스트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결과를 보여주면서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계속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되거나 오히려 퇴보하는 느낌을 주는 상황이다.

한국의 기대주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주춤하는 사이 다른 나라의 어린 선수들은 급성장하고 있다. 이번 대회 여자 싱글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는 미국의 폴리나 에드먼즈다. 최종합계 184.02점을 기록한 에드먼즈는 1998년생으로 박소연, 김해진보다 1살 어리다.

일본의 미야하라 사토코(181.59점), 혼고 리카(177.44점)는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미야하라와 혼고 모두 자신의 베스트와 근접한 점수를 내면서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전날 열린 남자 싱글에서도 한국의 기대주인 김진서(18·갑천고)와 이준형(18·수리고), 변세종(17·화정고)은 각각 15위(199.64점), 18위(180.06점), 23위(154.20점)에 그쳤다. 1위를 차지한 ‘의병장의 후손’ 데니스 텐(카자흐스탄)이 받은 289.46점과는 엄청난 격차를 드러냈다.

한국 피겨의 희망적인 미래를 발견하고자 했던 4대륙 대회.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연아 은퇴 이후 우울한 현실만을 확인하고 말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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