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때 전태일 임금 15배 올라"…류석춘 주장에 전태일재단 반박

류석춘 교수 "전태일 월급 6년 만에 15배 늘어"
전태일재단 "수치만 나열하며 상황 이면은 무시"
실증주의 강조했지만 근거 부족하다는 지적도
  • 등록 2019-10-12 오전 9:11:00

    수정 2019-10-12 오전 9:11:00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한 연세대 사회학과 류석춘 교수가 강의를 위해 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자신의 교수연구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 주장으로 도마에 오른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최근 “전태일은 착취당하지 않았다”라는 글을 언론에 기고해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11일 전태일재단은 “류 교수가 박정희 정권을 왜곡하고 미화하는 데 정권의 가장 큰 피해자인 전태일과 노동자들을 활용했다”며 “학자로서는 게으르고 기고자로서는 비양심적이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몰역사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점을 반성하고 당장 교수직을 사퇴하라”고 덧붙였다.

전태일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을 상징하는 인물로 봉제공장 근로자로 일하면서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주장하다가 1970년 11월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한 뒤 사망했다.

류 교수는 지난 10일 월간조선의 40주년 특집 ‘박정희, 오해와 진실’에 ‘박정희가 노동자를 착취했다고? 농촌 유휴 인력을 마이카 가진 중산층으로 키워’라는 글을 기고했다.

류 교수는 이 글에서 “전태일은 1964년 봄 평화시장에서 일을 시작해 만 3년 만인 1967년 봄 재단사가 되었고, 같은 기간 그의 월급은 15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정확히 10배 올랐다”며 “다시 3년 후 1970년에는 재단사 월급 2만3000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태일의 월급은 1964년부터 1970년까지 6년 동안 무려 15배 이상 상승한 셈”이라며 “이를 두고 과연 누가 착취라는 말을 꺼낼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전태일재단은 류 교수의 주장이 임금의 액수만 이야기하고 실질 구매력은 무시했다고 반박했다. 1960년대 당시 서울의 커피 한 잔 값은 50원으로, 월급이 1500원이라는 것은 하루 종일 일해도 버는 돈이 커피 한 잔 값이었다는 것이다. 1만5000원으로 올랐다더라도 역시 하루 일당이 커피 열 잔 값에 불과한 저임금이라는 것이 재단의 설명이다.

재단은 류 교수가 당시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재단은 “1960~70년대 한국은 유례 없는 장시간 노동 국가였다”며 “당시 평화시장 노동자들은 주당 105시간, 일요일도 없이 하루 15시간 이상을 일해 ‘시다’는 커피 한 잔 값을, 재단사는 커피 열 잔 값을 벌었다”고 강조했다.

재단은 “류 교수처럼 편협한 인식을 가진 사람이 불순하게 전태일을 거론하는 것은 우리 사회와 역사에 또 다른 오점을 남기는 일”이라며 “그래도 전태일을 언급하겠다면 당시의 상황에 대한 검토와 연구를 한 후 이야기하는 것이 학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계에서는 류 교수가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 주장을 하면서도 극히 제한적인 사례와 통계를 근거로 들고 있다고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실증주의를 강조했으나 제한적인 근거로 일제 침략행위를 미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강성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는 “각종 통계와 수치를 나열하며 위안부 강제 동원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하지만 통계와 숫자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드러내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조시현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실증의 근거로 제시하는 문서와 수치가 식민지배 정당화라는 틀 속에서 작성된 것이라는 비판이 없다”며 류 교수가 근거로 든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의 책 ‘반일민족주의’를 언급하기도 했다.
시민사회단체가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류석춘 연세대 교수의 파면을 주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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