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유업계는 증권업계에서 내놓은 정유사에 대한 실적 예상치가 널뛰기하듯 바뀌는 것을 빗대어 이같이 토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불과 3주전 증권사 컨센서스는 2000억원가량 적자를 예상했지만 이번주 들어서는 8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급기야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한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올 1분기 적자규모가 총 2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이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40달러로 급락했던 2014년 정유업계가 그 해 4분기 기록했던 1조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2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정유업계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수요 감소에 산유국 간 치킨게임에 의한 원유 공급 과잉까지 겹치면서 구조적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수요 부진에 따른 정제마진(정유제품 판매가에서 원유 구입가격을 뺀 값) 하락은 유례없는 현상이다. 실제 지난 해 11월~12월 20년 만에 정제마진이 배럴당 마이너스를 기록한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1.9달러를 기록했다. 통상 국내 정유업계는 배럴당 정제마진이 4달러일 경우 영업이익이 ‘0’에 수렴한다. 수익 마지노선인으로 4달러는 고사하고 마이너스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내수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역내에서 가장 높은 공정능력을 갖춘 국내 정유사들마저도 공장 가동률을 낮춘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위중하다는 것”이라며 “시황 악화로 국내 정유사의 손익 악화 가능성이 높아져 추가적인 정유사의 가동 감량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적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던 탈황규제인 IMO2020 효과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운송 수요가 급감하며 차일피일 미뤄지는 모양새다. 전기·수소차 등 미래차 등장에 따른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로 석유제품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정유업계엔 달갑지 않은 전망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이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가동율을 축소하거나 멈출 수 없는 것이 정유업계의 숙명”이라며 “시대의 변화와 함께 글로벌 산업 지형도 역시 크게 뒤바뀐 만큼 정유산업에 대한 불합리한 정책은 없는지, 환경변화로 오히려 업계에 역차별적인 요소는 없는지 등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